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DS부문의 새 특별성과급 제도는 기존 국내 반도체 업계의 성과급 체계와 달리 사업성과 일부를 사실상 공식 배분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SK하이닉스와 본질적인 차이를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해온 것으로 알려진 SK하이닉스와 비교해 보상 구조 자체가 상당히 다르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두 회사 모두 고성과 보상 체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구조를 들여다보면 철학과 방식에서 차이가 크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이번 합의를 통해 사실상 '이익 공유형' 구조를 제도화한 반면, SK하이닉스는 기존의 '성과 평가형'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차이는 성과급 재원 산정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노사 합의를 통해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을 노사가 합의한 사업성과의 10.5%로 고정하기로 했다. 지급 상한도 별도로 두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영업이익 일부를 공식적으로 임직원과 공유하는 구조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를 들어 DS부문 사업성과가 크게 증가할 경우 성과급 재원 역시 비례해 확대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이 30조원 이상 규모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PS(초과이익분배금)와 PI(생산성격려금) 체계를 운영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처럼 특정 이익 비율을 자동 배분하는 방식은 아니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은 EVA(경제적 부가가치), 생산성, 경영 목표 달성률, 실적 수준 등을 종합 반영해 결정되는 구조다. 업계에선 높은 수준의 성과급 지급이 이어져 왔지만 기본적으로는 경영 판단 요소가 강한 체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SK하이닉스는 과거 메모리 슈퍼사이클 당시 기본급의 수백~천% 수준 특별성과급을 지급한 사례가 있었지만, 여전히 내부 지급 기준과 경영진 판단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해 왔다.
반면 삼성전자 DS 특별성과급은 일정 수준 이상 사업성과가 발생하면 재원이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특징을 가진다. 이번 합의를 두고 반도체 업황 호황의 과실을 사전에 배분 비율로 명문화한 사례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지급 상한 여부 역시 중요한 차이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이번 특별성과급에 별도 상한을 두지 않았다. 이에 따라 메모리 호황이 이어질 경우 연봉을 크게 웃도는 수준의 보상이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일부 계산에서는 연봉 1억원 기준 최대 6억원 안팎의 성과급 가능성도 거론된다.
반면 SK하이닉스는 고액 성과급 지급 사례가 적지 않았지만, 여전히 사내 기준과 경영 판단에 따른 제한 구조가 존재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사실상 기존 국내 제조업 성과급 체계의 틀을 일부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차이는 조직 운영 철학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합의를 통해 DS 전체 조직에 공통 재원을 우선 배분한 뒤 사업부별 차등 지급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메모리사업부뿐 아니라 적자가 이어지는 비메모리 사업부와 공통 조직 역시 일정 수준의 성과급을 보장받게 된다.
이는 최근 내부 갈등의 핵심이었던 메모리와 비메모리 간 보상 격차 문제를 완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삼성전자 DS부문은 HBM 중심의 메모리사업부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되는 반면,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은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에 대한 내부 불만이 커져 왔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사업 구조 자체가 메모리 중심으로 비교적 단순하다. 업계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구조 차이 때문에 삼성전자처럼 복합적 보상 체계를 설계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과급 지급 방식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삼성전자는 이번 특별성과급을 세후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일부는 즉시 매각 가능하지만 상당 부분은 1~2년간 보호예수된다.
시장에선 이를 두고 임직원의 장기 주주화를 유도하고 현금 유출 부담을 줄이려는 전략적 판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동시에 핵심 인력 장기 유인 효과도 노린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지금까지 현금 중심 보상 성격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일부 주식 보상 논의는 있었지만, 삼성전자처럼 대규모 성과급 구조 자체를 자사주 중심으로 설계하지는 않았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이번 삼성전자 합의가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국내 산업계 보상 체계 변화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메모리 기업 수익성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초과이익 배분 요구가 다른 대기업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최근 자동차·배터리·조선 업계에서도 성과급 기준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다만 우려도 적지 않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업황 사이클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AI 투자 확대에 따른 HBM 호황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에는 강력한 동기부여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업황 둔화 국면에서는 오히려 노사 갈등의 새로운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 특별성과급은 향후 10년 적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업황 변화에 따라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결국 이번 제도의 성패가 AI 반도체 시장 성장 지속 여부와 삼성전자의 HBM 경쟁력 회복 속도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높은 성과급을 지급해온 회사였다면, 삼성전자는 이번 합의를 통해 성과급 산정 공식 자체를 바꾼 사례에 가깝다"며 "국내 대기업 성과보상 체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Copyright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