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최근 시중은행이 수신 금리를 인상했으나 금융소비자의 반응은 냉랭하다. 증시 활황과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머니무브’가 뚜렷해지자 은행권이 유동성 관리용 카드를 꺼냈지만, 시장은 “생색내기용 인상”이라며 냉소를 보낸다. 금리 상승 국면에서 예금자와 대출 차주가 체감하는 격차가 극단적으로 벌어지면서 금융소비자의 불만도 깊어지고 있다.
◇‘예금 이탈’ 방어선 구축…단기 상품 위주 미세 조정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18일 대표 수신 상품인 ‘KB Star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1%포인트(p) 올렸다.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 구간은 연 2.65%에서 2.75%로, 6개월 이상 12개월 미만 구간은 연 2.8%에서 2.85%로 각각 조정했다.
하나은행 역시 3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0.1%p 상향했고, 카카오뱅크도 최근 정기예금과 자유적금 금리를 최대 0.1%p 인상했다. 우리은행은 우대금리 이벤트를 앞세워 최고 연 3.1%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은행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코스피 강세와 투자자예탁금 증가 등 증시로의 자금 쏠림 현상 방어 조치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2일 137조4174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로 치솟았다. 은행권은 투자 상품으로의 자금 이동 속도가 빨라지자 만기가 짧은 단기 예금 금리를 중심으로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금융 커뮤니티와 투자자 게시판에는 “금리 상승 혜택이 예금자에게 전혀 돌아오지 않는다”는 성토가 이어진다. 한 이용자는 “예금 금리가 연 3.5% 수준이면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사실상 마이너스”라며 “대출 이자 장사로 막대한 이익을 거둘 때는 움직이지 않다가,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니 이제야 시늉만 한다”고 꼬집었다.
◇소비자 “인상 폭 언발에 오줌 누기” vs 은행권 “조달비용 부담 커”
은행권은 예금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호소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현재 유동성 자체는 안정적인 상황에서 예금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면 조달비용 부담이 가중된다”며 “예금 금리는 조달비용과 직결되므로 시장금리 상승이 곧바로 수신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 최근의 금리 인상은 3~6개월 단기 상품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됐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전환 전망이 나오는 등 시장금리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신 금리를 섣불리 올렸다가 장기적인 비용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들 역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자금을 장기 묶어두기보다 단기로 운용하며 관망하는 추세”라며 “이번 금리 인상은 본격적인 자금 유치 목적보다 유동성을 관리하는 차원의 성격이 짚다”고 설명했다.
◇1억 맡겨도 세후 8만원…예금 버리고 주식·배당주로
수신 금리를 향한 금융소비자의 누적된 불만은 숫자로 증명된다. 은행권이 금리를 올려도 실제 손에 쥐는 혜택이 미미한 탓이다.
예치금 1억원을 기준으로 금리가 0.1%p 오를 때 늘어나는 이자는 세전 연 10만원에 불과하다. 여기서 이자소득세 15.4%를 제외하면 실제 수령액은 약 8만4000원 수준이다. 만약 이번 조치처럼 3개월 만기 단기 상품에 돈을 맡기면, 금리 인상으로 얻는 세후 추가 이자는 2만1000원 안팎으로 줄어든다.
반면 대출 차주가 느끼는 압박감은 체급이 다르다. 5억원을 30년 만기 원리금균등 방식으로 빌렸을 때, 대출 금리가 연 6.0%에서 6.1%로 0.1%p만 올라도 월 상환액은 약 299만8000원에서 303만1000원으로 뛴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원리금 상환 부담만 40만원 가까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은행 예금 대신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권하는 대안론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한 투자자는 “예금 금리 0.1%p 인상은 초보 투자자가 우량 ETF에 묻어두는 것보다 수익률이 떨어진다”며 “은행에 갈 바에는 차라리 높은 배당을 주는 은행주를 사는 게 실익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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