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총재 "루피아화 안정 조치"…전문가들 추가 인상도 예상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이 중동전쟁 여파로 국제유가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자국 통화 가치가 역대급으로 떨어지자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큰 폭으로 전격 인상했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BI는 전날 오후 통화 정책회의 후 기준 금리로 활용되는 7일짜리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4.75%에서 5.25%로 0.5%포인트 올린다고 밝혔다.
이번 금리 인상은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으로 최근 미국 달러화 대비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의 가치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이를 방어하기 위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페리 와르지요 BI 총재는 "이번 결정은 중동 분쟁(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변동성 확대의 영향에 맞서 루피아화를 안정시키기 위한 후속 조치"라며 "올해와 내년에 물가 상승률을 목표 범위인 1.5∼3.5%로 유지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BI는 중동 전쟁으로 인해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인도네시아의 에너지 수입 비용도 덩달아 늘었고, 이는 국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페리 총재는 루피아화 약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안정화 조치로 인해 억제될 것으로 기대했다.
BI는 그동안 비교적 억제된 물가 상승률과 경제 활성화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금리 인상을 꺼려왔다.
이번 금리 인상 전 블룸버그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예상한 경제 전문가는 46명 가운데 단 1명뿐이었다. 25명은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나머지 15명은 동결을 전망했다.
싱가포르 대형 은행 OCBC 소속 경제 전문가인 라바냐 벤카테스와란는 "BI가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며 "이는 단기 시장 심리를 떠받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가 금리 인상의 길도 열렸다"며 "조만간 추가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달러화 대비 루피아화 환율은 전날 장 중 한때 역대 최저치인 1만7천745루피아까지 떨어졌다. 기준금리 인상 소식이 알려진 뒤 다소 상승해 1만7천600루피아대를 유지했다.
루피아화는 중동 전쟁 이전부터도 주식 시장 투명성 문제와 BI의 독립성에 관한 투자자들의 우려로 약세를 보였다.
페리 총재는 루피아화가 여전히 저평가받고 있다며 자국 내에서 달러화 수요가 줄어드는 올해 7월부터는 루피아화가 다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OCBC 소속 또 다른 경제 전문가인 크리스토퍼 웡은 "이번 금리 인상이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루피아화 내림세를 막을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며 "루피아화가 강세를 보이려면 국제유가가 안정되고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는 등 대외 여건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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