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김유진 기자 | 중복상장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를 둘러싼 논의가 '주주동의' 문제로 옮겨붙고 있다. 시장에선 자회사 상장 시 주주동의를 의무화하는 방안과 다양한 주주동의 의결 구조가 제시됐다.
금융당국이 중복상장 '원칙 금지, 예외 허용' 방침을 밝힌 이후, 이번에는 주주동의 방식, 실제 제도화 방안 등 미결 쟁점을 구체화하는 논의가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20일 오전 서울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세미나'에서 자본시장연구원 남길남 연구위원은 '중복상장 심사기준 및 제도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번 세미나는 지난달 같은 주제로 열린 공개세미나의 후속 논의 성격으로 마련됐다.
남 연구위원은 이번 논의의 배경으로 2020년 전후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둘러싼 논란을 꼽았다. 그는 "2022년 세 차례에 걸쳐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규제가 강화됐지만, 일반적인 자회사 상장을 포함한 모자관계 전반으로 일반 주주 보호 논의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자율, 조건부·전면 의무화 3가지 시나리오
이날 발표의 핵심은 주주동의 의무화 여부와 그 범위다. 남 연구원은 이사회 자율(1안), 조건부 의무화(2안), 전면 의무화(3안)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1안은 이사회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 상법 개정으로 강화된 이사회의 주주 충실 의무에 따라 주주 영향 평가, 보호 방안 마련, 소통·공시 등 절차를 충실히 이행했다면 별도 주주동의 없이도 상장을 허용하는 구조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기업 자율성 보장, 절차 비용 절감이 장점으로 꼽힌다.
남 연구위원은 2022년 물적분할 1호 사례인 필옵틱스의 필에너지 상장 당시 모회사 일반 주주에 신주를 현물배당한 사례를 긍정적 선례로 언급했다.
다만 그는 "이사회가 지배주주로부터 실질적으로 독립돼 있느냐는 의문이 여전하고, 주주대표소송의 활용도도 낮아 사후 구제의 실효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2안은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다고 거래소가 판단하는 경우에만 주주동의를 요구하는 조건부 의무화 방식이다. 모회사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규제를 차등화한다는 점에서 비례성 원칙에 부합하고, 1안처럼 주주를 완전히 배제할 위험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남 연구위원은 "판단 주체인 거래소의 재량이 갖는 불확실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이냐는 과제가 남는다"며 "그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3안은 원칙적으로 모든 자회사 상장에 대해 주주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식이다.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동일한 보호 절차가 적용되고 일반주주 보호 효과가 명확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소규모 기업도 수억원대 비용 부담을 져야 하고, 상장 결정 과정에서 모회사 일반주주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남 연구위원은 "국내 벤처투자 회수의 90% 이상이 사실상 IPO(기업공개)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면 초기 위험자본 투자도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MoM, 가장 강력한 소액주주 보호 수단이지만…"
주주동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어떤 방식으로 동의를 받을지도 핵심 쟁점으로 제시됐다. 남 연구위원은 특별결의, 3% 룰 적용 일반결의, 소수주주 다수결(MoM·Majority of Minority) 세 가지 방식을 제안했다.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합병·분할·정관 변경 등에 오랜 기간 활용돼 법적 안정성이 높지만, 일반주주 참여율이 낮은 국내 현실에서는 지배주주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3% 룰 적용 일반결의는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해 영향력을 줄이는 방식이다. 다만 의결권 제한으로 정족수 충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꼽힌다.
MoM은 지배주주를 표결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일반주주들만의 다수결로 결정하는 방식으로, 세 가지 중 가장 강력한 소액주주 보호 수단이다. 남 연구위원은 "(MoM은) 2025년 OECD 지배구조 보고서 기준 15개국이 유사한 형태로 도입한 국제적 모범 사례"라면서도 "일반 주주의 참여율이 낮은 국내 환경에서는 오히려 부결 가능성이 높고, 수억 원대의 비용 부담도 작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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