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 가격이 치솟고 여름철 배추 공급 불안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이상기후와 중동 지역 불안에 따른 유가 및 국제 곡물 수급 불안까지 겹치며 물가 관리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등 국내에서 유가·식품 등 분야별로 다양한 방안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농수산식품산업 진흥 전문 공공기관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식품 수급 안정과 K-푸드 수출 확대라는 두 갈래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에게는 안정된 밥상 물가를, 농어업인에게는 수출 판로를 열어주는 aT의 최근 현황과 방향성을 살펴봤다.
■ 정부 최초 태국산 계란 도입…수입선 다변화로 ‘계란 대란’ 막는다
20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산 계란(특란) 소비자 한 판 가격은 3월 하순 6천920원에서 4월9일 기준 7천16원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AI 확산 여파로 산란계 살처분이 잇따르면서 국내 계란 공급에도 ‘빨간불’이 켜진 영향이다. 계란 주요 수입국인 미국에서도 AI가 퍼지면서 수입 물량 확보마저 불안해지는 상황이 됐다.
이에 aT는 최초로 ‘태국산 신선란’ 도입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산 수입에만 의존하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수급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판단에서다.
그 결과 태국산 계란이 낙점됐다. 태국은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계란 수입 검역과 수입위생요건 타결, 해외 작업장 등록까지 완료돼 즉시 수입이 가능한 요건을 갖추고 있고, 국내에서 가장 널리 유통되는 갈색란 특란(60g 이상)과 규격이 유사한 L사이즈(60~65g) 갈색란이라 국내 소비자의 거부감이 적어서다. 또 단기간에 안정적으로 물량 확보가 가능한 데다 물류비 등을 고려하면 유럽산 대비 수입 단가도 경쟁력이 있다.
이후 4월10일부터 총 224만개의 태국산 신선란이 항공편으로 들어와 전량 판매를 마쳤다. 실제 도입 후 가격 안정 효과도 나타났다. 태국산 공급 첫날인 4월10일 특란 가격은 6천원대(6천964원)로 떨어진 뒤 4월 중순 6천923원, 4월 하순 6천969원으로 6천원대가 유지됐다.
다만 이달 들어 가정의 달 수요 증가 등으로 다시 7천원대로 반등함에 따라 추가 공급이 진행 중이다. aT는 이달 18일부터 홈플러스를 시작으로 미국산 224만개를 대형마트·중소 유통업체에 순차 공급하는 동시에 중소 유통업체 공급 비중을 높여 중소기업 상생협력도 함께 도모하고 있다.
aT 관계자는 “6월에는 미국산과 태국산 중 가격과 공급 여건이 더 유리한 국가에서 112만개를 추가 수입할 예정”이라며 “또한 현재 브라질산 계란 도입도 검토 중이다. 검역 및 수입위생요건은 타결된 상태로 일부 현지 수출업체가 국내 수출을 위한 해외 작업장 등록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 기후변화에 중동 변수까지…먹거리 수급 안전망 전면 강화
올 여름은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폭염 피해 우려 등으로 특히 ‘배추’의 공급 부족이 예고된 상황이다. 전년도 가격 약세로 농가들이 재배면적을 줄이는 움직임까지 겹친 게 크다.
중동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과 국제 곡물 수급 불안까지 더해지자 aT도 대응에 나섰다. 우선 봄배추 조기 수매 물량을 전년 2천톤에서 올해 1만톤으로 5배 확대했다. 장마가 오기 전 양질의 봄배추를 미리 사들여 여름 공급 부족에 대비하는 방식으로, 농가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돼 소득 보전 효과가 기대된다. 여름철 고온에 대비한 배추 5천톤, 무 5천톤 추가 수매도 진행 중이다.
