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 '22년 만에 EPL 우승' 뒤에 숨겨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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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 '22년 만에 EPL 우승' 뒤에 숨겨진 이야기

BBC News 코리아 2026-05-20 16:27:26 신고

3줄요약

함께 배에 올라타 달라는 호소, 훈련장에 피워놓은 불, AI가 만든 틱톡 노래까지 전부 아스날이 22년 만에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을 차지하는 데 힘을 실어준 요소들이다.

언뜻 서로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엉뚱한 조합이지만,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이 승리에 각자 나름의 방식대로 얽혀 있다.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이끄는 아스날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맨체스터 시티가 본머스 원정에서 1-1 무승부를 거두면서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EPL 우승을 확정했다.

그렇다면 아스날은 어떻게 정상에 오를 수 있었나.

흔들림, 불, 그리고 믿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을 확정한 아스널 팬들이 19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밖에서 환호하고 있다
Reuters

아르테타 감독은 분명 불에 특별한 애착을 지닌 인물이다.

지난달 팀의 경기력이 부진하며 우승을 향한 도전이 잠시 흔들리는 듯 하자, 감독은 구단 훈련장에 실제 불을 피워놓고 선수들에게 온갖 부정적인 생각은 그 안에 던져버리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아르테타 감독은 런던 콜니의 구단 본부에서 선수, 스태프 및 그 가족들을 위한 바비큐 파티를 종종 주최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는 그가 결속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잘 보여준다.

그리고 그 불은 여전히 활활 타오르고 있다. EPL 우승을 차지한 아스날은 이제 오는 30일 파리 생제르맹에 맞서 2025~2026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컵까지 노리고 있다.

부다페스트에 열릴 챔스 결승전마저도 승리한다면, 현재 아스날 스쿼드는 구단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팀으로 불릴 것이다.

이번 EPL 우승은 단발성 돌풍이라기보다는 6년간 묵묵히 다져온 프로젝트의 결실에 가깝다.

아르테타 감독은 지난 2020년 6월, "과정을 믿어달라"고 말한 바 있다. 시간이 흐른 지금, 그의 말은 증명됐다.

아르테타 감독은 아스날을 유럽 최고의 팀 중 하나로 끌어낸 중심축이자 방향타 같은 존재다.

그리고 물론 아르테타 감독과 안드레아 베르타 현 스포츠디렉터는 이번 시즌 아스날을 여기까지 이끈 공로를 충분히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성공은 그 이전부터 수년에 걸쳐 쌓아온 기반이 마침내 결실을 본 결과에 가깝다.

에두 가스파르 전 스포츠디렉터와 제이슨 아이토 어시스턴트 스포츠디렉터·제임스 엘리스 기술디렉터(두 사람 모두 지난 1년 사이 팀을 떠났다)를 포함해 그가 구성한 운영진, 선수 영입 측면에서 큰 영향력을 마크 커티스는 이 팀을 전 세계 축구계가 부러워할 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실제로 이번 시즌 팀 내 프리미어리그에서 출전 횟수 기준 상위 15명 중 10명이 에두 체제에서 영입된 선수들이다.

그리고 2021년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을 떠나 풋볼 운영 디렉터를 거쳐 지난 9월 구단 최고경영자(CEO)로 승진한 리처드 갈릭 또한 구단의 재건 전략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왔다.

미국에 거주하는 조쉬 크랑키(아스날 구단주인 '크랑키스포츠 & 엔터테인먼트'의 공동 회장 겸 부사장) 역시 이번 시즌 훈련장을 자주 방문할 뿐만 아니라 구단 업무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고 알려져 있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크랑키 회장은 아스날 여자의 '이즐링턴 명예 시민권' 수여식을 보고자 런던을 특별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수 및 서포터 그룹들을 직접 만나 클럽의 성공적인 성공을 이끄는 원동력이 지역 사회임을 솔직히 이야기했다.

크랑키 회장은 올해1월 팀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FC에 패했을 때도 다시 런던으로 향했다. 이는 아르테타 감독이 서포터들에게 팀과 "함께 이 배에 올라타달라"라며 열정적으로 호소했던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구단 아카데미 스태프들도 최선을 다하며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1군 선수인 부카요 사카, 마일스 루이스-스켈리, 에단 은와네리, 맥스 다우먼은 모두 이 유소년 시스템에서 배출된 인재들이다.

아스날의 이번 시즌 승리는 이 모든 요소가 맞물려 완성된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다.

아스날은 우승 경쟁을 더욱 수월하게 할 수 있던 기회를 여러 차례 놓쳤고, 카라바오 컵 결승에서는 맨체스터 시티에 패하기도 했다.

아르테타는 냉정한 성향의 감독으로 유명하지만, 카라바오 컵 결승전에서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를 선발로 내세운 결정은 드물게 감정이 개입된 선택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이 골키퍼의 실수는 우승 트로피를 놓치는 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리그에서 다시 맨체스터 시티에 패하며 외나무다리 승부 구도가 펼쳐지자, 아르테타 감독과 구단은 시련 속에서 오히려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아르테타 감독은 자신의 감각과 직감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기 시작했는데, 이는 부임 초기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다만 계속 꾸준히 지켜온 것이 있다면, 바로 혁신적인 방법을 늘 활용했다는 점이다.

