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 “속이 많이 상하네요.”
여자축구 WK리그 수원FC 위민의 박길영 감독이 끝내 눈물을 보였다. 아시아 무대 결승 문턱에서 멈춘 아쉬움도 컸지만, 안방에서 치른 경기에서 상대를 향한 응원이 더 크게 울려 퍼진 장면은 더 무겁게 남았다.
수원FC 위민은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에서 내고향여자축구단(북한)에 1-2로 역전패했다. 조별리그 0-3 패배 설욕과 결승 진출을 동시에 노렸지만, 북한 여자축구 강호의 벽을 넘지 못했다. 23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결승전은 도쿄 베르디(일본)와 내고향의 맞대결로 치러진다. 도쿄 베르디는 앞서 열린 준결승에서 멜버른 시티(호주)를 3-1로 꺾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박길영 감독은 “궂은 날씨에도 우리를 응원하러 온 팬들에게 죄송하다. 많은 취재진에도 감사드린다”며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경기였지만 선수들은 잘했다”고 총평했다.
그러나 이날 수원종합운동장의 분위기는 홈 경기라고 보기 어려운 순간이 적지 않았다.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한겨레통일문화재단 등 200여 개 단체는 지난 14일 약 3000명 규모의 ‘2025-2026 AWCL 여자축구 공동응원단’ 결성을 발표했다. 정식 명칭은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여자축구단 공동응원단’이었다. 통일부도 남북 상호 이해 증진을 명분으로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기 당일 현장의 응원은 한쪽으로 기울었다. 공동응원단은 경기 전 수원종합운동장 외벽에서 북과 꽹과리, 풍선봉 등을 앞세워 거리 행진을 벌였다. 경기장 안에서도 E석에 자리한 공동응원단은 수원FC 위민 선수단 입장 때는 조용했던 반면, 내고향 선수들이 들어서자 큰 환호를 보냈다. 경기 중에도 주로 “내고향”을 연호했다. S석에서 수원FC 서포터즈 ‘포트리스’가 홈팀 응원을 이어간 것과 대비됐다.
현수막에서도 온도 차가 드러났다. ‘조선 내고향 여자축구단 방문을 환영합니다’, ‘내고향여자축구단 반갑습니다’ 등 내고향 환영 문구가 눈에 띈 반면, 수원FC 위민을 응원하는 문구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공동응원단은 앞서 “승패를 떠나 페어플레이와 평화가 구현될 수 있도록 응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내고향을 향한 응원에 무게가 실렸다.
박길영 감독도 이 장면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는 “수원FC 위민은 대한민국 축구팀이다. 경기 중에도 반대편에서 상대 응원이 나왔는데 속상하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박길영 감독은 경기 내용에 대해서는 선수들을 감쌌다. 그는 “전반에는 한 발자국 더 뛴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전반에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며 “후반 들어가기 전 세컨드볼을 강조했다. 이행해주려고 했던 선수들이 대견했다”고 돌아봤다. 후반 페널티킥을 실축한 지소연에 대해서도 “내가 차라고 했다. 책임은 내게 있다. 감당은 내가 할 테니 고개 숙이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길영 감독은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도 호소했다. 그는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오늘 이겼어야 했다. 여자축구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며 “많은 관중과 취재진이 온 게 처음이다. 설레기도 하고 반가웠다. 선수들은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뛰어야 한다고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에는 질문을 받지 않고 직접 말을 이어갔다. 박길영 감독은 “작년 11월 예선부터 지금까지 달려왔다. 구단 분들도 정말 고생했다. 고생했다고, 또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며 “멋진 경기를 보여주고 결과까지 가져와야 했는데 수원FC 서포터즈에게 죄송하다. 여자축구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박길영 감독의 발언이 끝나자 기자회견장에 있던 취재진은 박수로 화답했다. 패배의 아쉬움보다 여자축구를 향한 호소가 더 진하게 남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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