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년간 밀가루 가격을 짬짜미한 7개 제분업체에 담합 사건 사상 최대 규모인 6천71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 업체는 2006년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이후 또다시 가격을 야합한 데다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으면서도 이 같은 부당 행위를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일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총 7개 제분사에 밀가루 공급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과징금 6천710억4천500만원을 부과했다.
아울러 각 제분사가 자발적으로 가격을 3개월 이내에 다시 정하도록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 등 시정명령도 내렸다. 사실상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조치다.
공정위는 또 앞으로 3년간 밀가루 가격의 변경 현황을 1년에 두 차례 서면 보고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과징금은 담합 사건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담합 관련 매출액이 총 5조6천900억원에 달한 데다 업체별 매출 규모와 조사 협조 정도 등을 반영해 상위 사업자에는 15%, 하위 사업자에는 10%의 과징금 부과 기준율이 적용된 결과다.
구체적으로 업체별 과징금은 ▲사조동아원 1천830억9천700만원 ▲대한제분 1천792억7천300만원 ▲CJ제일제당 1천317억100만원 ▲삼양사 947억8천700만원 ▲대선제분 384억4천800만원 ▲한탑 242억9천100만원 ▲삼화제분 194억4천800만원 순이다.
이들 업체는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약 6년간 24차례에 걸쳐 제면·제과업체 등에 판매하는 밀가루 가격을 담합하고 거래 물량까지 제한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7개 제분사는 2024년 매출액 기준 기업간거래(B2B) 밀가루 판매시장의 87.7%를 점유하고 있어 사실상 시장 가격을 좌우할 수 있는 구조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담합 기간인 2022년 9월 기준 밀가루 판매 가격은 담합이 시작된 2019년 12월과 비교해 제분사별로 38~7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심, 오뚜기, 팔도 등 제빵·제과·제면업체들이 비싼 가격에 밀가루를 구매할 경우 결국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소비자 부담도 덩달아 증가한 셈이다.
반면 담합에 가담한 제분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은 2019년 -11.2~7.1% 수준에서 2024년 5.6~13.3%로 개선됐다. 업체별로 5년간 최소 5.8%p에서 최대 17.5%p 상승했다.
특히 이들 업체는 2006년에도 담합으로 한 차례 제재를 받고도 이 같은 담합을 재차 실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지난 1월 검찰의 요청에 따라 7개 제분사와 담합에 가담한 임직원 14명에 대해 고발 조치를 마쳤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즉각 반응했다. 농식품부는 담합에 연루된 업체들을 ‘제분업체 경영안정자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해당 자금은 밀을 수입해 제분하는 업체에 제공되는 정부 융자 지원책이다.
농식품부는 또 불공정 행위 재발 방지를 위해 매월 밀가루 가격을 모니터링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를 통해 향후 밀가루 판매시장에서 경쟁 질서가 확립되는 한편, 가격 재결정 명령 등 적극적인 시정조치가 이뤄져 왜곡된 시장가격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밀가루와 같이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식료품의 가격 등을 놓고 이뤄지는 담합에 대한 감시를 보다 강화하고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중히 제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적발된 제분사들은 사과 발표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CJ제일제당은 이날 공정위 과징금 결정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 경쟁사와의 접촉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제분협회를 탈퇴했다”며 “앞으로 공정한 식품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다시 쌓아가겠다”고 밝혔다.
삼양사도 이날 별도 입장을 내고 “일부 영업 관행과 내부 관리 체계의 미흡함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의사결정 절차를 전면 재점검하고 준법 체계를 강화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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