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삼성전자 노사가 창사 이후 최대 규모 총파업 위기 끝에 임금·성과급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반도체(DS) 부문에 별도 특별경영성과급 제도를 신설하고 장기 성과연동형 보상 체계를 도입하면서 삼성 보상 시스템 자체가 사실상 새 틀로 재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DS 부문은 조건 충족 시 개인별 수억원대 보상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를 두고 “삼성식 성과주의의 역사적 전환점”이라는 평가까지 내놓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삼성전자노조 공동교섭단은 전날 ‘2026년 임금협약 및 성과급 잠정 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안은 향후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번 합의 핵심은 기존 OPI(초과이익성과급)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DS 부문에 별도의 특별경영성과급 제도를 신설한 점이다. 노조가 강하게 요구해온 “반도체 초호황 성과를 보다 직접적으로 보상해야 한다”는 요구가 일정 부분 반영된 것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성과급은 기존 OPI와 DS 특별경영성과급으로 이원화된다. 노사는 사업성과를 기준으로 OPI 재원을 정하고 DS 특별경영성과급은 별도 재원으로 사업성과의 10.5% 수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 삼성전자 OPI는 사업부 실적과 EVA(경제적부가가치) 등을 반영해 연봉의 최대 50% 수준에서 지급돼왔다. 이번 합의에서는 DS 부문 특별성과급 재원을 별도로 분리하면서 실질적인 총 보상 규모 확대가 가능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내부적으로 OPI와 특별성과급을 합산할 경우 총 보상 규모가 연봉 기준 11.5~12% 수준까지 추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은 ‘상한 폐지’다. 합의안에는 DS 특별경영성과급 지급률 한도를 두지 않는다고 명시됐다. 기존 삼성 보상체계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파격 구조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AI·HBM 시대 반도체 초과이익을 장기 인센티브 구조로 일부 제도화한 것”이라며 “미국 빅테크 수준의 장기 성과보상 체계를 삼성식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 “HBM 성과 보상 제도화”…10년 장기 인센티브 도입
DS 특별경영성과급은 향후 10년간 운영된다. 2026~2028년에는 DS 누적 영업이익 200조원 이상 달성 시 지급하고 2029~2035년에는 100조원 이상 달성 시 지급하는 구조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HBM과 AI 반도체 초호황 사이클을 장기적으로 제도화한 첫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성과급 지급 방식 역시 기존과 달라졌다. DS 특별경영성과급은 세후 전액 자사주 형태로 지급된다. 지급 주식의 3분의 1은 즉시 매각 가능하지만 나머지 3분의 2는 각각 1년과 2년간 매각이 제한된다. 단기 현금 보상보다 장기 기업가치 상승에 임직원 이해관계를 묶어두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고성과 핵심 인력 중심으로는 수억원대 자사주 보상 가능성도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메모리사업부 핵심 개발 조직 일부의 경우 성과와 직급에 따라 최대 5억~6억원 수준 보상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HBM 경쟁력 회복과 AI 반도체 시장 대응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도 이번 구조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삼성 내부에서는 HBM 개발 조직을 중심으로 “초고강도 개발 일정 대비 보상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누적돼왔다. 특히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성과보상과 스톡그랜트 등을 확대하면서 삼성 내부 위기감도 커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DX 부문 역시 변화가 적지 않다. 기존 OPI 기준을 유지하되 향후 EVA 기반 성과체계 선택권을 열어두기로 했다. 단순 영업이익 중심에서 투자 효율성과 자본 활용까지 반영하는 방향으로 보상체계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 총파업 위기 넘겼지만…‘성과주의 재편’ 후폭풍도
임금 및 복지 분야에서도 변화가 포함됐다. 2026년 임금인상률은 기본 인상률(Base-up) 4.1%와 평균 성과인상률 2.1%로 결정됐다. CL별 샐러리캡도 상향된다. CL4는 최대 1억3000만원 CL3는 1억1000만원 CL2는 8000만원 수준으로 각각 오른다.
복지 분야에서는 무주택 조합원 대상 사내 주택대부 제도를 시행하고 출산경조금도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 첫째 100만원 둘째 200만원 셋째 이상은 500만원으로 상향된다. 변형교대 근무자의 지정휴무·지정근무 보상체계 개선도 합의안에 포함됐다.
다만 일부 보상은 사업부별 차등 적용된다. 노사 합의에 따라 타결금 성격의 600만원 상당 자사주 지급은 DX부문과 CSS사업팀에 한정됐고 DS 부문은 제외됐다. 이번 합의는 삼성 노사관계 역사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무노조 경영 철학 아래 장기간 운영돼왔지만 최근 수년간 노조 영향력이 급격히 확대되며 대규모 파업 위기까지 치달았다.
올해 협상에서는 노조가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제도화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장기간 대치가 이어졌다. 실제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과정에서 10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을 반복한 끝에 가까스로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이번 합의가 삼성 내부를 넘어 국내 산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시대 초과이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졌다”며 “향후 SK하이닉스와 현대차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 노사 협상에도 상당한 압박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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