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 참가한 美 위노나주립대 박넬슨 교수
입양 한인 소외 연구 전문가…"소통·연대 강화 지원 필요"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친가족을 만나지 못한 모든 입양인은 출생에 관해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와 상처를 평생 안고 삽니다. 더욱이 성장하면서 겪는 다양한 병력과 관련해 친부모 등의 건강 이력을 아는 것이 무척 중요한데 이런 부분에서 정보 공개가 꼭 필요합니다."
재외동포청이 주최한 '2026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에 참가한 미국 미네소타주 위노나주립대의 박넬슨(55) 교수는 2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모국이 전 세계 한인 입양인을 한민족의 일원으로 보듬기 위해서는 입양기록의 온전한 공개가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국내 법상 입양인 부모에 관한 정보 공개는 친부모의 동의가 없는 경우에는 불가한 상황이다.
박 교수는 "서류상에 기재한 정보가 설령 거짓 정보라도 접근할 권리가 있다"며 "해외 입양 동포들의 나이가 40∼60대가 점점 많아지고 있어서 건강이 중요해지고 있어서 가족의 건강 이력을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가족력이 있는 질병의 경우 보험처리가 가능한데 입양인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친가족에게 확인해야 하지만 정보 공개가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하다못해 건강 이력이라도 알아야 이에 잘 대비할 수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플 경우 속수무책"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아기 때 미국 미네소타주로 입양된 그는 대학에서 사회학·지질학을 전공해 박사과정을 밟던 중 도서관에서 국제 입양에 관한 자료를 찾다가 정보가 너무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입양인 출신이라서 자신이 이 분야를 연구하면 누구보다 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공부를 다시 했고, 현재 입양·인종 관련 정체성 연구의 주요 연구가로 자리 잡았다.
미주 전역에서 70여명의 한인 입양인을 만나 인터뷰했던 그는 "세대와 입양 시기에 따라서 입양인의 경험이 다르다"며 "한국전쟁 직후인 입양 초창기의 입양인은 백인사회에서 완벽한 소수자로서 단절과 외로움을 겪었고,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으며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1970년대 이후는 동남아 난민과 입양인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조금씩 인지도가 커졌고, 1980년대에는 아시아계 이주민의 존재감이 확실하게 자리 잡으면서 입양인도 자신의 정체성을 조금씩 찾을 수 있었다"고 짚었다.
이후 한류의 영향과 모국의 발전으로 한인 입양인에 대한 인식도 많이 호전됐지만 무조건 좋은 상황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후 강화된 이민정책 등으로 인해 배척도 생겨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모국이 입양인을 불쌍한 존재로 바라보는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입양이라는 단어 자체가 아이를 들이는 것인데 입양인들은 사실상 대부분 성인이거나 중년 이상의 세대가 됐다. 다 큰 어른으로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며 자리 잡은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가여운 시선이 아니라 동등한 한민족의 일원으로 보는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입양인과 해외 입양단체 등이 연대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많은 이들이 상처를 위로받고 모국과 거주국에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파양됐는데 시민권이 없어서 추방될 위기에 놓인 입양인들이 많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박 교수는 "과거 재외동포재단 시절 한인 입양인에 관한 사후 정보가 불분명한 게 1만7천여명에 이른다고 한 것을 미국 언론들이 불법체류자로 보도하면서 부풀려진 부분이 있다"며 "물론 양부모의 인식 부족 등으로 시민권을 얻지 못한 입양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지난 2004년 33살 때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는 그는 "모국에 첫발을 디뎠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며 "마치 오랜 고향을 찾은 것처럼 편안함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곳에서도 낯선 이방인이라는 모순된 감정을 느꼈다. 모든 한인 입양인은 이런 이중된 감정을 갖고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친가족 찾기와 관련해 개인사 공개를 꺼린 그는 "아기 때 입양 전 7개월간 위탁부모 가정에 맡겨진 적이 있다는데 그 부모라도 찾고 싶은데 기록이 없다"며 "제대로 정보 공개를 안 해주고 있어서 답답한 심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미주 한인 입양인의 실태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보이지 않는 아시안'을 출간했던 그는 조만간 한국어판도 발간할 계획이라며 두 번째 저서로 각종 영화·미디어 등에 등장하는 입양 가족 이야기를 담은 '집에 있는 이방인'을 곧 출간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wakar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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