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노동자의 눈물 "6년 내 떠나는 것 말곤 암것도 정해진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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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노동자의 눈물 "6년 내 떠나는 것 말곤 암것도 정해진 게 없어요"

프레시안 2026-05-21 10:58: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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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탄. 아주 잔 가루로 된 석탄을 뜻한다. 보통 입도(粒度)가 0.5mm 이하인 분탄을 이른다.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매우 중요한 연료원이다. 석탄 화력발전소는 보일러에서 화석원료를 연소시켜 얻은 에너지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그 증기로 터빈을 회전시켜 회전력을 얻은 후 터빈 축에 연결된 발전기로 전기를 얻는 방식이다. 이때 사용하는 화석연료가 미분탄이다.

발전소 바로 앞에 있는 항(연료 부두)에서 컨베이어를 타고 발전소로 들어오는 제각각 크기의 석탄은 미분탄으로 곱게 갈아야 한다. 보일러에서 잘 태우기 위해서다. 워낙 석탄이 많다 보니 이를 가는 기계인 미분기도 클 수밖에 없다. 거의 큰 방 하나 정도 크기다.

김병수(가명, 44) 씨는 태안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이 미분탄을 만드는 미분기와 터빈 정비를 담당하고 있다. 기계가 고장 나면 장비를 분해한 뒤 수리하는 일이다. 작업을 할 때는 방진 마스크부터, 방진복 등 풀세트로 작업복을 입어야 한다. 미분탄이 공기 중에 떠다니기 때문이다.

상시적인 관리 업무도 하고 있다. 기계 운용 3만 시간마다 롤타이어를 교체하고 4000시간마다 기계 오일을 갈아준다. 1일 점검과 1주, 월 점검도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

물론 이 작업을 김병수 씨 혼자 하는 건 아니다. 김병수 씨가 속해 있는 회사는 태안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의 협력회사인 금화PSC로, 보일러와 터빈을 관리, 정비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 회사는 태안 석탄화력발전소 내 총 10호기 중 1~6기를 맡고 있다. 1~4기에 88명, 5~6기에 75명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발전기 1호기 당 보일러 1대와 터빈 1기, 미분기 6대가 자리 잡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핵심 공정인 보일러, 터빈 등 발전기 설비 운전은 원청인 발전사가 직접 담당한다. 그리고 설비의 정비 및 점검은 김병수 씨가 속한 금화PSC 같은 협력업체가 담당하는 식이다.

▲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인 노동자. ⓒ충남서부항운노조

태안에서 하청노동자는 여성과 연애도 못한다는 우스개소리도

김병수 씨가 이곳에 온 것은 24살 때다. 자동차학과를 졸업한 병수 씨는 자신이 살던 대전의 조그마한 정비회사에 들어갔지만 여러 가지로 맞지 않았다. 고향이 충청도다 보니 주변에서 발전소에 취업하는 이들이 많았다. 일은 힘들어도 월급이 괜찮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가 지금의 회사를 선택한 이유다.

하지만 정작 미래를 꿈꾸기엔 생활이 여의치 않았다. 입사할 때만 해도 상여나 수당이 없는 달에는 손에 쥐는 돈이 110만 원에 불과했다. 당시 최저임금이 65만 원이었다. 발전소는 다른 곳에 가기 위해 잠시 거쳐 가는 곳으로 생각했지만 어느새 이곳에서 일한 지 20년이나 됐다.

2018년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면서 이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노동환경이 세상에 알려졌고 임금이나 근무 요건이 하나둘씩 개선됐다. 그 힘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사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 태안에서, 원청이 아닌 하청 업체 노동자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태안에서는 하청노동자가 연애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발전소 내에 여직원이 거의 없을뿐더러, 원청과 하청 간 처우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했다.

2025년 7월~8월간 진행한 충청남도 노동전환지원센터의 설문조사 내용을 보면 금화PSC에 일하는 노동자 중 기혼자와 미혼자가 각각 50%였다. 반면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은 미혼이 25.7%, 기혼이 74.3%였다. 또한 태안군에 거주하는 노동자가 76.9%, 인근인 서산시에 거주자가 23.1%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석탄, 더는 일할 수 없는 현실

그렇게 별 탈 없이 일해왔던 병수 씨에게도 최근 고민이 생겼다. 작년 12월 발전소 1호기가 폐쇄되면서부터다. 올해 12월에 2호기가 멈추면, 병수 씨가 속해 있는 회사가 담당하는 발전기는 4기로 줄어든다.