아르테타 감독이 그저 "어디선가 나왔다"고 말한, AI를 활용해 제작한 응원가 또한 그중 하나다. 선수들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외치는 형태의 이 노래는 이번 시즌의 응원가로 자리 잡으며 선수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노래 가사에는 감독이 좋아하는 표현 중 하나인 'make it happen(해내자)'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리고 아스날을 우승으로 이끈 지금, 아르테타 감독은 선수들이 마침내 해냈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미켈 아르테타 아스날 감독
EPA

아르테타의 열정과 야망

아르테타 감독은 지속적인 성공의 유산을 구축하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다. 한 번의 우승만으로도 인상적일 수 있지만, 반복해서 해내야 진정한 강팀이라는 의미다.

이 스페인인 출신 감독의 계약이 다음 시즌 후반에 만료되는 만큼, 현재 당사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바로 재계약이다.

현재 이미 협상이 진행 중이며,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끝난 후 논의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들 모두 새 시즌 시작 전 계약을 마무리하길 바라고 있다.

아르테타 감독은 기본 연봉 1000만파운드(약 202억원)에 챔피언스리그 진출 시 추가 500만 파운드를 받는 현재 조건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에 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이 나오는 베르타 현 스포츠디렉터의 계약 연장에 대해서도 내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아스날은 이제 아르테타의 구상이 깊게 스며든 팀으로, 2020년 9월 구단은 그의 직함을 헤드코치에서 감독으로 변경했다.

현재 아르테타 감독은 크랑키, 갈릭, 제임스 킹, 베르타와 함께 구단의 축구 운영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5인 중 하나다.

아르테타 감독의 코칭 스태프들 또한 마찬가지로 열정적이고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며, 분석가들이 관중석에서 이들을 소리쳐 응원할 정도다.

그리고 지난 여름, 아르테타 감독의 오랜 친구이자 전 동료인 가브리엘 에인세가 수석코치로 합류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에인세 코치는 올 시즌 팀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매 경기 전 수비수들끼리 동그랗게 모여 결의를 다지는 방식도 도입했다.

아르테타 감독은 매우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스타일로, 선수들에게 강하게 질책으로 자극을 줄 때와 코칭을 해야 할 때를 잘 파악한다.

하지만 이제 일부 역할을 믿고 맡기는 일도 잘한다. 코치진 전원이 훈련을 나누어 진행하며 한 사람의 목소리가 선수들에게 너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한다.

이제 아르테타 감독이 팀을 승리로 이끈 만큼, 다음 시즌에 오롯이 집중하게 될 수 있게 됐다.

아스날은 미드필더, 왼쪽 윙어, 스트라이커 보강을 원하고 있지만, 지난해 무려 2억5000만파운드를 쏟아부은 만큼, 영입보다는 방출에 훨씬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여름 팀을 떠난 유일한 1군급 선수는 알베르트 로콩가뿐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아스날은 이미 이미 초기 이적료 1470만파운드에 수비수 야쿠프 키비오르의 포르투FC 이적에 합의했다.

또한 최대 1500만 파운드 규모로 영입했던 크리스티안 뇌르고르의 이적도 허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은 벤 화이트, 가브리엘 마르티넬리, 가브리에우 제수스, 파비우 비에이라에 대한 제안도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더해 아스날은 구단 장부의 '순수익'으로 기록되는 홈그로운(유소년 출신) 선수들의 대형 매각도 고민하고 있다.

실제로 마르세유로 임대된 은와네리나 루이스-스켈리 매각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가 있었으나, 최근 루이스-스켈리는 아르테타 감독에게 중앙 미드필더 옵션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또한 임금 지출 규모를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유지하려는 의지도 엿보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천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수비수 위리엔 팀버르, 미드필더 데클런 라이스가 머지않아 새 계약을 맺을 예정인 데다, 가브리에우 마갈량이스, 윌리엄 살리바, 루이스-스켈리, 사카, 은와네리가 최근 재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번 시즌의 성공에 따른 막대한 선수단 성과급은 물론, 아르테타 감독의 연봉이 2000만파운드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구단의 운영비를 적절히 관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핵심 선수 다수가 20대 후반에 접어든 만큼, 구단이 조만간 스쿼드 재편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아스날은 올여름 레스터 시티의 10대 유망주로 손꼽히는 제레미 몽가에게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도우만, 말리 새먼, 에드윈과 홀거 퀸테로 형제, 루이스-스켈리 등 이미 10대 선수들이 포진해 있는 만큼 세대교체 과정에서 눈에 띄게 경기력이 하락하지는 않으리라는 기대감도 있다.

이번 시즌을 위한 작업은 언제 시작됐나

이 특별한 시즌을 위한 밑작업은 지난 2024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에서 열린 크랑케와의 회의에서 이사회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후 2025년 3월, 지난 여름 2억5000만파운드 규모의 아스날 영입을 주도했던 베르가 스포츠디렉터로 공식 선임되며, 경영진에게 구단 상징색인 빨간색 넥타이를 선물하기도 했다.

