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검색창에 넘쳐나는 대가성 홍보 글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반기는 문서가 있다. 이른바 '우슐랭가이드'라 불리는 명단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맛집 지침서의 이름을 재치 있게 패러디했지만, 내용은 훨씬 정겹다. 매일 동네 구석구석을 살피는 집배원들과 지역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 우체국 직원들이 몸소 찾아가 검증한 지역 식당 목록이기 때문이다.
부산지방우정청에서 기획한 이 자료는 대가성 광고 없이 오직 입맛 까다로운 현지 주민들의 추천으로만 짜였다. 2024년 첫 공개 이후 온라인상에서 거듭 공유되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번 명단에는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을 아우르는 식당 245곳의 정보가 빼곡히 담겼다. 이 가운데 오랜 세월 동안 자리를 지킨 노포부터 주민들이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부산의 숨은 맛집 5곳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1. 동래할매파전
4대째 한 자리를 지키며 오랜 세월 내려온 손맛을 고수하는 고유의 향토 음식점이다. 조선 시대 동래장터를 찾던 장꾼들이 파전 먹는 재미에 장날을 기다렸다고 할 만큼 오랜 역사를 지녔다. 해방 전에는 이름난 연회석의 술상에 꼭 오르던 지역 명물로 대접받았다. 바다와 가까워 해산물이 넉넉한 부산의 지리적 조건을 고스란히 담아낸 요리를 선보인다.
이곳의 파전은 시중의 바삭한 파전과 달리 찹쌀가루와 밀가루를 걸쭉하게 반죽해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싱싱한 굴, 대하, 조갯살과 함께 인근에서 재배한 달큼한 쪽파를 듬뿍 넣어 솥뚜껑에 지져낸다. 어린 시절 부모 손을 잡고 문턱을 넘었던 손님들이 백발의 노인이 되어 다시 찾아와 여전한 맛에 감사를 전하는 곳이다. 세대를 넘어 지역의 식문화를 고스란히 이어가는 고집스러운 밥집이다.
2. 동래밀면 본점
1970년대에 첫걸음을 뗀 이후 오랜 세월 동안 깊은 육수 맛을 이어오는 밀면 전문점이다. 밀면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메밀 대신 구하기 쉬운 밀가루로 냉면을 만들어 먹던 것에서 시작된 부산의 향토 음식이다. 이곳은 진하게 우려낸 고기 육수에 부드러우면서도 찰기 있는 면발, 그리고 속을 꽉 채워 빚어낸 찐만두의 궁합이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지 주민들의 아지트였던 이곳은 유명 아이돌 그룹 BTS의 멤버 RM이 다녀가면서 전 세계 팬들이 찾아오는 명소로 거듭났다. 날씨가 조금만 따뜻해져도 식당 앞은 번호표를 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기본 차림도 양이 넉넉하지만, 곱빼기를 주문하면 그릇이 넘칠 만큼 푸짐하게 내어준다. 대기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면 든든한 포만감을 안겨주는 곳이다.
3. 해녀조씨할매집
기장군 연화리 해변에서 50년간 2대에 걸쳐 가업을 잇고 있는 전복죽 전문 식당이다. 연화리는 예전부터 해녀들이 직접 잡은 해산물을 파는 포장마차촌과 죽집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식당은 2층 창가 자리에 앉으면 푸른 기장 바다가 한눈에 들어와 경치를 즐기며 식사하기 좋다.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메뉴는 신선한 해산물 모듬과 전복죽을 묶어 시중보다 저렴하게 파는 세트 차림이다. 멍게, 개불, 소라 등 갓 잡아 올린 해산물로 입가심을 하고 있으면 커다란 가마솥에 끓여낸 죽이 나온다. 특히 전복 내장을 터뜨려 초록빛을 띠는 영양특전복죽은 냄새부터 고소하며 입안 가득 눅진한 여운을 남긴다. 주변에 경쟁 식당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음에도 꾸준히 단골들의 발길을 붙잡는 힘이 있다.
4. 가마솥생복집
기장 읍내 주민들이 속풀이를 하고 싶을 때 첫손에 꼽는 단골 복어 요리 집이다. 복어는 독성이 있어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만 다룰 수 있는 까다로운 식재료다. 이곳은 대중적인 은복부터 살이 부드러운 밀복, 귀한 참복까지 여러 종류의 복국을 조리한다. 국물에 미나리와 콩나물을 듬뿍 넣어 맑게 끓여낸 복국은 한 모금 들이키는 순간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씻어내 준다.
복국을 주문하면 기본 밑반찬과 함께 새콤달콤하게 무쳐낸 복어껍질무침이 먼저 나와 기다리는 지루함을 달래준다. 바삭하게 튀겨낸 복어 튀김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생선 살로 꽉 차 있어 아이들이 먹기에도 좋다. 추운 겨울철 몸을 녹여줄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거나, 전날 마신 술로 숙취가 심할 때 해장용으로 들르기 안성맞춤인 식당이다.
5. 윤가네 신토불이보쌈
1996년 해운대에 둥지를 튼 이후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보쌈 전문점이다. 국내외 요리 경연 대회에서 네 차례나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조리장의 솜씨가 정평이 나 있다. 기름기를 쏙 빼서 야들야들하게 삶아낸 돼지고기 수육과 칼칼하게 푹 찌어낸 김치찜의 조화가 훌륭하다. 메밀을 80% 이상 넣어 직접 뽑아낸 쟁반국수는 면발이 구수하고 양념이 부드럽게 감긴다.
여기에 삭힌 홍어와 돼지고기, 묵은지를 함께 싸 먹는 홍어삼합도 준비되어 있어 어르신들의 술안주로도 인기가 높다. 총 200석이 넘는 좌석에 의자에 앉는 테이블석과 바닥에 앉는 좌식 공간이 고루 마련되어 있어 대가족 모임이나 회사 회식 같은 대규모 행사를 치르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해운대 해수욕장과 가까워 여행객들이 든든한 고기 밥상을 찾을 때 들르기 좋은 곳이다.
우슐랭가이드 부산편 맛집 정보
1. 동래할매파전
위치: 부산 동래구 명륜로94번길 43-10
주요 차림: 동래파전(소) 2만 8000원 / 뚜기상 A 4만 원
2. 동래밀면 본점
위치: 부산 동래구 명륜로 47
주요 차림: 밀면 8000원 / 비빔밀면 8000원 / 특미왕만두 6000원
3. 해녀조씨할매집
위치: 부산 기장군 기장읍 연화1길 187
주요 차림: 전복죽세트(2인) 5만 5000원 / 전복죽 1만 2000원
4. 가마솥생복집
위치: 부산 기장군 기장읍 차성로 327-2
주요 차림: 은복 1만 3000원 / 밀복 1만 7000원 / 복튀김(소) 1만 5000원
5. 윤가네 신토불이보쌈
위치: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29번길 35
주요 차림: 보쌈+쟁반국수(소) 4만 1000원 / 홍어삼합(소) 5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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