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회 칸 국제영화제 일정을 무사히 마친 영화 〈군체〉가 본격적으로 한국 관객들과 만납니다. 개봉을 하루 앞둔 20일, 연상호 감독과 출연진이 첫 국내 시사 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취재진 앞에 섰어요. 칸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시사에서 현지를 찾은 영화 팬들의 환호를 듬뿍 받은 이들의 얼굴에는 여운이 가득했습니다.
〈군체〉는 정체불명의 과학자 서영철(구교환)이 일으킨 생화학 테러로 감염 사태를 맞은 건물이 원천봉쇄되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립니다. 졸지에 고립된 생존자들은 구조되기 위해 미션 아닌 미션을 해결해 나가야 하죠. 연상호 감독의 좀비 세계관, '연니버스' 속에서도 매우 독특한 설정들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감독은 이날 과거 자신이 만든 좀비물과 〈군체〉의 차이점을 밝혔는데요. 그는 "(〈군체〉를) 구상할 때 좀비 영화를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니다"라며 "초고속 정보 교류로 인해 생기는 집단적 사고와 거기서 오는 개별성의 무력함을 이야기로 풀어보려 했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주제의식을 정하고 난 후 어떻게 만들지를 고민하다 보니 좀비물이 어울릴 듯했다는 거였죠.
영화 〈군체〉
감독은 "집단으로 교류하고, 잘못된 방향이든 옳은 방향이든 끊임없이 업데이트를 해 나가는 좀비를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전작에서는 브레이크 댄서나 스턴트맨과 작업하며 기괴한 움직임에 집중했다"며 "이번에도 해당 전문가들의 역할이 컸지만 〈군체〉에서는 보다 추상적인 개념을 몸으로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아방가르드한 무용을 하는 현대 무용팀과도 함께 했다"고 설명했어요.
이어 그는 자신의 좀비물 〈부산행〉, 〈서울역〉, 〈반도〉를 차례로 언급했습니다. 모두가 개성있는 작품이지만, 전작들은 좀비의 전형적 모습과 이색적인 장소의 결합에 노력을 경주했다면서요. 특히 〈반도〉의 경우는 빠르고 카 체이싱이 섞인 액션에 가까운 작품이지만, 〈군체〉는 서스펜스가 강조된 스릴러라고 강조했습니다. 감독은 "〈군체?는 좀비 자체에 집중했다. 제가 만든 영화 중 거의 처음으로 좀비가 주인공인 영화"라고 짚었습니다.
영화 〈군체〉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에서 좀비물을 경험한 전지현은 〈군체〉의 차별점을 '감염자'의 동시적 연결성으로 봤습니다. 그는 "기존 좀비물의 감염자, 좀비들은 개별적으로 통제불능 상태의 행동들을 한다"며 "〈군체〉의 감염자들은 알 수 없는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진화하고, 하나의 큰 덩어리로 움직이는 점이 다르다"고 했습니다. 액션 잘 하는 배우로 정평이 난 그가 이번 영화에서는 유독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는데요. 이를 두고 전지현은 "극 중 생명공학박사로 나오는데, 갑자기 교수님이 액션을 잘 해도 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그러면서 "많이 (액션을) 절제하며 촬영했다"고 덧붙였어요.
영화 〈군체〉
반면 생존자들의 대척점에 선 〈군체〉의 메인 빌런, 서영철 역을 맡은 구교환의 액션도 흥미로웠어요. 거창하게 몸을 날리진 않지만 좀비 집단의 조종자로서 제스처가 중요했죠. 그는 "저는 물론이고 영화 속 서영철도 처음 겪어보는 네트워크 접속 상태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소 거칠게 표현해 보려 했다"며 "이후 네트워크에 적응이 되면 얼굴 근육을 잠깐 움직이는 정도로 연기했다. 이 페이스 액션(?)은 연상호 감독이 직접 시범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듣고 있던 감독은 "저는 이걸 '마그네슘 부족 액션'이라 부르고 싶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고요.
영화 〈군체〉
하얀 점액질은 지금까지 공개된 〈군체〉의 대표적 이미지로 각인됐는데요. 영화에서도 아주 중요한 설정으로 기능합니다. 다소 불쾌감을 줄 수도 있는 점액질 도입을 두고 연상호 감독은 "일종의 사고를 하는 점균류, 페로몬으로 소통하는 개미 등을 보며 좀비에게도 확실한 소통 원리가 필요할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이어 "큰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인데, 슬라임을 너무 좋아한다. 영화가 잘되면 〈군체〉 점액질 슬라임을 출시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해 폭소를 이끌었습니다. 점액질로 연결되는 집단지성 좀비는 21일 〈군체〉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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