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권―국가경제' 균형 메시지로 타협 촉구했지만 '조정 결렬' 장벽
'소년공' 출신이지만 노조 향해서도 강력 압박…마지막까지 합의 추동
金총리도 관계장관회의·대국민담화 통해 노사 대화 촉구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삼성전자 노사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파업이 현실화할 위기에 놓인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어조를 높여 마지막까지 타협을 촉구하고 나섰다.
소년공 출신으로 노동자의 목소리에 힘을 더 실으리라는 예상과 달리 파업이 반도체 산업 전반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고려해 실용주의적 접근을 하며 노사 모두에 강한 양보의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 일부 노동조합이 단결권·단체행동권을 통해 단체교섭을 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은데 거기에도 적정한 선이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투자자들의 경우 위험과 손실을 부담했으니 당연히 이익을 나눠 갖는 권한을 갖는다. 영업이익을 배분받는 건 투자자와 주주"라며 "세금도 떼기 전에 일정 비율로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도 말했다.
이는 파업이 목전에 닥친 상황에 노조의 요구 사항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드러내며 파업을 실행하기보다는 다른 해법을 찾아볼 것을 강하게 압박하는 취지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앞서 파업 위기가 점차 고조되는 과정에서도 노동권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의 자세를 드러내면서도, 국가 경제와 공동체를 위한 '현실적 가치'도 놓칠 수 없다는 언급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이 노사 양측에 양보를 당부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 아니다.
우선 지난달 30일 열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사측은 노동자를 기업 운영의 소중한 동반자로 대우해야 하며 노동자와 노조도 책임 의식을 함께 가져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나 부당한 요구를 해서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게 된다면 해당 노조뿐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고 말했다.
특정 기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파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는 상황과 맞물리며 사실상 삼성전자 노조를 겨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다만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당시 "특정 기업과 관련된 사안을 논의한 것은 아니다"라며 "노동자와 사용자, 국민 모두의 공생과 협력이 중요하다는 원칙적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청와대는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상징성과 비중이 매우 크다는 판단 아래 물밑에서 노사 대화가 이어질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안팎의 기대와는 달리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협상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고,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질서를 채택한 대한민국에서는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돼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 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헌 헌법에 포함됐다가 삭제된 '기업이익 균점권'을 거론해 노동계를 달래는 제스추어를 취하면서도, '기본권 제한'을 언급함으로써 정부의 강경 대응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노사 양측을 향해 일방적 이익만을 추구해선 안 된다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파업이 현실화하면 반도체 산업은 물론 국가 경제 전반에 심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김민석 국무총리 역시 급박하게 움직였다.
김 총리는 어떤 경우에도 파업이 현실화하면 안 된다는 원칙을 토대로 단계적으로 메시지 강도를 높이며 대화를 거듭 촉구했다.
지난 13일 관계장관회의에서는 "노사 간의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17일엔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이 대통령과 김 총리는 노동권을 존중하면서도 민생과 국가 경제를 위해선 파업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인식에 따라 발언 수위를 높여가며 노사의 협상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노사의 협상이 일단 결렬되면서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접근도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정부는 아직 대화를 통한 해결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만약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결국 21년 만의 '긴급조정권' 카드를 쓸 수밖에 없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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