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6∼31일 옥천 군북면공감센터에서 전시회…수묵화 38점 선봬
(옥천=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올해 '고희'(古稀)를 맞는 대청호 수몰민이 추억이 깃든 마음속 고향 풍경과 지금의 호수 모습 등을 화폭에 담아 개인전을 연다.
주인공은 충북 옥천군 군북면 추소리에서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는 박찬훈(70)씨다.
그는 이달 26∼31일 군북면 공감센터에서 3번째 수묵화 전시회를 연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전시회에는 '늘푸른 조선 소나무', '먼바다의 해돋이' 등 그가 대청호와 국내 곳곳을 누비면서 그린 작품 38점이 소개된다.
옥천군은 이 전시회에 문화진흥기금 150만원을 지원했다.
박씨는 대청댐 건설이 시작된 1978년 고향마을(군북면 이평리)이 통째로 물에 잠긴다는 통보를 받고 지금 사는 곳으로 거처를 옮겨 농업과 음식점 경영을 병행하며 억척스러운 삶을 살았다.
그러면서도 부모·형제·친구와의 추억이 깃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떨치지 못해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면서 '대청호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다.
그가 사는 마을에는 대청호 최고의 절경으로 꼽히는 '부소담악'(호수 위로 솟은 700여m 구간의 바위 절벽)이 있다.
사시사철 관광객이 몰려들고 주변에 카페와 음식점 등이 줄지어 들어서면서 여름이면 녹조 등 환경문제가 심각한 곳이기도 하다.
그는 이곳에서 쓰레기 등 오염물질을 수거하고 환경사범을 감시하는 일을 한다.
그런 그에게 2018년 여름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만한 뜻하지 않은 일이 생겼다.
대청호 풍광을 그리기 위해 모인 화가 10여명을 태운 배의 안내를 맡았는데, 뙤약볕 아래 한나절이 넘도록 작품활동에 몰두하는 작가들을 향해 짜증 섞인 푸념을 한 게 그를 예술의 세계로 끌어들인 계기가 됐다.
그는 "끼니마저 거른 채 몇시간째 붓을 잡고 있는 작가들에게 '무슨 그림을 이렇게 오래 그리느냐'고 짜증을 냈는데, 그 말을 들은 박석신(목원대) 교수가 '심심하면 그림이나 그려보라'면서 화첩과 붓을 줬다"며 "즉석에서 눈 앞에 펼쳐진 풍광을 뚝딱 그렸더니 그곳에 모인 화가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고 당시 일을 회상했다.
그는 "그때 화가들이 미안한 마음 등을 담아 과하게 반응해준 것 같은데, 우쭐해진 나는 그림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결국 그 '사건'이 나에게 화가라는 새로운 수식어를 달게 해줬다"고 덧붙였다.
이 일이 있고 나서 그는 동행했던 화가들의 도움을 받아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고, 2019년 처음 대전에서 열린 전시회에 작품을 거는 영광을 누렸다.
이후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에 뛰어들어 마음 안에 간직한 그리운 고향 풍경과 대청호 주변 산하 등을 수백 장의 화폭에 담아냈고, 2000년과 2023년 두 차례 개인전도 열었다.
박씨는 "체계적으로 그림을 배운 적은 없지만 눈에 보이는 풍경을 마음에 녹인 뒤 그대로 화폭에 옮기려고 노력한다"며 "느지막이 발견한 재주로 탄생시킨 작품들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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