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전파를 끊으면 멈출 것 같았던 드론 위협이 다시 진화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산된 광섬유 기반 FPV(1인칭 시점) 드론이 중동 전장에서도 등장하면서 기존 전파교란(재밍) 중심 대응의 한계가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안티드론 시장도 단순 재밍 장비를 넘어 탐지·추적·물리 요격을 결합한 복합체계 중심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 전파 안 쓰는 광섬유 드론 등장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러-우 전쟁 이후 드론 운용 방식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존 FPV(First Person View) 드론은 무선 조종 신호와 위성항법장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전파를 교란하면 조종 연결이 끊기거나 목표를 잃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전장에서는 광섬유 케이블을 활용한 FPV 드론이 확산되고 있다. 광섬유 드론은 기체와 조종자를 얇은 광섬유 케이블로 연결해 영상과 조종신호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무선 전파 대신 물리적인 케이블을 사용해 일반적인 전파 교란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미 육군이 2025년 8월 12일 공개한 ‘광섬유 드론: 대드론체계(C-UAS)의 중대한 도전 과제(Fiber Optic Drones: Posing a Significant C-UAS Challenge)’에 따르면 광섬유 기반 무인체계는 전자기 스펙트럼 노출이 적어 일부 대드론체계(C-UAS)가 탐지하거나 무력화하기 어렵다.
특히 광섬유 드론은 러-우 전장을 넘어 중동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13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광섬유 케이블로 영상을 전송하는 저가형 자폭 드론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 방식은 기존 신호 재밍 방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이들 드론은 상용 부품과 3D 프린팅 등을 활용해 대당 300~400달러 수준으로 제작할 수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국내 드론 업계에서도 최근 광섬유 기반 드론 운용 확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광섬유 드론이 모든 환경에서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케이블 무게와 단선 위험이 존재하고, 지형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일수 한국드론혁신협회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처럼 평지가 넓은 지역과 달리 한국은 산악 지형과 수목 밀집 지역이 많아 운용 제약이 있다”면서 “지형 조건에 따라 활용 가능 지역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철조망·요격드론까지…달라지는 대응 방식
광섬유 드론 확산은 드론 방어 방식에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기존 대드론체계는 RF(무선주파수) 탐지와 전파교란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유선 기반 드론이 등장하면서 최근에는 물리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서 사무총장은 “광섬유 드론은 유선 기반으로 운용돼 재밍으로 차단하기 어렵다”며 “철조망이나 장애물을 활용해 광섬유 케이블을 끊는 방식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요격드론을 활용한 드론 대 드론 방식도 확대되는 분위기”라며 “유·무선 여부와 관계없이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하드킬 방식의 요격드론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 국방부 산하 합동기관 태스크포스 401은 2026년 5월 18일 5억달러(약 7500억원) 한도의 대드론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해당 계약은 저비용 소모형 공대공 드론 요격체계를 신속히 배치·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인공지능 기반 대드론체계와 요격드론이 포함됐다. 미 국방부는 이들 체계가 탐지·추적·교전 기능을 통합하고, 컴퓨터 비전과 RF 감지, 재밍 저항 통신, 자율 표적화 기능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지향성에너지 무기도 대드론체계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 6일 고출력 레이저와 고출력 마이크로파를 활용한 지향성에너지 기반 대드론 프로그램 시험 배치 장소 5곳을 발표했다. 미 국방부는 해당 체계가 군사시설과 핵심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한 복합 대드론 방어체계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 안티드론 시장도 ‘통합체계’ 경쟁
광섬유 드론 확산은 안티드론 시장 구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기존 대드론 시장에서는 재밍 장비와 RF 탐지 시스템이 핵심 분야로 꼽혔지만, 최근에는 탐지·추적·요격을 결합한 통합형 체계 수요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가 이달 공개한 ‘대드론(C-UAS) 시장 규모·점유율·산업 성장 전망 2034’에 따르면 글로벌 대드론 시장 규모는 올해 106억3000만달러(약 16조원)에서 연평균 26.50% 성장해 2034년에는 696억7000만달러(약 105조2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군사시설과 공항, 에너지 인프라 보호 수요 확대와 함께 레이더·RF 탐지·전자광학/적외선(EO/IR) 센서·AI 기반 추적 시스템·하드킬 체계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안티드론 업계도 최근에는 단순 재밍 장비 중심에서 복합 대응체계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분위기다. 과거에는 RF 탐지와 전파 교란 장비 개발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탐지·추적·요격 기능을 통합한 체계 개발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요격드론과 이동형 대드론 플랫폼, AI 기반 자동 추적 기술 등을 중심으로 관련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재밍 영향을 받지 않는 광섬유 기반 드론 위협이 늘수록 탐지와 물리적 요격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한다. 이에 따라 최근 업계 관심도 요격드론과 복합 대응체계 중심으로 이동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국내 드론 산업이 아직 실전 검증 구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업체들은 전장에서 사용 후 즉각 피드백을 반영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시험장 중심 개발이 많다”면서 “군의 실제 운용과 검증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수출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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