| 서울=한스경제 곽호준 기자 |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의 양산 로드맵과 산업 적용 전략을 구체화하며 로보틱스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기술 시연 수준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 투입을 전제로 한 생산 체계와 인공지능(AI) 생태계 구축 방향까지 공개되면서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에서 진행한 투자자 대상 로보틱스 전략 기업설명회(IR)을 열고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 양산 전략과 로봇 밸류체인을 발표했다.
핵심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산업 현장 상용화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측은 "단순 쇼케이스용 로봇이 아니라 산업의 일부로 만들겠다"고 강조하며 우선 산업용 시장에 진입한 뒤 서비스용과 가정용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했다.
최근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공개한 아틀라스 시연 영상은 이 같은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영상 속 아틀라스는 23㎏에 달하는 소형 냉장고를 양팔로 안정적으로 들어 올린 뒤 균형을 유지한 채 이동한다.
상체를 180° 회전해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는 작업까지 수행한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대규모 시뮬레이션 기반 '강화학습'을 통해 아틀라스가 단기간에 실제 환경 동작을 학습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최대 45㎏ 수준의 냉장고 운반에도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 이동 능력을 넘어 외부 물체를 다루는 고난도 전신 제어 기술과 실시간 균형 유지 능력을 확보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업계는 크기와 무게가 일정하지 않은 물체를 다루는 과정에서 센서 기반 상태 추정과 불확실성 보정 기술이 적용됐다는 점에서 산업 현장 적용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 현대차그룹, 제조·물류 연계한 로봇 생태계 구축 추진
현대차그룹은 로봇 AI 개발 구조도 공개했다. 로봇 AI 체계를 판단과 동작 기능으로 분리하는 이른바 '두 개의 AI 두뇌(Two AI Brains)'로 이원화하는 전략도 제시했다. 추론·언어·판단 등을 담당하는 '리즈닝 AI'는 구글 딥마인드와 협력하고 몸체 제어와 동작·센싱 등 물리 기반 기술인 '피지컬 AI'는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자체 개발하는 방식이다.
아틀라스의 세부 사양도 공개했다. 양산 모델 기준 키 1.9m, 무게 90㎏ 규모로 설계됐으며 최대 50㎏ 수준의 물체를 운반할 수 있다. 작업 반경(리치)은 2.3m 수준이며 영하 20도에서 영상 40도까지 폭넓은 산업 환경에서 작동 가능하다. 방수·방진 등급은 IP67 수준으로 공장 환경 대응력을 높였고 배터리는 현장 효율성을 위해 자가 교체식이 적용됐다.
현대차그룹 내부 계열사를 활용한 밸류체인 연계도 주목된다. 그룹은 현대차·기아의 제조 역량, 현대모비스의 부품 기술, 현대글로비스의 물류 시스템, 현대오토에버의 시스템 통합 역량 등을 연계해 로봇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룹 내 72개 계열사와 139개 공장, 33만명의 직원 기반 내부 수요만 약 2만5000대 이상 규모로 추산된다.
실제 산업 상용화를 위한 생산 일정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로봇 생산법인 '로보틱스 인 아메리카’를 오는 2028년 가동할 계획이다. 초기 생산능력은 연간 3만대 규모다. 동시에 액추에이터 생산시설도 구축해 연간 35만대 수준의 핵심 부품 생산 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미국 조지아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에는 로봇 학습 허브인 '로봇메타플랜트응용센터(RMAC)'도 올여름 구축될 전망이다. 이곳에서는 실제 공장 환경에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AI를 고도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미국·한국을 중심으로 한 '듀얼 허브' 전략도 추진한다. 미국은 기술 검증과 현지 생산 중심의 혁신 허브로, 한국은 응용 설계와 유연 생산, 원가 최적화 중심의 적용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다.
▲ 실행형 AI 경쟁 본격화…휴머노이드 출시 넘어 양산 경쟁으로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협업 구조가 향후 휴머노이드 경쟁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생성형 AI 중심의 판단 능력과 실제 물리 환경에서의 움직임 제어 기술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말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작업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실행형 AI'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또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사업이 단순 미래 기술이 아닌 실질적인 제조 플랫폼 사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틀라스가 실제 산업 현장 투입을 목표로 표준화 설계와 대량생산 체계 구축 단계에 진입하면서 휴머노이드 사업의 실행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과거 휴머노이드 산업이 실제 출시 가능성 자체를 검증하는 단계였다면 최근에는 양산 시점과 산업 현장 적용 속도를 경쟁하는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이번 IR을 통해 휴머노이드 규격 표준화와 생산·부품·AI 협력 구조까지 구체화한 점이 주목된다"며 "그룹 내부 수요 기반까지 제시되며 초기 상용화 부담이 이전보다 낮아지면서 로봇의 상용화 현실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