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캐리어 시신 사건' 피의자 조재복 /연합뉴스
장모를 장시간 폭행해 숨지게 하고 그 시신을 여행용 가방(캐리어)에 담아 하천에 유기한 피의자 조재복(26)이 첫 재판에서 살인의 고의를 전면 부인했다.
사건을 맡은 대구지법 형사13부(채희인 부장판사)는 21일 존속살해 및 시체유기, 특수중감금치상 혐의로 구속기소 된 조재복(26)의 1차 공판을 열었다.
조씨는 지난 3월 17일 대구 중구의 한 오피스텔형 원룸에서 장모 A(사망 당시 54세)씨를 둔기와 손발로 약 10시간 동안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캐리어에 담아 북구 칠성동 신천변에 버린 혐의를 받는다.
조씨는 이날 짙은 올리브색 수의를 입고 출석해 "때려서 죽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살해 의도를 부인했다.
그는 "아내가 장모님이 숨을 안 쉬는 것 같다고 해 그제야 알았고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달에만 세 차례에 걸쳐 '죽일 생각은 없었다'는 취지의 반성문을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반면 조씨의 변호인은 "존속살해의 미필적 고의와 시체유기 혐의를 인정한다"고 밝혀, 살인 고의성을 두고 피고인 본인과 변호인 간의 입장 차이가 드러났다.
재판부는 조씨에게 재차 의견을 물어 그가 살해 혐의 자체를 부인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조씨 측은 집안에 카메라를 설치해 아내 B씨와 장모를 감시하고 경제적으로 착취한 혐의(특수중감금치상)에 대해서도 "가장으로서 돈을 관리했을 뿐 감금하거나 경제적으로 종속시킨 적은 없다"며 부인했다.
고의성 부인의 법리적 의미와 형량의 상관관계
조씨가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적극적으로 항변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형량을 대폭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살인의 고의가 완전히 부정될 경우, 존속살해죄(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 대신 법정형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존속폭행치사(2년 이상의 징역)나 존속상해치사(3년 이상의 징역)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반대로 변호인의 주장처럼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더라도, 확정적 고의가 적용될 때보다 양형 기준상 특별감경인자로 작용해 형량을 줄일 여지가 확보된다.
그러나 판례의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조씨의 고의성 부인 주장이 법원에서 온전히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기존 판례에 따르면 범행에 이른 경위, 둔기를 사용한 공격 부위, 약 10시간에 걸친 폭행의 지속성과 반복성 등 객관적 사정은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핵심 근거로 작용해 왔다.
특히 사후에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장시간 폭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망 가능성을 예견하거나 용인하지 않았다고 반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재판부는 조씨의 정확한 양형 기준을 산정하기 위해 다음 기일에 아내 B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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