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현장의 전문가와 정부관계자, 환자단체, 언론 등이 한자리에 모여 유방암 치료환경 개선에 한목소리를 냈다.
19일 국회에서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주영 의원(개혁신당)과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한유총회) 주최로 ‘일상을 흔드는 여성암을 파헤치다 : 여성암 1위 유방암’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유방암은 국내 여성암 발생 1위 암으로 환자의 절반 이상이 40~50대에 집중돼 있다. 이는 서구의 발병연령보다 10~15년 이른 수준으로 특히 이 세대는 가정과 사회에서 중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가정 경제는 물론 사회 생산성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국내에서는 유방암이 단순 개인 질환을 넘어 사회 정책적으로 관심을 갖고 맞춤정책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 유방암환우들은 진단 후 5년 이내 평균 1773만원의 소득 감소와 치료기간 중 생산성 40% 저하를 경험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임상현장 전문가들의 발표와 환우들의 목소리 등을 통해 실질적인 어려움과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들이 논의됐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고려대안암병원 종양내과 박경화 교수는 고위험 조기유방암 환자의 치료환경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유방암의 가장 흔한 아형인 HR+/HER2-는 첫 치료 종료 후에도 최대 20년간 재발 위험이 지속되는 특성을 가진다.
박경화 교수는 “최근 대규모 글로벌 임상 연구결과 고위험 조기유방암 환우들에서 내분비요법과 사용하는 보조요법 치료제 아베마시클립이 20여 년만에 처음으로 전체 생존의 유의미한 개선을 확인했다”며 ”동일 계열 약제 중 유일하게 전체생존 개선을 확인한 해당 치료제는 미국 NCCN Category 1 및 유럽 ESMO-MCBS A등급 등 국제 가이드라인 최고 권고 등급으로 권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2022년 식약처 허가 이후 세 차례의 건강보험 급여 심사에서 모두 급여기준 미설정 결과를 받았다. 기존 심사 과정에서 주요 사유로 언급됐던 ‘전체 생존 데이터 부재’가 최근 해소된 만큼 향후 급여 재논의 가능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는 점도 토론회에서 언급됐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대목동병원 종양내과 이경은 교수는 전이성유방암 영역에서 CDK4/6억제제 기반 1차 치료 이후의 치료 공백 문제를 짚었다. 전체 유방암의 약 70%를 차지하는 HR+/HER2- 유형의 전이성 환자 중 약 절반에서 PIK3CA·AKT1·PTEN 등 특정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며 이는 예후 악화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은 교수는 “HR+/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카피바설팁-풀베스트란트 병용요법은 임상 연구에서 유전자 변이 환자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을 약 2.5배 개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비급여로 환자들의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이경은 교수는 “미국, 영국, 호주 등 주요 국가에서는 이미 급여화된 반면, 국내에서는 급여 공백이 지속돼 환자의 어려움이 크다”며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을 때 이를 표적하는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접근성 개선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폐경 전 환자를 포함한 40~50대 유방암환자들에게 독성 부담이 높은 항암화학요법 전환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점은 직업 유지와 일상 복귀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설명이다.
한편 카피바설팁은 2024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으나 2026년 4월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급여기준이 설정되지 못했다. 이에 현재 환자들은 전액 비급여 부담을 감수하거나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 모든 목소리에 정부는 중증질환 치료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 강화를 위해 관련 제도 개선과 급여 확대 절차를 지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장에 참석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김종봉 실장은 “중증질환 환자들이 보다 신속하게 치료 기회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권 안에서 다양한 개선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며 “환자단체와 의료진, 학회 등 현장의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환자들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최대한 신속하게 검토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서면을 통해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유총회 최승란 회장은 “유방암환자들은 치료과정에서 신체·정신적 부담뿐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도 겪는 경우가 많다”며 “조기 유방암 환자들은 재발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장기간 불안을 안고 살아가고 유전자 변이가 있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 역시 치료 선택지가 있음에도 비용과 제도적 한계로 ‘치료 절벽’을 마주하며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환자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재발을 예방하는 치료와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 접근이 모두 보장돼야 한다”며 “실제 유방암 환자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정책 논의 과정에 충분히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주영 의원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40대 여성으로서 40~50대에 진단받은 유방암 환우 분들의 상심과 고민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치료가 필요하고 유의미한 약이 존재하는 경우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높은 수준의 의학적 근거를 가진 치료제, 정밀의료 기반의 맞춤형 치료제가 건강보험권 바깥에 있는 현실에 대해서 국회 차원에서도 입법적·정책적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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