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쇠약에 시달려 온 도라(김도연)는 원인 불명의 피부병이 전신으로 번지며 학교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다. 그는 몸과 마음 모두 한계상황에 이르렀다는 주치의의 판단에 따라, 요양 차 바닷가 마을로 향한다. 그곳에서 인물들과 차례로 관계를 맺으며 처음으로 감정적인 소통을 경험한 도라는 나미(안도 사쿠라)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욕망을 쟁취하기 위해 나선다.
영화 ‘도라’는 프로이트의 ‘도라의 히스테리 분석’을 현대적인 한국의 스크린으로 옮겨온 작품이다. 프로이트의 기록 속 도라는 주변인들과의 복잡한 심리적 관계 속에서 기만당하고 결국 ‘치료에 실패한 히스테리 환자’로 남았다. 그러나 정주리 감독은 인간을 규정하는 의학적, 남성 중심적 텍스트의 종착지에서 시선을 돌려, 도라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되짚어 나간다.
그러나 ‘도라’가 그려내는 회복의 과정은 결코 단선적이지 않다. 도라가 제 안의 숨겨진 욕망과 마주하는 순간, 영화는 긴장감이 흐르는 심리 스릴러이자 거대한 성장극으로 변모한다. 제어할 수 없는 도라의 에너지는 주변의 복잡한 관계망을 뒤흔들고, 결국 궁극의 선택에 이른다. 영화는 사랑과 증오의 무자비한 이면을 여과 없이 포착하는 동시에 그 틈새에서 피어나는 찬란한 매혹의 순간들까지 담아냈다.
한국, 프랑스, 룩셈부르크, 일본 4개국이 함께한 다국적 공동제작 프로젝트의 협업은 영화 곳곳에 묻어난다. 한일 배우들의 연기 합 역시 그중 하나다. 고통 속에서 기어이 스스로를 치유해 내는 도라 역의 김도연은 처절한 내면 연기부터 상반신 노출까지 감행하며 캐릭터를 완벽하게 빚어냈다. 도라의 세계를 뒤흔드는 나미는 안도 사쿠라가 연기, 특유의 묵직하고 깊이 있는 눈빛으로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초청작으로, 연내 국내에서 정식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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