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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할아버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20대 손녀가 구속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0단독 박사랑 부장판사가 존속살인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씨에 대해 20일 "도망·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지난 18일 오전 11시50분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자택에서 80대 조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조부는 사건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A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북부지법에 출석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구속됐다. 범행 직후 현장에 있던 A씨를 긴급 체포한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전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현재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A씨에게는 형법 제250조 제2항의 존속살해죄가 적용됐다. 존속살해죄는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다. 일반 살인죄의 가중적 구성요건에 해당한다. 법정형은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이다. 일반 살인죄의 하한이 5년 이상인 것과 비교하면 2년 더 높다.
존속살해죄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부터 사형 또는 무기징역만을 법정형으로 규정했다. 이후 형량이 지나치게 과중하다는 지적과 위헌 논란이 이어졌고, 1995년 제3차 형법 개정을 통해 7년 이상의 징역형이 추가돼 현재의 형태를 갖췄다. 존속살해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가 법률상 직계존속이어야 하고, 가해자가 이를 인식하고 살해할 고의가 있어야 한다. 이혼한 배우자의 직계존속이나 사실혼 관계의 존속은 법률상 직계존속으로 인정되지 않아 일반 살인죄가 적용된다. 입양의 경우 정식 절차를 거친 양부모는 직계존속으로 인정되지만, 친양자로 입양됐을 경우에는 친부모와의 친족관계가 종료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달리 판단된다.
존속살해죄의 존폐를 둘러싼 논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독일은 1941년, 일본은 1995년에 각각 존속살해죄를 폐지했고, 영미법계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존속살해를 별도 죄목으로 다루지 않는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대만 등은 존속뿐 아니라 배우자나 비속을 살해하는 행위도 별도 죄목으로 두고 가중처벌 사유로 삼는다. 반면 한국은 오직 존속이라는 형식적 신분 관계만을 근거로 형을 가중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존속이라는 신분 관계만으로 형을 가중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됐으나,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유지하고 있다.
비속살해, 즉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가중처벌 규정이 없어 일반 살인죄만 적용된다는 점도 오랜 논란거리다.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에는 특례법상 가중처벌이 적용되지만, 미성년자를 살해한 경우에는 이보다 형량이 낮게 나오는 역전 현상이 실제 재판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죄가 별도로 존재하긴 하지만, 이 역시 모든 비속 살해를 포괄하지는 못한다는 지적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가족 내 갈등이 커지면서 존속 관련 범죄 건수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직계 가족을 대상으로 한 존속살인은 2021년 51건에서 2023년 59건으로 늘었다. 존속폭행도 2021년 2155건, 2022년 1919건, 2023년 1818건으로 매년 1800건 이상이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살인에 이르지 않더라도 가족 간 물리적 충돌이 해마다 상당한 규모로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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