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하고 수치스러워"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 등 이스라엘 대사 초치
네타냐후 총리 "이스라엘 가치에 부합하지 않아" 이례적 비판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이 동지중해에서 나포한 가자지구 구호선단의 활동가들을 마치 현행범처럼 거칠게 다룬 사실이 극우 성향 정치인을 통해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 집권 연정 내 대표적인 극우 성향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20일(현지시간) 가자지구 해상 봉쇄를 뚫으려다 억류된 국제 활동가들을 찾아가 조롱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벤-그비르 장관이 소셜미디어에 직접 공개한 영상에는 이스라엘 남부 아스돗 항구의 구금 시설 바닥에 손이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는 수십 명의 국제 활동가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영상은 한 활동가가 "팔레스타인에 자유를(Free Palestine)"이라고 외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경비 대원들은 이 활동가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끌어 내리고, 현장을 방문한 벤-그비르 장관의 동선 밖으로 거칠게 끌고 나갔다.
이후 벤-그비르 장관은 수갑을 찬 채 무릎을 꿇고 있는 활동가들 앞에서 대형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히브리어로 "이스라엘에 온 것을 환영한다, 우리가 바로 이 땅의 주인이다"라고 외쳤다.
영상의 다른 장면에서는 확성기를 통해 이스라엘 국가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선박 갑판 위에 격리된 활동가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또 벤-그비르 장관이 한 남성과 격렬한 언쟁을 벌이거나, 다른 활동가가 강제로 제압당하는 모습을 보고 "원래 이래야 마땅하다"고 말하는 장면도 영상에 담겼다.
이번에 억류된 활동가들은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해상 봉쇄를 저지하기 위해 지난주 튀르키예에서 출항한 구호 선단 탑승자들이다.
이스라엘 외무부가 전날 "가자지구 봉쇄 돌파를 시도한 활동가들의 항해가 종료되었다"고 발표한 뒤, 이들은 이스라엘 군에 의해 아스돗 항구로 강제 압송됐다.
현재 압송돼 구금된 400여 명의 국제 활동가 중에는 캐서린 코놀리 아일랜드 대통령의 자매도 포함되어 있어 외교적 파장도 예상된다.
실제로 이탈리아 정부는 구금된 활동가들을 대하는 이스라엘의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소환했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도 소셜미디어 엑스(X)에 "우리의 분노를 표현하고 설명을 듣기 위해 주프랑스 이스라엘 대사 소환을 요구했다"고 썼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끔찍하고 수치스러우며 비인도적인 처사"라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대리를 초치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례적으로 벤-그비르 장관을 비판하고 나섰다.
네타냐후 총리는 공식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테러 조직 하마스 지지자들의 도발적인 구호선이 우리 영해에 진입해 가자지구에 도달하는 것을 막을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벤-그비르 장관이 구호선 활동가들을 대하고 다룬 방식은 이스라엘의 가치 및 규범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태로 외교적 파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관련 부처에 즉각적인 조치를 명령했다"면서 "관계 당국에 이번 도발자(구호선 활동가)들을 가능한 한 가장 이른 시일 내에 이스라엘 영토 밖으로 강제 추방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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