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밖에 없다.”
한국 여자축구의 간판 지소연이 역사적인 남북 클럽 대결 뒤 눈물을 보였다. 결정적인 페널티킥 기회를 살리지 못한 아쉬움, 결승 문턱에서 멈춘 책임감, 그리고 팀 동료들을 향한 미안함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여자축구 WK리그 수원FC 위민은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에서 내고향여자축구단(북한)에 1-2로 역전패했다. 조별리그 패배 설욕과 한국 여자축구 클럽의 첫 결승 진출을 동시에 노렸지만, 북한 여자축구 강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경기는 남북 여자축구 클럽 간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북한 스포츠 선수들이 한국에서 공식 경기를 치른 것은 2018년 12월 인천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이후 8년 만이다. 북한 여자축구팀의 한국 방문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었다.
수원FC 위민은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았다.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전반에만 슈팅 10개를 기록하며 내고향을 몰아붙였다. 전반 21분 하루히의 다이빙 헤더와 전반 30분 밀레니냐의 슈팅이 잇따라 골대를 맞는 불운도 있었다. 지소연은 중원에서 공격 전개를 이끌며 수원FC 위민의 흐름을 주도했다.
선제골도 수원FC 위민의 몫이었다. 후반 4분 지소연의 슈팅이 수비에 막힌 뒤 하루히가 상대 수비 실수를 놓치지 않고 마무리했다. 그러나 리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내고향은 후반 10분 최금옥의 헤더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고, 후반 20분 김경영의 헤더 득점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수원FC 위민에도 결정적인 기회가 있었다. 후반 30분 전민지가 박예경의 파울에 걸려 넘어졌고, 비디오 판독(VAR) 끝에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는 지소연이었다. 하지만 지소연의 슈팅은 골문을 벗어났다. 수원FC 위민은 이후 전방으로 공을 투입하며 동점골을 노렸지만 끝내 내고향 수비를 열지 못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지소연은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선수들이 너무 잘해서 4강까지 왔고 경기력도 뒤처지지 않았다”며 “북측 선수들과 경기하면서 이렇게 압도한 적은 처음이었는데, 많은 팬 앞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페널티킥 실축에 대해서는 스스로를 탓했다. 지소연은 “자신이 있었고 훈련 때도 다 성공해서 내가 차겠다고 했다”며 “상대 골키퍼를 속이려다 타이밍을 놓쳤는데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돌아봤다. 이어 “내가 성공시켰다면 연장까지 갈 수 있었을 텐데,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밖에 없다”고 했다.
지소연에게 북한은 대표팀 시절부터 높은 벽이었다. A매치 175경기에서 75골을 기록한 한국 여자축구의 상징이지만, 북한과의 맞대결에서는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 클럽 대항전에서도 지소연은 수원FC 위민 유니폼을 입고 다시 북한 팀을 상대했지만, 결과는 아쉬운 패배였다.
그래도 지소연은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이날 수원종합운동장에는 비바람 속에서도 5763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남과 북을 동시에 응원하자는 취지의 공동응원단이 내고향 쪽으로 기운 응원을 펼친 가운데서도, 수원FC 서포터즈와 홈팬들은 끝까지 수원FC 위민을 향해 목소리를 냈다.
지소연은 “수원 팬들이 열심히 응원해 주셔서 뛰는 내내 정말 행복했고 힘을 냈다”고 말했다. 이어 “WK리그에서 반드시 우승해 다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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