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입은 유통, 스페셜티 무장한 화학…체질 바꾼 '뉴 롯데'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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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입은 유통, 스페셜티 무장한 화학…체질 바꾼 '뉴 롯데' 날았다

이데일리 2026-05-21 05:50: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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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전진 김지우 김성진 기자] 지난 15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1층 스타에비뉴. 평범하던 백화점 입구에 ‘한약방 사우나’ 콘셉트의 방탈출 게임이 한창이었다. 외국인 손님이 몰리며 영업 1시간 전부터 대기 줄이 늘어섰다. 게임을 마친 러시아인 이리나(23)씨는 “한국 백화점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 언제든 또 올 생각”이라고 했다. 이날은 롯데가 유통 계열사를 묶은 ‘롯데타운 명동 페스티벌’ 첫날이다. 단순 외형 확대와 내수에만 머물러 있던 롯데그룹의 변화상을 보여주는 단면 중 하나다.

15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1층 스타에비뉴에 열린 ‘롯데타운 한약방 사우나 방탈출’에 방문객들이 입장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롯데백화점 제공)




◇“백화점이 이렇게 재밌다고?”…롯데 확 변했다


롯데가 달라지고 있다. 단순 실적 반등이 아니다. 신동빈 회장이 수년간 추진해온 외국인·글로벌·고부가 3각 체질개선 전략이 동시에 결실을 내고 있다는 평가다. 점포 외형 경쟁에 매달리던 ‘유통=내수’ 공식을 깨고, 백화점 명동 본점엔 K콘텐츠를 입히고 베트남엔 미래 거점을 배치했다. 그룹의 또 다른 핵심 축인 화학도 범용 중심에서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 등 고부가 스페셜티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중이다. 유통·식품·화학 등 주요 계열사에서 일제히 반등 신호가 잡히는 배경이다.

15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9층 K패션 전문관 ‘키네틱 그라운드’에 열린 모바일 게임 ‘운빨존많겜’ 체험형 굿즈 팝업에 방문객들이 몰려있다. (사진=김지우 기자)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올 1분기 영업이익 2529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대비 70.6% 급증한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1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2024년말 유동성 위기설로 흔들렸던 그룹이 1년여 만에 1분기 영업이익을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린 셈이다. 핵심 엔진은 백화점이다. 1분기 영업이익의 80%가 백화점에서 나왔다. 본점의 외국인 매출이 두 배 이상 뛰고 잠실·부산본점 등 핵심 점포도 동반 성장했다. 마트도 영업이익이 20.2% 늘었는데, 이 중 70% 이상이 베트남 등 해외사업에서 나왔다.

롯데그룹은 2024년 신동빈 회장이 직접 비상경영을 선포한 뒤 뼈를 깎아왔다. 지난해 7월에는 사상 첫 1박2일 VCM(사장단 회의)을 주재하며 본원적 경쟁력과 실행력 강화를 주문했다. 이후 외형보다 내실, 점포보다 콘텐츠로 서서히 무게중심이 옮겨갔다. 백화점은 본점·잠실 등 핵심 점포에 자원을 몰아넣어 K패션관 ‘키네틱 그라운드’와 식품관 ‘레피세리’를 차례로 띄웠다. 마트는 매장 90%를 식품으로 채운 ‘그랑그로서리’와 그로서리 전용 앱 ‘제타(ZETA)’를 양 날개로 세웠다. 곁가지를 쳐내고 본업에 자원을 몰아넣는 작업이 그룹 곳곳에서 성과로 이어진 셈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위기설이 오히려 기회 됐다…독해진 ‘뉴 롯데’



롯데쇼핑 이외 계열사도 반등 신호가 뚜렷하다. 롯데면세점은 업황 한파 속에서도 지난해 1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영업 흑자를 이어오고 있다. 다이궁(중국 보따리상) 비중을 줄이고 시내·온라인 중심 재편 등 뼈를 깎은 구조조정이 효자였다. 지난달엔 3년 만에 인천국제공항에도 재입성하며 외형 회복 채비를 마쳤다. 식품에서도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돈다. 대표적으로 롯데웰푸드(280360)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인도·카자흐스탄 등 해외법인이 끌어올린 결과다. 계열사마다 ‘해외와 수익성’이라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신 회장은 직접 해외를 누비며 현장 경영을 이끌었다. 특히 베트남은 이제 그룹의 새 성장축으로 든든히 자리했다. 올해 첫 공식 해외 현장경영지도 베트남 하노이였다. 1분기 베트남 백화점 영업이익은 분기 최대치를 갈아치웠고, 하노이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는 단일 점포 매출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롯데의 변화가 이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수익성과 콘텐츠를 무기로 한 ‘뉴 롯데’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위기설이 오히려 기회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롯데는 그동안 변화에 더디고 보수적이라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돼 왔는데, 이번엔 K콘텐츠와 외국인 수요 같은 외부 환경 변화를 빠르게 자기 기회로 가져오는 모습이 보인다”며 “2024년 유동성 위기설이 그룹 전체에 위기의식을 심으면서 의사결정 속도를 끌어올린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서 내외국인 방문객들이 결제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롯데마트 제공)


◇오카도·스페셜티·베트남…신동빈式 체질개선 가속



더 기대되는 것은 미래다. 롯데마트는 올 하반기 영국 오카도와 손잡고 지은 국내 첫 자동화 물류센터 ‘제타 스마트센터 부산’ 가동을 앞두고 있다. 약 2000억원이 투입된 이 센터는 2032년까지 1조원을 투입해 전국에 6곳의 풀필먼트(CFC)를 짓겠다는 ‘넘버 1 그로서리’ 청사진의 첫 단추다. 백화점도 본점·잠실 등 핵심 점포 리뉴얼을 이어가며 ‘롯데타운’ 모델을 인천·부산 등 핵심 상권으로 넓힐 채비다. 신 회장의 ‘뉴 롯데’ 그림이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있는 국면이다.

부침을 겪던 화학에서 변화 조짐이 나타나는 것도 긍정적이다. 롯데케미칼(011170)은 올 1분기 10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동안 실적 부진의 주범으로 꼽혔던 기초소재사업이 455억원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선 게 결정적이었다. 단순 업황 반등이 아니라 구조 재편 효과가 일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구조조정 1순위였던 에틸렌·프로필렌 등 범용 제품이 중동 사태로 재조명되는 흐름도 영향을 미쳤다.

롯데케미칼은 이를 기회 삼아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시에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연 50만t 생산을 시작으로 수퍼EP 같은 고부가 라인업 확대도 추진한다. 5조 8000억원이 투입된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는 현지 석유화학 자급률을 44%에서 90%까지 끌어올릴 글로벌 거점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롯데는 그동안 변화에 수동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베트남 등 해외 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며 “내수 위축 시점에 외국인 소비와 글로벌 거점 중심으로 뉴 롯데 전략을 밀어붙인 점은 의미 있는 변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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