팬들은 베르타 스포츠디렉터를 환영했다. '거의 다 와서 실패하는 팀'에서 '우승팀'으로 바꾸어놓은 이적 시장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다만 베르타의 임명은 2024년 11월 에두 당시 전 스포츠디렉터가 아스날을 떠나 노팅엄 포레스트 등의 구단주인 그리스의 사업가 에반겔로스 마리나키스의 멀티 클럽 그룹에 합류하기로 하면서 내린 필연적인 선택에 가까웠다.

실제로 에두가 그때 떠나기로 결정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아스날에 남아 있었을 것이다.

젊고 배고픈 선수들이 경기력과 선수 영익 측면에서 구단에 이득이 된다는 것이 에두의 철학이었다.

반면 후임 베르타 디렉터에게 주어겨진 임무는 이보다 더 단순했다. 바로 우승이었다. 에두 체제에서 아스날은 여기까지 왔으나, 언제나 마지막 한 걸음이 가장 힘든 법이다.

그리고 베르타 데릭터가 구단의 선수 영입 방식에 미친 영향은 6400만파운드에 영입한 공격수 빅토르 요케레스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탈리아 출신 베르타 디렉터는 아르테타 감독 못지않게 열정적인 인물로, 올해 아스날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따돌리고 승리한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이를 잘 보여주었다. 당시 그는 전 동료인 디에고 시메오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감독과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포착됐다.

아스날은 지난 여름 이적 시장을 앞두고 출전 가능성이 높고, 체력이 좋고, 부상 저항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데려오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동시에 신체적으로 압도적인 선수들을 데려오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이 전력은 제대로 보상을 안겨주었다.

골잡이 사냥

지난 시즌으로 아스날이 3시즌 내내 리그 2위에 머물게 되면서 팀에 검증된 골잡이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베냐민 셰슈코도 관심 대상이었지만, 두 선수 가운데 요케레스가 '당장 우승을' 가져다줄 카드로 여겨졌다.

세슈코는 투자 자산으로서는 매력적인 선수였으나, 맨유가 최대 7370만파운드를 지급할 정도로 이적료는 이미 증명된 선수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알렉산더 이사크와 훌리안 알바레스 역시 아스날 스카우트팀이 지지하던 선수였으나, 두 선수 모두 이적료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일 것이라는 이해가 있었다.

그렇게 베르타가 임명되며 아스날은 스웨덴 출신 요케레스로 방향을 틀었다. 다만 아르테타 감독은 초반에는 망설였으나, 결국 영입에 동의하게 됐다.

구단은 아시아 투어 중 이 거래를 성사해 공식 발표까지 하고자 했고, 이에 요케레스의 메디컬 검진은 싱가포르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이루어질 정도였다.

상대 수비진 뒤로 침투하는 요케레스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아르테타 감독은 보다 더 직접적인 전술로 전환했다. 다만 특히 초반에는 감독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3월 국가대표팀 주간 스웨덴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끈 뒤, 요케레스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된 듯했다. 1월 중순까지만 해도 리그에서 단 5골에 그쳤던 그는 현재 리그 14골(시즌 전체 21골)을 기록 중이다.

이번 시즌의 서사

아스날의 이번 우승 서사에서 탄탄한 수비는 당연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마갈량이스와 살리바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센터백 조합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앞서 아스날이 SNS에 올린 스쿼드 단체 사진이야말로 이번 시즌이 어떻게 전개될지 엿볼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였다.

3번이나 리그 2위를 차지했던 선수단과 2억5000만 파운드 규모의 신규 영입 선수들 사이에 당시 15세였던 맥스 도우먼이 함께 앉아 있었다.

도우먼의 부상은 이미 비밀이 아니었다. 많은 에이전트와 스카우트들이 그를 지금껏 최고의 유소년 선수라고 평가하고 있었다.

어린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자 매우 조심하는 아르테타 감독조차도 그의 재능을 아르헨티나의 전설 리오넬 메시와 비교할 정도였다.

도우먼은 이번 시즌 구단 역사상 최연소 선발 출전 선수 및 최연소 챔피언스리그 출전 선수, 프리미어리그 최연소 득점자라는 기록을 모두 경신했다.

한편 이미 아스날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미드필더 라이스는 이번 시즌 팀 내 주요 선수들의 부상 때문에 더욱 무거운 책임을 짊어져야 했다.

그는 올 시즌 필드 선수 중 최장 출전 시간을 기록했으며, 일정이 혹독하다고 느끼면서도 긴 시즌 동안 리듬을 유지하고자 주 3회 출전을 선호했다.

라이스와 골키퍼 데이비드 라야, 마갈량이스가 이번 시즌 핵심 역할을 했다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이번 우승 서사는 구단 전체의 노력이자, 마침내 꽃을 피운 장기 프로젝트의 결실이다.

구단의 앞으로의 행보는 이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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