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패륜일 뿐? 반복되는 간병살인…명확한 통계조차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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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패륜일 뿐? 반복되는 간병살인…명확한 통계조차 없어

연합뉴스 2026-05-20 16:19: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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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비한 공적 지원·간병 피로·경제적 어려움에 참극 계속

"고령화·가족해체…개인 독박 대신 지역·사회가 대응을"

노인 돌봄 노인 돌봄

[춘천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윤민혁 기자 = 10여년 간병해온 아내이자 모친을 살해해 20일 실형이 확정된 80대 남편과 50대 아들의 사건은 간병살인이 효(孝)나 가족윤리 문제보다도 돌봄시스템 공백이 낳은 사회적 타살에 가깝단 점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가 2007년부터 2023년까지 유죄가 확정된 간병살인 228건을 분석한 '간병살인의 실태와 특성 분석'(2024)을 보면 가장 많은 범행 동기는 '돌봄 효능감 저하'로 53.0%였다.

누적된 간병 피로와 경제적 어려움에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무력감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또 75.8%는 가족의 지지 없이 이른바 '독박 간병'을 하던 중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병을 하는 가해자 역시 뇌졸중,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20.6%에 달했으며, 범행 후 죄책감 등에 자살 시도를 한 비율은 25.4%였다.

부모 간병 부모 간병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 사건은 통계가 어떻게 비극으로 현실화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막내인 50대 아들은 2014년부터 특별한 직업 없이 부모와 함께 살며 모친을 돌봤지만, 모친은 뇌출혈로 인지능력이 저하된 데 이어 2023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2024년 고관절 골절로 거동이 어려워지는 등 상황이 점점 나빠져만 갔다.

'돌봄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여기에 2024년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퇴거를 요청하고, 이후 누나와 함께 생활비와 병원비를 분담해주던 형이 실직하며 지원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간병 비용을 홀로 구해야 하는 '독박' 위기에 처하고, 모친이 요양원을 거부하자 결국 범행에 이른 것이다.

이 같은 정황은 판결문에 실린 대화에도 나온다. 두 사람이 범행 후 차를 타고 가며 나눈 게 블랙박스에 녹음된 것이다. 차 안에서 아들은 "누나와 형은 이렇게 생각할 것 같아. 이제 돈 안 나오니까 엄마를 죽인 거라고…"라고 자책한다.

노인 병 간호 (PG) 노인 병 간호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이처럼 벼랑 끝에 몰린 가족들을 구원할 공적 개입의 흔적은 이번 사건에서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2007∼2012년 연평균 6건이었던 간병살인은 2013년 이후 연평균 17.5건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코로나19로 대면 복지 서비스가 중단된 2019년(26건)과 2020년(22건)에 크게 늘었는데, 간병살인이 돌봄 인프라와 직결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가 올해부터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시범사업을 본격화하고, '가족 돌봄 청년'을 위한 '자기 돌봄비' 지원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등 일부 변화가 있지만 체감은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상황은 딱하지만, 공적인 기준에 미달 돼 수급 자격이 없는 위기가정 사례가 절반 이상"이라며 "지역사회에서 협의체 등으로 전문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하는 유연한 대응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간병 살인을 가해자 개인의 패륜으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사회적 인식이 문제라는 목소리도 크다. 2007년부터 '개호(介護) 피로'란 이름으로 집계하기 시작한 일본과 달리 제대로 된 간병살인 통계도 없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가족이 해체되고 고령화가 심화하는 공동체 축소 상황에 국가가 지원을 제대로 못 하면 결국 누군가 독박을 쓰게 되는 것"이라며 "도움이 정말 필요한 이들에게 실제적인 사회보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m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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