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세아그룹의 해외 경영 행보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음에도 계열사 해외 공장의 관리 부실 리스크와 이에 따른 방만 경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사태의 발단이 된 계기가 노동자 인권 등과 관련 깊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미 해외 현지에선 각종 불미스러운 사태의 배경에 부실한 내부통제와 방만한 관리가 자리하고 있다며 사측에 책임을 묻는 여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노노갈등 공장 노조 간부의 퇴근 후 총격 피살…과테말라에서 벌어진 끔찍한 비극
글로벌세아그룹은 1986년 김웅기 회장이 설립한 의류 제조·판매 기업 세아상역을 모태로 성장한 기업 집단이다. 지난 2015년 11월 경영 효율성 강화와 의류 제조 사업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글로벌세아(존속법인)'로 사명을 변경했고 물적분할을 통해 의류 사업 부문을 전담하는 '세아상역(신설법인)'을 새롭게 설립했다. 이후 쌍용건설과 태림페이퍼 등을 인수하며 건설·제지 분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다만 여전히 그룹의 주력 사업은 여전히 의류 제조·판매업이다. 지난해 글로벌세아그룹 전체 매출 5조9929억원 가운데 3조9565억원(약 66%)이 세아상역에서 발생했다.
세아상역의 의류 사업은 OEM(의류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형태로 이뤄진다. 고객사가 제공한 디자인과 작업 지시서에 맞춰 완제품을 생산·납품하고 마진을 챙기는 식이다. 주요 고객사로는 월마트(Walmart), 나이키(Nike), 자라(Zara), 칼하트(Carhartt) 등이 있다. 세아상역은 북미 지역 고객사들과의 거래를 염두해 일찌감치 중남미 지역에 해외 생산 공장을 가동해 왔다. 특히 과테말라는 세아상역 북미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세아상역은 과테말라에서 ▲센텍사 주식회사(봉제 공장, CENTEXSA.S.A.) ▲에스앤지 주식회사(운영·생산 관련 법인, S&G, S.A.) ▲세아 인터내셔날 주식회사(봉제 공장, SAE-A INTERNATIONAL,S.A.) ▲세아 텍스피아(봉제 공장, SAE-A TEXPIA,S.A.) ▲위너스 주식회사(봉제 공장, WINNERS, S.A.) ▲글로비아 주식회사(프린팅 공장, GLOVIA,S.A) 등 총 6개의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세아상역이 북미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과테말라를 선택한 배경에는 가격 경쟁력 확보 목적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과테말라는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과 인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고객사들에 납품하는 제품에 대한 무관세(0%) 혜택까지 적용된다. 다만 무관세 혜택을 받으려면 원사(실)와 원단(천)을 미국이나 CAFTA-DR 체결국 내에서 조달해야 한다는 '원사 기준(Yarn-Forward Rule)'을 충족해야 하는데 세아상역은 이미 원자재 조달부터 완제품 생산에 이르는 전 공정을 현지에서 일괄 처리하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상태다. 만약 협정국이 아닌 타 국에서 미국에 의류 제품을 수출하려면 평균 16% 수준의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북미 현지에서 세아상역이 공을 들여 구축한 과테말라 수직계열화 시스템의 활용 축소 가능성이 제기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지 공장에서의 노노갈등과 이에 따른 방만 경영 리스크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는 북미 지역 고객사들과의 거래 단절까지 걱정할 수준의 악재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 또는 협력사의 ESG경영을 중요하게 여기는 풍토가 짙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세아상역 고객사인 나이키 역시 협력사에 노동권과 산업안전 보장 등을 담은 공급망 기준을 적용하며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UN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UNGPs) 준수를 명시하고 있다. 월마트도 자체 공급망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급업체에 작업장 안전과 인권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캐나다 노동·인권단체 마킬라 연대 네트워크(MSN)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세아상역 과테말라 현지법인 '세아 텍스피아' 공장 내에 노동조합 '시트라텍스피아(SITRATEXPIA)'가 설립된 이후 노조원들과 반(反)노조원들 간에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조 측은 근로조건 개선과 단체교섭을 요구 중인 반면 반노조 성향 근로자들은 노조 활동이 생산 차질과 고용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다소 과격한 행태도 등장하고 있다. 폭언이나 위협은 물론 노조 간부를 겨냥한 살해 위협까지 있었다. 2024년 6월 결국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노조 사무총장이었던 아나스타시오 치브 칼(Anastacio Tzib Caal)이 정체모를 괴한들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사건은 북미 지역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사건 직후 국제 단위의 노동단체, 미국 노동부 등은 일제히 규탄 성명을 냈다. 당시 테아 리(Thea Lee) 미국 노동부 국제노동담당 차관보는 "아나스타시오 치브 칼의 사망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가해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을 과테말라 당국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노동단체들은 공장 내에서 수년간 반노조 성향 근로자들의 위협과 폭력 행위가 반복됐음에도 이를 방조하거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사측의 방만한 경영 행태를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국제노동조합연맹(ITUC)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여전히 수사가 진행 중인 상태이며 여전히 국제 노동단체들은 현재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세아 측은 국제 노동단체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글로벌세아 관계자는 "텍스피아 공장 노동자 피습 사건 피해자는 근무시간 외 개인적으로 오토바이 택시를 운행하던 근로자였으며 운행 과정에서 현지 갱단 조직원들과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며 "오토바이 택시 운행 과정에서 갱단 조직원들로부터 불법적인 통행료 갈취를 받아왔던 것으로 추정되고 당시 근로자가 해당 갈취 요구에 응하지 않아 그 과정에서 갱단 조직원들에 의해 피살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지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더 이상 조사가 진행되지는 않고 있으며 당사 및 노동조합 활동과는 무관한 사안이다"고 설명했다.
