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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1상을 3상 수준으로 격상...“안전성 넘어 유효성 입증에 총력”
8일 업계에 따르면 셀비온은 이달 중 전립선암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인 ‘177Lu-포큐보타이드’(Pocuvotide, 이하 포큐보타이드)와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병용 임상 시험에서 첫 환자 투약을 개시한다.
이번 임상의 핵심은 단계상 초기인 1상임에도 불구하고, 그 설계와 평가지표를 임상 3상 수준으로 대폭 강화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의 첫 관문인 임상 1상은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약물의 적정 용량과 부작용 등 '안전성'을 확인하는 데 그친다. 반면 셀비온의 이번 임상은 안전성 확인은 물론,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약물의 실질적인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임상 3상의 핵심 유효성 지표들을 모두 포함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실제 셀비온은 이번 임상에서 △전체 생존(Overall Survival, OS) △객관적 반응률(Objective Response Rate, ORR) △전립선 특이 항원(Prostate Specific Antigen, PSA) 반응률 △삶의 질(Quality of Life, QOL) 등 심층 평가지표를 통해 약물의 효능을 정밀 검증한다. 이는 단순히 '독성이 없는가'를 넘어 '암을 얼마나 잘 치료하고 환자의 삶을 개선하는가'를 초기 단계부터 명확히 입증하겠다는 의지다.
구체적으로 셀비온은 이번 임상에서 다음과 같은 심층 평가지표를 통해 약물의 효능을 정밀 검증한다. 우선 OS를 통해 치료 시작 후 환자가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측정하며, 투약 후 1년간의 생존율을 집중적으로 확인한다. 이는 해당 치료제가 환자의 생명 연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객관적인 척도다.
이번에 포함된 ORR은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지는 '완전 반응'(CR)과 종양 크기가 유의미하게 줄어든 '부분 반응'(Partial Response, PR) 환자의 비율을 합산한 것으로, 약물의 직접적인 공격력을 나타낸다. 혈액 검사를 통해 전립선암의 활성도를 나타내는 PSA 반응률도 자세히 살핀다. 치료 전 대비 수치가 50% 이상 감소했는지를 확인해 약물의 즉각적인 반응 여부를 판단한다. QOL 평가를 위해서는 'EORTC QLQ-C30' 등 공인된 설문 지표를 활용한다. 이를 통해 암 통증 감소와 일상생활 회복 정도를 수치화해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인 개선 효과까지 검증하게 된다.
셀비온 관계자는 “머크 측과 긴밀한 논의를 거쳐 이 같은 임상 설계 변경을 조율했으며, 이는 향후 머크뿐만 아니라 다른 글로벌 빅파마로의 기술수출 논의 시 데이터의 객관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결정적 무기가 될 것”이라며 “형식상 임상 1상이기에 투여 후 발생한 이상사례(TEAE)나 용량 제한 독성(DLT) 등 안전성 변수가 1차 평가지표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유효성을 검토하는 2차 변수들이 임상 2·3상 수준으로 촘촘하게 설계돼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준비된 환자부터 즉시 투약하는 ‘오픈 임상’ 방식을 채택해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에는 신속하게 중간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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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 배경 머크의 연구자 임상...셀비온, 판교 R&D·GMP 통합 센터 가동
이 같은 자신감의 배경에는 방사성치료제에 대한 머크의 자신감에도 있다. 앞서 머크는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글로벌 제약·바이오사 노바티스의 방사성의약품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77Lu-PSMA-617)의 병용요법에 관한 연구자 임상에 있다. 관련 임상 1상에 따르면 키트루다와 플루빅토(1회 투여)의 병용 치료 임상 1상 결과, 최적의 치료 스케줄을 적용한 환자 그룹에서 ORR은 56%, 방사선학적 무진행 생존기간(mPFS)은 6.9개월, 전체 생존기간(mOS)은 28.2개월로 각각 나타났다. 방사성치료제를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다만 머크는 노바티스의 경쟁사로 양사가 협력에 나설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셀비온은 임상 속도전과 함께 생산 인프라도 완비하며, 포큐보타이드의 상용화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실제 최근 경기 판교 테크노밸리 한국파스퇴르연구소 내에 ‘R&D·GMP 통합 센터’ 구축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상업 제조 준비에 들어갔다.
이 센터는 연구소(R&D Lab)와 상업용 제조 시설(GMP)이 한 공간에 위치해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및 상업용 의약품 제조까지 지연 없이 이어지는 ‘다이렉트 스케일업’(Direct Scale-up)을 가능하게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인허가와 지자체 공장등록도 마무리돼 시설 신뢰성을 공식 인정받았다.
특히 포큐보타이드의 국내 상용화가 임박함에 따라 해당 센터는 제품 공급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한다. 셀비온은 경쟁 약물인 노바티스 ‘플루빅토’(Pluvicto)의 1회 비급여 투여 비용인 약 3000만~4000만원보다 합리적인 2700만원 수준으로 가격을 책정해 환자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다. 플루빅토의 총치료비 약 2억원 대비 셀비온은 강력한 가격 경쟁력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셀비온은 이달 시작되는 머크와 병용 임상 결과와 현재 심사 중인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건부 품목허가 승인이 맞물리는 내년을 성장의 원년으로 보고 있다. 회사가 제시한 내년 목표는 수백억대 매출 시현과 글로벌 기술수출이다. 현재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다수의 제약사와 기술이전 제안을 주고받으며 협상을 진행 중이며, 포큐보타이드의 기술 가치는 이미 1조원(약 7억 5000만 달러)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달 말 개최되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 2026에서 발표될 임상 2상 최종 데이터도 기대를 모은다. 앞서 열린 미국 임상종양학회 비뇨기암 심포지엄(ASCO-GU)에서 공개된 바에 따르면, 포큐보타이드의 ORR은 35.9%로 플루빅토의 29.8%를 상회했다. 특히 PSA50 반응률은 66.7%에 달해 3명 중 2명의 환자에서 뚜렷한 치료 반응을 확인했다.
셀비온 관계자는 “한국파스퇴르연구소라는 바이오 생태계 내에 연구와 대량 생산이 동시에 가능한 원스톱 거점을 마련한 것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라며 “머크와 병용 임상을 통해 적응증을 확대하고 검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로벌 빅파마와 대형 계약을 이끌어내 국산 방사성의약품의 자존심을 세계에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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