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소규모 숙박시설의 화재 안전망이 대폭 강화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시는 21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소규모 숙박업소 화재 안전 종합대책'을 공개하며 전수조사·시설 보강·통합관리라는 세 가지 핵심 축을 제시했다.
한류 열풍으로 서울을 찾는 방문객이 급격히 늘면서 다양한 유형의 숙소가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상당수가 재난 관리 체계 밖에 방치돼 있다는 문제의식이 이번 대책의 배경이다.
시 집계에 따르면 관내 숙박업소 7천958곳 중 스프링클러가 갖춰지지 않은 곳이 90.5%에 달한다. 영업장 면적 300㎡ 미만인 업소가 전체의 약 80%를 차지하는데, 현행법상 이들에겐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부과되지 않아 화재 발생 시 대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 7천958곳 전수점검 착수…캡슐·도미토리는 집중 관리
시는 전체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객실 유형, 스프링클러 유무, 피난로 확보 현황, 소방설비 관리 실태 등을 빠짐없이 조사한다. 침상 밀도가 높은 캡슐형·도미토리형 숙소는 별도 '중점 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유관기관 합동점검을 실시한다.
비상구 폐쇄 여부, 피난통로 내 적치물 존재, 소화·경보설비 정상 작동 확인, 완강기 등 피난기구 관리 상태가 주요 점검 항목이다. 초기 진화가 어렵거나 대피 지연이 우려되는 업소는 현장에서 즉시 시정을 유도할 방침이다.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면제되거나 건물 구조상 설치가 곤란한 업소에는 자동확산소화기, 스프레이형 소화기, 단독경보형 감지기, 휴대용 비상조명등 등 대체 장비 설치를 권고한다. 캡슐·도미토리형 숙소에는 개별 공간 내 연기감지기와 소화기 비치를 유도하고, 배터리 화재 예방을 위한 별도 충전구역 마련도 권장한다. 외국인 투숙객을 위해 다국어 화재 대응 안내문도 배포된다.
소방 자체점검 대상에서 숙박업소가 차지하는 비율은 기존 10%에서 30%로 상향 조정되며, 표본조사 대상 역시 250곳에서 350곳으로 확대돼 점검 실효성이 높아진다.
시는 2018년 발생한 국일고시원 화재 사고—당시 7명이 목숨을 잃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다—이후 고시원이 다중이용업소로 지정돼 소방시설이 소급 적용된 전례를 참고해, 관리 공백에 놓인 소규모 숙박업소에도 스프링클러·자동확산소화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령 개정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홍영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은 "올해부터 숙박업소 운영자가 자발적으로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을 설치하면 취득세·재산세 면제 등 지방세 감면 혜택과 화재보험료 최대 50% 할인을 받을 수 있다"며 "이러한 지원 제도도 적극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 신규 업소는 인허가 단계부터 안전 검증
새로 문을 여는 숙박업소는 건축·용도변경 신청 단계에서 피난·방화계획과 소방시설 설치 여부를 우선 심사받는다. 영업 신고·등록 절차에서도 객실 내 연기감지기, 대피안내도, 비상조명등 등 필수 안전장비 설치 여부가 안내된다.
화재 위험도가 높은 기존 업소에 대해서는 자치구와 관계 부서가 정기 점검과 안전 컨설팅을 지속적으로 수행한다. 호텔업협회, 관광협회, 숙박업중앙회 등 업계 단체와 손잡고 자율 안전관리 문화도 정착시킨다는 구상이다.
화재취약시설 신고포상제 적용 범위도 넓어진다. 기존 7종에서 아파트, 의료·노유자시설, 운동시설, 오피스텔, 공장·창고, 관광휴게시설 등을 포함해 15종으로 확대되며, 포상금 상한도 월 30만원·연 300만원으로 인상하는 조례 개정이 추진된다.
◇ 법·제도 개선이 핵심…정부에 밀집형 숙소 규제 강화 건의
서울시는 이번 대책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법·제도 정비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자체 권한만으로는 강제력 있는 조치가 어렵다는 한계를 인식하고 지난달 정부에 캡슐호텔 등 밀집형 숙박업소를 다중이용업소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영업장 면적과 무관하게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함께 건의했다.
300㎡ 미만 소규모 숙박업소에 자동확산소화기 설치를 강제하는 화재안전기술기준 개정도 요청 사항에 포함됐다. 객실 면적 대비 침상 수, 1인당 최소 점유 면적 등 밀집도 기준 신설과 함께 신속한 대피를 위해 캡슐 내부 개별잠금장치 설치 제한 방안도 건의됐다.
시 관계자는 지난달 국무총리 주재 회의에서 관계 부처가 서울시 건의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쟁점 사안에 대해서는 현장 상황과 업계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로 했다.
김성보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소규모 숙박업소는 시민과 관광객이 일상적으로 이용하지만 현행 제도상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곳이 상당수"라며 "전수조사와 소방시설 보강, 통합관리 체계를 신속히 가동하고 실효성 있는 법·제도 개선도 끈질기게 요청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3월 14일 서울 중구 소공동의 한 캡슐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외국인 10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이 중 50대 일본인 여성이 치료 도중 숨지는 참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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