금화PSC 노조에서는 태안 1, 2호기가 폐쇄되면 1~4호기에서 근무하는 전체 88명 노동자 중 40~50%가 감축될 것으로 예상한다. 나머지 3~6호기도 6년 뒤인 2032년에는 모두 폐쇄된다. 더는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이야기다.

병수 씨는 관련 업무를 위해 자격증도 4개나 취득했다. 다만 석탄 화력발전소에 필요한 자격증이기에 다른 업종으로의 이직에는 쓸모가 없다. 석탄발전소가 폐쇄되면서 LNG 발전소가 지어진다고 하지만, 태안이 아닌 다른 지역에 건설된다. 그곳에 일자리가 있다면 갈수 밖에 없지만 가족이 있는 태안을 떠나 혼자 가야 하는 게 영 마뜩잖다.

그마저도 일자리를 확 줄어들었기에, 전환 배치가 가능할지도 불투명하다. 아무래도 미분기, 터빈, 보일러 등 많은 설비가 필요한 석탄화력발전소에 비해 가스 관만 있으면 되는 LNG 발전소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

이용우(가명, 34) 씨도 마찬가지다. 같은 회사에서 발전소 장비를 진단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을 알려주는 업무(예방점검)를 하는 그도 관련 업무 자격증이 5개다. 그런 용우 씨도 6년 내에는 반드시 이곳을 떠날수 밖에 없는 상황이 혼란스럽다. 경력에도 매우 중요한 시기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깊다.

터빈 정비를 담당하는 이수현(가명, 39) 씨도 모든 게 불확실해진 현재의 상황이 답답하다. 이수현 씨는 "여러 과정을 거쳐서 어느 정도 회사에 자리도 잡았는데, 정작 화력발전소 자체가 없어지는 추세가 됐다"며 "내가 다니는 회사만 없어지는 게 아니라 관련된 회사 전체가 사라지는 상황이니 이직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금화PSC 노동자 중 기계 정비 관련 자격증 보유자는 40.5%나 된다.

▲ 태안 석탄화력발전소 내부 모습. ⓒ연합뉴스

"발전소 폐쇄된다는 이야기 5년 전 나왔지만 대책은 미비해"

금화PSC에서 일하고 있는 김병수 씨 등은 석탄 화력발전소 6기가 폐쇄되는 6년 뒤에는 태안을 떠날 수밖에 없다. 운이 좋아 LNG 발전소가 건설되는 공주나 구미 등으로 이동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마저도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다. 당장 살고 있는 태안 집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도 잡기 어렵다. 새 발전소가 세워지면 그곳으로 전환 배치되는 원청 직원들과는 상황이 다르다.

송상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금화PSC지부위원장은 "발전소가 폐쇄된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는 5년도 넘었지만 대책 등은 아직 미비한 상황"이라며 "그렇다 보니 현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사람도 뽑지 않을뿐더러 기존 노동자들의 이직률도 높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금화PSC는 노동자의 자연 퇴직 및 이직 등으로 폐쇄되는 1, 2호기에서 발생하는 유휴인력을 조정하고 있다. 신규 채용은 사라진 지 오래다. 폐쇄된 1호기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2~6호기로 이동한 상태다.

송 위원장은 "결국, 남아있는 사람만 혼란스럽고 불안한 게 현실"이라며 "그나마 정부 등에서는 다른 업종으로의 재취업을 위한 교육 등을 진행하지만 현장 노동자에겐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송 위원장은 "노동자 입장에서 그간 현장에서 닦은 노하우와 기술력을 버리고 다른 업종으로 재취업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그나마도 재취업으로 알선해 주는 곳은 10명 안팎의 노동자가 있는 회사들뿐이다. 그런 곳은 알선해 주지 않아도 노동자들이 알아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 위원장은 "결국, 현재 일과 관련이 있는 업종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그런 것은 현재 없는 실정"이라며 "소속된 회사가 원청 발전소에서 새로 짓는 LNG 발전소의 물량(경정비 업무)이라도 계속 받아내 그나마의 일자리라도 유지되길 바랄 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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