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재결합도 펀(Fun)하게…‘와일드 씽’ 제대로 웃기는 고단수 코미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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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재결합도 펀(Fun)하게…‘와일드 씽’ 제대로 웃기는 고단수 코미디[리뷰]

스포츠동아 2026-05-20 07: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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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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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이승미 기자] 뻔한 이야기라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익숙한 재결합 서사를 특유의 유머 감각과 살아 있는 캐릭터 플레이로 풀어내며, 끝내 예상 밖의 감동까지 끌어내는 영리한 코미디 영화 ‘와일드 씽’이다.

‘와일드 씽’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룹 해체 이후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리더 현우(강동원), 래퍼 상구(엄태구), 센터 도미(박지현)는 20년 만에 다시 뭉쳐 인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강원도 엑스포 유치 지원 콘서트 무대에 오르기 위해 길을 나선다. 여기에 과거 라이벌이자 한때 ‘고막남친’으로 불렸던 발라드 왕자 최성곤(오정세)까지 기묘하게 합류하면서, 영화는 예측 불가능한 웃음의 궤도로 질주하기 시작한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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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파 없이 끝까지 웃긴다… 그런데 이상하게 뭉클한 이유는

사실 이런 이야기의 결말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다. 숱한 우여곡절 끝에 결국 무대 위에서 화려한 피날레를 완성할 것이라는 흐름 자체는 낯설지 않다. 그러나 ‘와일드 씽’은 목적지보다 그 과정의 온도와 호흡에 집중하며 익숙한 서사를 전혀 뻔하지 않게 만든다. 무엇보다 배우들이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체화한 덕분에, 다시 무대에 서고 싶은 인물들의 간절함이 스크린 너머까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가장 돋보이는 건 손재곤 감독의 연출이다. 영화는 관객의 눈물을 억지로 끌어내기 위한 전형적인 신파 장치를 철저히 배제한다. 대신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한 리듬과 생활 밀착형 유머를 밀어붙인다. 흥미로운 건 바로 그 지점이다. 끝까지 코미디의 호흡을 유지하면서도, 처절하게 다시 무대에 서고 싶어 하는 인물들의 진심이 조금씩 쌓이며 후반부에 이르면 묘한 울림을 남긴다. 웃고 있는데 어느 순간 마음 한켠이 먹먹해지는, 고단수 코미디의 정석에 가까운 작품이다.

영화는 강원도로 향하는 로드무비 구조를 바탕으로 각종 소동극을 촘촘하게 엮어낸다. 과거 정산금을 들고 잠적했던 전 소속사 대표 박대표(신하균)와의 황당한 재회부터 야생 멧돼지 습격, 뜻하지 않게 경찰의 추격을 받게 되는 상황까지 황당한 사건들이 쉴 틈 없이 이어진다. 자칫 산만해질 수 있는 설정이지만, 손재곤 감독 특유의 정교한 대사 감각과 리듬감 있는 타이밍 조절 덕분에 모든 장면이 자연스럽게 서사 안에 녹아든다. 특히 경찰차 추격 장면은 예상 밖의 긴장감과 속도감을 선사하며 상업 영화로서의 장르적 쾌감까지 놓치지 않는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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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하게 구현된 Y2K 감성… 추억과 ‘힙’을 동시 겨냥

영화 초반부, 2000년대 초반 가요계를 주름잡던 ‘트라이앵글’의 전성기를 담아낸 시퀀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제작진이 구현한 세기말·세기초 특유의 레트로 감성은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다.

통 넓은 힙합 바지와 길게 늘어진 벨트, 과감한 하늘색 섀도 메이크업, 탈색 브릿지 헤어스타일까지 당시 스타일을 집요할 만큼 세밀하게 재현해낸 Y2K 스타일링은 보는 재미를 극대화한다.

여기에 디지털 응원봉 대신 팀 컬러 풍선을 흔들며 환호하는 팬들의 모습, 당시 음악 방송 특유의 카메라 무빙과 조명 연출까지 더해져 완벽한 시각적 향수를 완성한다. 실제 그 시절 가요 문화를 경험한 세대에게는 짙은 추억을, Y2K 감성을 새로운 ‘힙’으로 소비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안겨줄 만하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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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강력한 치트키… 오정세의 압도적인 코미디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오정세다. 가장 크게 웃음이 터지는 순간마다 그의 존재감이 자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발군의 코미디 연기다.

오정세가 연기한 최성곤은 한때 감미로운 미성으로 여심을 사로잡았던 발라드 왕자였지만, 억울한 사건 이후 가요계를 떠나 현재는 산속에서 야생 동물을 쫓는 포수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오정세는 과거 ‘국민 고막남친’ 시절의 느끼한 스타성과 현재의 거친 야생성을 능청스럽게 오가며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완성한다.

특히 그의 코미디가 빛나는 이유는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최성곤은 누구보다 진지한데, 바로 그 진지함이 상황과 충돌하며 폭소를 만들어낸다. 가장 만화적인 캐릭터인데도 이상하게 가장 짠하고 애틋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사냥꾼 차림으로 20년 전 자신의 히트곡 ‘니가 좋아’를 절규하듯 열창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코미디와 감정이 동시에 폭발하는 결정적 명장면으로 남는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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