2020년 위너스, 2022년 센텍사…세아 과테말라 공장 '폭력 방조' 논란 유사 사례 재조명
세아상역의 과테말라 현지 공장 노노갈등 방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국제 노동권 감시단체인 글로벌 노동자권리컨소시엄(WRC)에 따르면 세아상역 과테말라 생산법인 '위너스(WINNERS)' 공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위너스 공장에선 지난 2020년부터 독립노조인 '시트라위너스(SITRAWINNERS)'와 사측 성향의 또 다른 노조 간 갈등이 극심했다. 노조 사무총장이 현금과 휴대전화 등을 탈취당한 것도 모자라 사직하지 않으면 살해하겠다는 협박을 받기도 했다.
특히 사측 성향 직원들이 노조 간부들을 상대로 집단 폭행과 협박을 가했음에도 회사 관리자들이 이를 사실상 방관했고 폭행 사건 현장에 있었음에도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심지어 사측은 방관하는 수준을 넘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기도 했다. 일부 노조원들은 관리자들이 노조 소속이 아닌 직원들에게 "노조 때문에 브랜드 주문이 줄어들 수 있다" "공장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일은 또 다른 과테말라 생산법인인 센텍사(CENTEXSA) 공장에서도 벌어졌다. 지난 2022년 센텍사 공장에서도 독립노조 조합원과 사측 성향 근로자 간 충돌로 유혈사태가 발생했는데 사고 원인 조사 과정에서 강제 사직 압박, 부당해고 의혹 등이 제기됐다. 당시 WRC는 일부 조합원이 노조 탈퇴 압박을 받았음에도 공장 관리자들이 본체만체한 했으며 오히려 독립노조를 문제 집단으로 인식하게 만들어 현장 내 반(反)노조 정서를 자극했다고 비판했다.
과테말라 현지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노노갈등의 배경에 납기 지연을 우려한 사측의 방관이 자리하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그 과정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들이 향후 세아상역, 나아가 글로벌세아그룹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과테말라 현지에서 수십 년째 의류 봉제공장을 운영 중인 한 한국인 사장은 "글로벌 의류 바이어들은 납기 지연이나 생산 차질 리스크를 극도로 기피하기 때문에 노조의 영향력이 강한 기업에는 발주를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며 "독립노조의 요구에 대응하고 노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친사측 성향의 조직 운영을 일종의 방어책으로 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해외 현지 법인의 노사 갈등이 개별 사업장의 문제에 그친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전반의 인권 리스크를 기업 평가의 주요 지표로 삼고 있는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특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공급망 실사법이 의무화되는 추세인 만큼 현지 공장 내 노동자들의 폭력적 행위나 방조 의혹 등이 반복되면 글로벌 고객사들의 전방위적인 이탈로 이어질 수 있어 선제적이고 고도화된 리스크 관리 시스템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글로벌세아측은 위너스 공장의 노노갈등 사태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사실과 전혀 다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글로벌세아 관계자는 "위너스 공장의 제2노조가 설립됐을 당시 제1노조 측에서 '제2노조가 회사와 가깝다'는 취지의 주장을 제기한 바 있으나 이는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며 "과테말라 노동법 및 관련 규정상 조합원 수가 더 많은 노조가 회사와의 협의 과정에서 보다 많은 대표성을 가지기 때문에 당시 조합원 수가 더 많았던 제1노조와 회사 간 소통이 오히려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가 특정 노조 설립을 유도하거나 근로자 간 갈등을 조장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세아상역은 설립 이후 부터 모든 국가의 법을 준수할 뿐만 아니라 정직과 도덕성을 모태로 운영하고 있는 회사로 윤리경영은 그룹을 40년간 지탱해온 경영원칙이자 철학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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