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서울시장 선거에서 맞붙는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20일 오전과 오후 각각 진행된 관훈토론에서 세운4구역 재개발 문제와 GTX '철근 누락' 문제 등을 두고 충돌했다. 지난 14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에 이어, 이날 관훈토론도 1대1 맞토론 형식이 아닌 '순차 토론'으로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오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세운4구역 재개발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영향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책임을 토지주들에게 돌렸다. 오 후보는 "상당한 오해가 있는 게,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는 것이 서울시가 동의하면 되는 일이 아니"라며 "사업의 주체는 (세운4구역) 토지주 협의체"라고 밝혔다.
그는 "수탁자인 SH공사 입장에서는 위탁자인 토지주들의 동의가 없으면 세계유산영향평가로 가는 절차에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가 없다며 "그 점을 모두 잘 모르시고 서울시가 고집스럽게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는 것을 피하려고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칼럼도 쓰신 언론인들이 참 많이 계셨다"고 토로했다.
오 후보는 "(토지주들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신청하면 3년 걸릴 수도 있고 5년 걸릴 수도 있는데 도저히 그건 용납 못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며 "그동안 켜켜이 쌓인 국가유산청에 대한 불신, '저기만 가면 (재개발이) 몇 년 걸린다'고 하는 과거를 바탕으로 한 불신이 너무 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협의가 중단된 상태인데, 선거 직후 논의를 재개해서 가급적이면 유산영향 평가를 스피디하게 하는 걸 전제 조건으로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서울시는 중재 역할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정 후보는 착공만 남았던 세운4구역 재개발이 오 후보 취임 이후 지연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정 후보는 "세운4구역은 이미 합의가 끝나 착공만 남은 상태였다"며 "그런데 재보궐선거로 오 후보가 취임한 이후 다시 논의를 시작해 지난해 고층 개발을 발표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어떤 건물을 지을 때 환경영향평가나 교통영향평가를 받게 돼 있다. 세계 유산 부근에 있는 지역도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고 개발하게 돼 있다"며 "지금이라도 빨리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고 진행하면 빠르게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토지주들의 반대가 심하다는 오 후보 주장에 대해서는 "토지주 입장에서 찬성하고 반대할 문제가 아니"라며 "건물주가 건축할 때 환경영향평가나 교통영향평가를 안 받고 건축할 수가 있느냐. 받아야 하는 절차를 받을지 말지 논쟁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토지주 입장에서는 오 후보 취임 이후 건물 사업성이 더 높아질 수 있으니 4년을 기다린 건데, 그런 보장 없이 1~2년 더 기다리라 하면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라며 "빠르게 평가받을 수 있게 정부나 유네스코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오 후보가 서울시장을 맡는 동안 사라진 서울사회서비스원(서사원)에 대한 양 후보 입장도 제시됐다.
오 후보는 "제가 시장이 돼서 보니까 서사원이라는 조직은 민간 조직보다 더 일을 열심히 안 하더라"고 비난하며 "유사한 다른 조직에 비해 병가를 쓰는 날짜가 엄청나게 높았고, 주말 돌봄과 야간 돌봄 비율은 현저히 낮은데 처우는 좋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좀더 열심히 하라'고 몇 번 경고했지만 노사 간 입장이 좁혀지지 않아 없어진 조직"이라며 "돌봄을 소홀히 했다며 자꾸 인용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잘못한 건 잘못한 것"이라고 했다.
정 후보는 "중증 환자, 그리고 또 민간에서 하기 어려운 돌봄을 해결하기 위해 처음에 만들어진 게 서사원"이라면서도 "서사원 형식으로 (돌봄 정책을) 할 것이냐 민간에서 할 것이냐 이건 중요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서비스를 더 효율적으로 제공할 것이냐, 그리고 안전하게 제공할 것이냐 여기에 목표를 둬야 한다"며 "민간의 서비스 구조, 지금의 통합돌봄 구조로 도저히 안 된다고 판단하면 그때 (서사원 형식의 공공돌봄기관을) 세워도 늦지 않는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이날 두 후보는 최근 불거진 스타벅스 '5.18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해서도 각각 입장을 냈다.
