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인공지능 예산이 상반기도 채 지나기 전에 바닥나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하루 1조 개의 토큰을 소비하는 기업이 제미나이3.5 플래시 모델로 업무의 80%를 처리할 경우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앤트로픽을 향한 직접적인 공세로 해석된다. 급성장 과정에서 AI 인프라 부족 문제에 직면한 앤트로픽이 기업용 코딩 도구의 요금 체계를 정액제에서 종량제로 변경하며 가격을 인상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들 사이에서는 연간 AI 예산이 6개월도 버티지 못한다는 불만이 확산되고 있으며, 피차이 CEO는 이들에게 제미나이3.5 플래시를 대안으로 제시한 셈이다.
비용과 성능 간 최적의 균형점을 찾았다는 것이 구글 측 설명이다. 최상위 모델들과 대등하거나 유사한 수준의 성능을 확보하면서도 처리 속도는 최대 4배 향상됐고, 비용은 기존 대비 2분의 1에서 3분의 1로 낮아졌다.
영상 생성 분야에서는 오픈AI가 남긴 공백을 노리고 있다. 텍스트·이미지·오디오·동영상 등 모든 유형의 입력을 처리해 다양한 형식으로 결과물을 생성하는 다중양식 모델 제미나이 옴니가 그 무기다. 오픈AI는 기업공개를 앞두고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기 위해 동영상 생성 서비스 소라를 갑작스럽게 중단했으며, 오는 9월에는 개발자용 API마저 폐지할 예정이다. 매출 기여도 대비 인프라 자원 소모가 과다하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라에 매료됐던 이용자층을 제미나이 옴니로 유인하려는 구글의 전략이 읽히는 대목이다. 지난달 초에도 구글은 기존 영상 생성 도구 비오 3.1의 경량화 버전을 공개하며 오픈AI의 취약 지점을 공략한 바 있다.
보안 영역에서는 앤트로픽과의 정면 승부를 택했다. 앤트로픽의 클로드 미토스가 전문가급 소프트웨어 보안 취약점 탐지 역량을 입증하며 AI 보안 위협 시장의 문을 열었고, 구글은 보안 에이전트 코드멘더 API를 일부 전문가에게 시범 제공한 뒤 조만간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피차이 CEO는 앤트로픽 미토스에 대해 모델 규모 확대가 보안 분야에서 유의미한 가치를 창출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구형 제미나이 3.1 프로만으로도 취약점의 80~90%를 식별할 수 있음을 내부 테스트로 확인했다며 역량 격차는 이미 해소됐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경쟁사의 성과는 인정하되 기술력에서는 뒤처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다.
흥미롭게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협력의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구글은 앤트로픽이 최초로 고안한 에이전트 규칙인 모델콘텍스트프로토콜(MCP) 관련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자체 개발한 AI 생성 콘텐츠 식별·검증 도구 신스ID를 오픈AI에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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