확보한 물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채소류 지정호실’ 제도도 도입했다. 최근 5년간 채소류 비축 물량의 58%를 민간창고에 의존해 온 탓에 가격 급등 시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aT는 정부 비축기지 내 배추·무 등 채소류 전용 보관 호실을 상시 확보해 가격이 급등할 때 즉시 물량을 방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올해는 정부 비축기지 보관 비율을 6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아울러 현재 전국 86곳의 민간창고도 ‘민간창고 풀’ 등록제로 관리하며 분기별로 위생·안전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 싱가포르·캐나다·대만까지…K-푸드, 전 세계 무대서 연이은 성과
이처럼 안으로는 국민의 밥상 물가를 지키면서, 밖으로는 K-푸드 수출 전선에서 각종 성과를 내고 있다. aT는 지난달 싱가포르·캐나다 박람회를 시작으로 이달 미국·대만까지 무대를 넓히며 K-푸드 세계화에 앞장선다.
이들은 지난달 싱가포르와 캐나다 몬트리올 박람회에 잇달아 참가해 총 1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출 상담 성과를 거뒀다. 지난달 21일부터 24일까지 싱가포르 엑스포에서 열린 ‘FHA Food&Beverage 2026’에는 41개 업체가 참가해 5천917만달러의 수출 상담과 23건(1천128만달러)의 MOU를 체결했다. 현지 트렌드인 ‘건강과 프리미엄’ 전략에 맞춰 고품질 신선식품·전통 장류·건강기능식품·유기농식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싱가포르의 열기는 캐나다로 이어졌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열린 몬트리올 국제식품박람회(SIAL Canada)에서는 12개 업체가 3천600만달러의 상담 실적을 올렸다. 김치·비건만두 등을 선보이는 동시에 된장크림 파스타, 홍삼 유자 드링크 등 한국 식재료를 현지 식문화에 접목한 파인다이닝 시연으로 북미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대만 타이베이 한복판에 등장한 ‘K-포장마차’도 돋보인다. 이달 15~17일 복합문화공간 ‘화산 1914 문화창의산업원구’에서 열린 K-푸드 팝업스토어에서 떡볶이·핫도그 등 K-분식 체험과 한강 라면 즉석 조리 체험이 큰 인기를 끌며 행사장 밖까지 대기 줄이 이어진 것이다. 드라마에서 보던 한강 라면을 타이베이 한복판에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현지에 퍼지면서 3일간 약 1만3천여명이 다녀갔고, 현장 판매액만 약 1천만원에 달했다.
아울러 미국에선 ‘김치 외교’가 펼쳐지고 있다. 올해 1월 미국 정부 식단 지침(2025~2030)에 김치가 공식 포함되면서 aT는 미국 학교 급식 시장 진출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aT 측은 “하반기에는 코스트코 등 미국 전역의 대형 유통매장과 연계해 김치 판촉을 추진하는 등 김치가 미국 소비자의 식탁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 ‘휴스턴’ 깃발 꽂고 중남미까지…올해 수출 목표 157억달러
K-푸드 열풍을 현장에서 직접 만들어가는 동시에 수출 거점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신규 지사를 설립하며 미주 대륙 수출 네트워크를 완성했다는 부분이다. 이는 동부 뉴욕, 서부 LA, 남미 상파울루에 이은 4번째 교두보다. aT는 휴스턴지사를 미 남부 9개 주와 멕시코·과테말라 등 중미 8개국을 관할하는 수출 전초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를 통해 올해 K-푸드 수출 목표는 157억달러(농식품 122억·수산 35억)로 잡았다. 지난해 실적(135억6천만달러) 대비 15.8%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말 기준 수출 실적은 47억8천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한 가운데 라면(6억2천만 달러·28.9%↑)·김(4억 달러)·과자류(2억7천만 달러)가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올해 차세대 스타 품목 발굴을 위한 ‘글로벌 NEXT K-푸드 프로젝트’도 새롭게 추진된다. 북미에서는 대기업 유통망과 우수 중소 양조장을 연계해 전통주 진출을 늘리고, 아세안에서는 할랄 인증 홍삼 등 건기식과 바나나우유·매운 떡볶이 공동 마케팅을 펼친다. 중동 및 중남미에서는 MZ세대를 겨냥한 할랄 라면·떡볶이·냉동컵밥 등 스트리트푸드를 집중 마케팅한다.
aT 관계자는 “K-푸드 수출 목표 달성과 글로벌 수출 영토 확장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권역별 차세대 스타 품목을 육성하고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K-푸드 소비 저변을 더 넓혀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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