정 후보는 토론회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은 대학교 1학년 때 그 진실에 대해 접하게 됐고 제 인생을 바꾸게 된 아주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였다"며 "이번 스타벅스 사태는 역사감수성 또는 시민감수성에 위배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오 후보는 토론회 이후 다른 장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픈 역사를 이용하거나 역사적 의미를 훼손하는 행위는 엄격히 자제되고 또 때에 따라서 지탄해야 한다"면서도 "이것을 선거에 이용하는 행위는 또다른 역사적 의미를 손상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두 후보는 관훈토론에서 GTX-A 삼성역 구간에서 발생한 '철근 누락' 사태 공방도 닷새째 이어갔다. 정 후보는 숭례문 화재와 용산·이태원 참사 등 오 후보 재임 시절 발생한 참사들을 언급하며 "거의 매년 발생하고 있는 이런 참사는 우연이 아니라 바로 서울시의 안전불감증 때문에 생긴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구조적 문제는 최고 책임자인 시장에게 있다"며 "무책임한 행정은 이제 뿌리 뽑아야 한다. 뿌리 뽑을 유일한 방법은 바로 지도력을 교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후보는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도기본)이 시공 오류를 인지한 직후부터 19차례 보강 방안을 회의하고 한 달에 한 번 국가철도공단에 서류 보고를 했다며 "도기본 판단 어디에 오류가 있고 어디에 안전불감증이 있느냐"고 받아쳤다.
그는 임기 동안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정책들을 시행해 왔다며 지하철역 스크린도어 설치와 공사장 CCTV 녹화 의무화 등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면서 "이 덕분에 미연에 예방되고 있는 안전사고가 정말 엄청난 분량이라고 자부한다"고 했다.
'철근 누락' 문제는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소속 맹성규 국토위원장이 이날 해당 사안에 대한 현안질의를 안건으로 한 전체회의를 개최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현안질의 자체가 오 후보에 대한 정치공세'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국토위 간사인 이종욱 의원은 "철근 누락 문제는 기술적 문제고 국토교통부가 이미 현장검증과 감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현안질의는) 서울시장 선거를 의식한 정치공세이고 선거용 이벤트"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간사인 복기왕 의원은 이에 "해당 상임위인 국토위에서 다루지 않으면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서울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이날 국회 현안질의에서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모든 기둥의 전수조사뿐 아니라 서울시가 제시한 보강 방안에 대해 공인된 기관을 통해 최적의 보강 공법을 종합 검토할 예정"이라며 "관계기관 업무처리가 적절했는지 여부는 특별 현장점검과 감사를 통해 확인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특히 서울시가 국토부 산하 철도공단에 상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이날 회의에서 밝혔다. 그는 수천 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 '철근 누락' 관련 내용은 한두 페이지였다며 "숨은그림찾기 식"이라고 비판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 장관은 "아무리 (보고서) 양이 많더라도 (철도공단이 이를 세세히) 봤어야 한다는 의견에 부분적으로 일리가 있다"며 "철도공단이 부분적인 책임을 피해 갈 수 없다"고 하면서도 "(보고서가) 공구당 400페이지로 4개 공구 2000페이지가 넘는다. '숨은그림찾기 식 보고'는 제대로 보고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서울시에서 '보고를 다 했다'고 하는 것은 공직자로서 안전불감증과 도덕적 문제가 심각하다"며 "만약 국토부 공무원이 저에게 400페이지짜리 보고를 하고 두 줄 내용이 들어있었다고 한다면 그 공무원은 징계해야 한다"고 서울시를 겨냥했다. 그는 "최종 책임자는 국토부 장관"이라면서도 "국토부 장관이 사과해야 할 사안이라면 오세훈 시장은 무릎꿇고 사과해야 한다"고도 했다.
오 후보는 김 장관의 국회 발언에 대해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과 정 후보가 무리하게 억지 주장을 하는 바람에 국토부 장관도 관권선거에 동원되는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평소 김 장관의 인품에 비춰봤을 때 참으로 무리한 말씀"이라고 반발했다.
오 후보는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 사후조치는 흐트러짐 없이 했다. 모든 것을 다 철도공단에 보고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서 "민주당이나 정 후보의 무리한 선거운동, 관권선거 부분에 대해 중앙당이 더 관심을 갖고 지적하고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장동혁 지도부와의 관계에 대해 "후보는 후보대로 할 일이 있고, 중앙당은 중앙당의 역할이 있다"면서 한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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