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김창수 기자 | 롯데케미칼이 길었던 적자 터널에서 벗어나 실적 회복 실마리를 잡았다. 1분기 영업이익 73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고 중동발 공급 차질과 제품 가격 상승, 원료 투입 시차 효과가 맞물리며 수익성 개선을 이뤘다. 여기에 대산·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구조재편, 고부가 소재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이 본격화되며 경영 정상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4조9905억원, 영업이익 735억원, 당기순이익 33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8% 늘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흑자로 돌아섰다.
▲ 롯데케미칼, 10분기 만의 흑자전환…래깅 효과·첨단소재 부문 약진
회사 측은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글로벌 공급망 변동성과 원재료가 상승 압박이 커졌지만 탄력적인 원료 조달과 가동률 조정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의료용 수액백 원료와 콘크리트 혼화제 원료 등 산업용 핵심소재 공급을 이어간 점도 공급망 관리 역량을 보여준 대목이다.
롯데케미칼은 2023년 3분기 이후 10개 분기 만에 영업흑자를 냈다. 중동 사태 이후 3월부터 제품 가격이 급등했고 저가 납사 투입에 따른 래깅효과와 500억원 규모 재고이익이 실적에 반영된 영향이 컸다. 아울러 글로벌 에틸렌·PP·PE 공급 감소와 역내 재고 소진도 제품 스프레드 확대에 기여했다.
사업별로는 기초화학 사업 반등이 두드러졌다. 기초화학 부문은 매출 3조4490억원, 영업이익 45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판매 가격 상승에 따른 스프레드 개선과 원료 래깅효과가 작용했다.
첨단소재 부문도 매출 1조233억원, 영업이익 615억원을 냈다. 자동차·가전 등 전방산업 연말 재고조정이 마무리되고 수요가 회복되며 판매량과 판가가 함께 개선됐다. 롯데정밀화학 또한 암모니아 등 주요 제품 수요 회복으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이어갔다.
롯데케미칼의 2분기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중동발 공급 차질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화학제품 가격 상승분이 실적에 추가 반영될 가능성이 커서다.
iM증권은 2분기 롯데케미칼 영업이익을 1650억원으로 전망했다. 유진투자증권도 1340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했다. 다만 고가 납사 투입이 본격화될 경우 1분기와 반대로 역래깅 부담이 생길 수 있어 제품 가격과 원료 가격 흐름이 단기 실적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 장점은 사업 구조가 단기 래깅효과에만 기대지 않는다는 데 있다. 회사는 국내 석화산업 구조재편 핵심 축인 대산·여수 NCC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산공장은 6월 초 물적분할 이후 9월 통합법인 출범과 통합 운영 개시를 목표로 한다. 여수공장도 지난 3월 사업재편 계획서 제출 이후 파트너사와 협력해 단계적으로 재편을 진행할 계획이다. 장기간 이어진 범용 석유화학 공급과잉을 설비 통합과 가동 효율화로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 양대 석화단지 구조개편 최대 관건…“고부가사업 전환으로 반등 속도”
정부 지원 기조 또한 구조재편 실행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2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이 제출한 대산 사업재편계획을 승인했다. 롯데케미칼 대산 사업장 분할 후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해 NCC와 다운스트림 설비를 통합 운영하게 된다.
구조재편이 마무리되면 롯데케미칼 재무 부담은 일부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대산·여수 NCC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이 완료될 경우 연결 재무제표 개선이 기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대산은 통합법인 출범 이후 롯데케미칼과 현대오일뱅크가 5대5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가 되고 여수 역시 지분 재편 논의가 진행 중이다. 사업 재편 과정에서 일부 NCC 가동 중단이나 통합 운영이 병행되면 공급과잉 부담을 낮추고 고정비 효율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범용 석유화학 의존도를 낮추고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소재 등으로 수익 기반을 넓히고 있다.
올해 롯데첨단소재와 롯데정밀화학의 영업이익은 각각 2510억원, 123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두 사업은 기초화학보다 수익 변동성이 낮아 업황 부진기에도 실적 방어 역할을 할 수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아직 적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손실 축소 가능성이 거론된다. 고객사 북미 ESS 전환과 AI용 고부가 회로박 출하가 본격화되면 장기적으로 배터리 소재 부문 손익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회복세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1분기 흑자에는 저가 원료 투입에 따른 래깅효과와 재고평가손 환입이 반영됐다. 중동 사태가 진정되거나 유가가 조정될 경우 역래깅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사업 분위기는 지난해와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다. 과거에는 업황 부진과 공급과잉, 차입 부담이 동시에 부각됐다면 지금은 단기 실적 반등과 정부 주도 구조재편, 포트폴리오 고도화가 맞물리며 회복 가능성이 구체화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구조조정과 고부가 전환을 통해 반등 속도를 높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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