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연의 작가 스토리] 루벤스·벨라스케스, 두 화가에 대하여② 루벤스에 이어
[문화매거진=강다연 작가] 오늘은 루벤스와 함께 살펴보면 좋은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벨라스케스는 스승인 ‘프란시스코 파체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초기 작품을 보면 다소 경직되면서도 엄숙한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이는 스승의 화풍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파체코는 마드리드 귀족 사회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고, 이러한 배경 덕분에 벨라스케스 역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주어진다는 말처럼 그것을 알아보는 지혜와 붙잡는 용기까지 갖추어야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벨라스케스 역시 꾸준한 노력으로 실력을 쌓아왔기에 스승의 도움을 발판 삼아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제 그의 작품을 살펴보자. ‘술꾼들’은 왕궁에서 활동하던 시기에 제작된 작품이다. 술의 신 바쿠스는 상의를 탈의한 채 화관을 씌워주고 있고, 인간들은 옷을 입은 채 술에 취한 모습을 보인다.
당시 스페인 사회에서는 남성 누드를 다룬 작품 자체가 드물었고, 이교도 신을 소재로 삼는 것 또한 파격적인 시도였다. 이러한 작품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왕의 승인이라는 정치적 맥락이 존재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벨라스케스의 초기 작품에 대해 인체 표현이 다소 미숙하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옷으로 신체를 가리려는 흔적이나 바쿠스의 오른쪽 손목 표현에서 미완성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이후 이탈리아를 방문한 뒤 눈에 띄게 발전된 실력을 보여준다.
이탈리아 체류 시기에는 ‘로크비 비너스’와 같은 작품을 통해 여성 누드를 과감하게 시도하기도 했다.
다음으로 살펴볼 작품은 ‘불카누스의 대장간’이다. 이 작품은 로마를 처음 방문했을 무렵 제작된 것으로, 그의 화풍이 변화하는 과도기적 성격을 지닌다.
‘술꾼들’과 달리 이 작품에서는 인체를 보다 자신감 있게 묘사하고 있으며, 밝은 배경과 원근감, 공간감 표현이 한층 강화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이탈리아 거장들의 작품을 접하며 받은 자극의 결과로 보인다.
또한 ‘불카누스의 대장간’은 신화적 소재를 다루면서도 대장간이라는 일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삼아 사실주의적인 분위기를 보여준다. 신과 인간의 경계가 흐려지고, 후광을 통해서만 신을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야기 속에서 불카누스는 아내 비너스와 전쟁의 신 마르스의 불륜 소식을 듣게 되는데, 그 순간의 표정과 주변 인물들의 반응이 생동감 있게 묘사되어 작품에 긴장감을 더한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지하고 그것을 인정하며 고쳐 나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가능한 일이다. 벨라스케스의 변화 과정을 보며,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도 냉정해질 필요가 있음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오늘은 여기까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후 ‘시녀들’에서는 이러한 연출력과 공간감이 더욱 완성도 높게 드러난다. 벨라스케스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다음 칼럼에서 이어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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