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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국제선 유류할증료 산정기준 기간인 3월16일~4월15일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은 배럴당 214.71달러로 집계돼 현행 체계상 최고단계인 33단계가 적용됐다. 6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전월 33단계에서 27단계로 6단계 하향 조정됐지만, 여전히 중동 전쟁이 끝나지 않아 변동성은 큰 상태다. 최고단계가 적용되면 대형항공사 기준 미주 노선 왕복 유류할증료만 100만원을 넘어서게 된다. 유류할증료는 운임·공항이용료와 별도로 항공권 총액에 더해지는 추가 비용이다.
이 같은 급등의 배경은 중동발 공급 충격이다. 이란과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서 200달러 안팎까지 급등했고, 원·달러 환율도 단기간에 100원 이상 상승하는 등 ‘고유가·고환율’이 겹치며 항공사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문제는 유류할증료를 최고 단계까지 올려도 비용 충당이 어렵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 LCC의 지난달 유류비는 전월 대비 120%, 전년 대비 130% 증가했지만 유류할증료로 충당되는 비율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그럼에도 좌석을 비워놓는 것보다는 낮은 운임에라도 채우는 편이 낫다는 판단에서, LCC들은 역설적으로 할인 프로모션을 쏟아내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5월 유류할증료가 최고 단계에 오른 이후 미주·아시아 9개 전 노선을 대상으로 기간 한정 특가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유류할증료 부담이 커진 대신 항공운임을 낮춰 소비자 체감 가격을 줄이는 방식이다. 파라타항공은 5월 유류할증료 33단계 적용을 유예하고 4월 기준인 19단계를 적용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스타항공도 인천~후쿠오카 노선은 유류할증료가 6배 이상 오른 상황에서도 운임을 낮춰 총액 기준으로 작년보다 오히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 긴축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 에어로케이는 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무급휴직을 시행하고 있다. 진에어는 전 직원 안전격려금 지급을 연기했고, 이스타항공은 연차 지정·촉진 제도를 도입했다. 티웨이항공은 수하물 요금 인상 등 부가수익 강화에 나섰고, 에어로케이도 사전 구매 수하물과 프리미엄 좌석 요금을 올렸다. 항공권 운임을 직접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가서비스로 수익성을 방어하는 전략이다..
문제는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S&P 글로벌 에너지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전 세계 원유 재고가 약 2억 배럴 감소했다. 이는 하루 평균 660만 배럴이 줄어든 규모로 통상적인 월간 변동폭을 크게 상회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사상 최대폭의 수요 감소에도 공급 감소가 훨씬 더 크게 나타났다. S&P 원유 리서치 책임자 짐 버크하드는 “수요는 빠르게 둔화되고 있지만 공급 감소 속도가 이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며 “원유 가격의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유가 충격의 영향이 가계·기업·경제 전반에 광범위하게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며 항공여행 자제를 포함한 수요 억제책 10가지를 권고했다. 국제에너지기구가 항공여행을 줄이라고 권고하는 상황에서 LCC들이 여름 성수기 수요를 끌어내야 하는 아이러니한 처지에 놓인 셈이다.
여름 성수기가 시작되는 7~8월까지 유가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LCC들의 출혈경쟁은 수익성 악화를 넘어 재무체력이 약한 항공사의 구조적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고유가 장기화로 6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추가 프로모션이 계속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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