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분 미리 챙긴 것"…남편 숨지기 전 10억 인출한 아내, 법원이 선 그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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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분 미리 챙긴 것"…남편 숨지기 전 10억 인출한 아내, 법원이 선 그은 이유

로톡뉴스 2026-05-21 11:18: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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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 남편이 임종 과정에 있다는 설명을 들은 날, 60대 아내는 4억 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다. /연합뉴스

남편이 임종을 앞두고 있다는 말을 들은 그날, 아내는 남편의 은행 계좌를 열었다.

수원지방법원 형사12부(박건창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6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7월 B씨와 동거를 시작한 뒤 2021년 2월 혼인신고를 마쳤다.

B씨는 전 부인과 이혼한 상태였고, 오랜 기간 신장 투석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B씨는 낙상사고로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고, 혼인신고를 한 그해 10월 의식 저하 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한 달 뒤인 2021년 11월 사망했다.

남편이 중환자실에 들어가자 A씨의 행동은 빠르게 시작됐다. 입원 직후 남편 계좌에서 1억을 수표로 인출하고 2억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했다.

그 다음 날, 의료진으로부터 남편이 임종 과정에 있다는 설명을 들은 바로 그날 4억을 추가로 자신의 계좌에 옮겼다. 이후 남편이 숨지기 전까지 약 5억을 자신이 관리하던 남편 명의의 또 다른 계좌로 이체했다.

5일 동안 움직인 금액은 10억이 넘었다. 남편이 보유한 3억 상당의 주식을 매도해 예수금을 이체받으려다 미수에 그친 사실도 조사에서 드러났다.

A씨는 재판에서 "출금과 이체는 남편의 생전 의사에 따른 것"이라며 "그 액수는 피고인의 상속재산 범위 내이므로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망인이 피고인에게 상속 지분 상당의 재산을 증여하기로 약속했거나 재산 처분 권한을 포괄적으로 위임했다는 객관적 자료가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오히려 재판부는 "망인은 사건 발생 1년 전 피고인의 예금 인출 행위를 엄격히 통제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남편의 생명이 위중한 상태임을 인지한 직후부터 5일 동안 10억원이 넘는 거액을 급박하게 인출하거나 이체했다"며 "이는 정당한 권한 없이 재산을 사실상 자신의 명의로 돌리려 한 행위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상속분을 미리 챙겼다는 A씨의 논리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선을 그었다.

"상속은 사망 이후 개시되는 것으로, 다른 상속인들과의 협의 및 생전 증여 여부 등을 종합해 지분이 확정된다"며 "남편 사망 전에 자신이 생각하는 상속분을 미리 취득할 정당한 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배우자 명의 계좌라도 본인의 명시적 동의 없이 인출·이체가 이뤄질 경우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특히 피해자가 의식 불명 상태에 있어 직접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사전 위임이나 증여 약속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가 없는 한 형사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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