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성과급 잠정 합의안을 마련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협상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 협상이 일단 파업 유보로 이어진 만큼, 같은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소속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갈등도 타결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 밤 임금·성과급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날부터 예정됐던 18일간 총파업은 일단 유보됐다. 다만 잠정 합의안은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야 하는 만큼 최종 타결까지는 절차가 남아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성과급을 기존 성과인센티브(OPI)와 반도체(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으로 나눠 지급하기로 했다. 특별경영성과급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며, 세금을 제외한 금액은 전액 자사주로 지급된다. 지급된 자사주의 3분의 1은 즉시 매각할 수 있고, 나머지는 각각 1년과 2년 동안 매각이 제한된다. 임금 인상률은 6.2%로 합의됐다.
업계는 이번 합의가 삼성바이오로직스 협상에도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룹 내 최대 계열사인 데다, 그동안 삼성그룹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논의에서 일종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역시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소속으로 삼성전자 노조와 함께 목소리를 내온 만큼, 삼성전자 합의 수치와 구조를 참고해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현재 임금 인상률과 성과보상 체계 개편을 놓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일 고용노동부가 참여한 노사정 3자 면담이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뚜렷한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예정됐던 추가 면담도 취소됐다. 당시 삼성전자 협상이 불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협상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기본급 14.3% 인상과 임직원 1인당 3000만원 격려금 지급, 3년간 자사주 배정을 요구하고 있다. 성과급과 관련해서는 영업이익의 20%를 OPI 재원으로 확보하고 지급 상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채용과 승진, 징계 등 인사·제도 운영은 물론 분할·합병·양도 등 경영권 사안도 노조와 사전 합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임금 인상률 6.2%를 제시하고 있다. OPI에 대해서는 그룹 가이드라인인 영업이익 10% 또는 경제적부가가치(EVA) 기준 20% 안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인사·제도 운영이나 경영권 관련 사안까지 노조와 사전 합의하는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협상 핵심도 성과급 산정 기준과 임금 인상률을 어디까지 조정하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잠정 합의가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보상 구조를 일부 반영한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이를 근거로 사측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사측은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업 구조와 투자 부담이 다르다는 점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가 고성장 성과를 임직원과 더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산업은 대규모 설비투자와 장기 수주 신뢰가 중요하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약가 환경, 금리, 경쟁사 증설 등 외부 변수도 큰 만큼 성과 배분과 투자 여력 사이에서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사 갈등은 이미 법적 분쟁으로도 번졌다. 사측은 노조가 내부 영업비밀 자료를 외부에 유포했다며 노조 관계자를 명예훼손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파업 과정에서 업무 방해가 있었고, 일부 필수 공정 담당자가 쟁의행위에 참여해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는 취지의 추가 고소도 제기했다.
노조도 맞고소로 대응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부당노동행위와 근로기준법 위반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간제 근로자 임금 체불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임금과 성과급 협상이 법적 공방과 맞물리면서 협상 부담은 더 커진 상황이다.
다만 추가 전면파업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앞서 지난달 28일부터 부분 파업을 벌였고, 이달 1일부터 5일까지는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생산 차질과 손실 우려가 제기됐고, 글로벌 고객사와 시장 신뢰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노조 내부에서도 장기 파업에 따른 피로감과 생산 차질 리스크를 의식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전자보다 조직 규모가 작고 사업부 구조가 단순한 만큼 실무적 타결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고 본다. 다만 노조가 요구하는 경영권 운영 사전 합의 등은 사측이 수용하기 어려운 사안으로 꼽혀 막판 변수로 남아 있다.
노동부 중부청도 협상 타결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정부 중재로 일단 봉합된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 협상에서도 노사정 대화 채널을 통해 접점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파업은 이미 그 자체로 리스크가 됐다”며 “일본, 중국 등 글로벌 경쟁사들이 시장에서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만큼 더 이상의 리스크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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