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8000선을 돌파한 이후 거센 외국인 매도세에 직면했다.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가 대규모 순매수로 지수를 떠받치는 양상이다. 금융투자업계는 단기 변동성을 경계하면서도, 반도체 실적 개선과 외국인통합계좌 도입을 고려할 때 중장기 상승 흐름에 여전히 무게를 두고 있다.
◇반도체 팔고 지주사 담고…외인 포트폴리오 재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들어 19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88조607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서만 9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기록하는 등 매도 공세가 매섭다. 5월 첫 거래일부터 전날까지 누적 순매도액은 34조4081억원에 이른다.
종목별로는 SK하이닉스(13조3688억원)와 삼성전자(10조6040억원) 등 반도체 대형주에 매도가 집중됐다. 반면 개인은 SK하이닉스(12조5378억원)와 삼성전자(8조1480억원)를 고스란히 받아내며 물량을 소화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매도세를 증시 이탈이 아닌 자산배분 전략 수정으로 분석한다. 권순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규모 순매도는 적극적인 비중 축소라기보다 차익실현과 리밸런싱(자산 재배분)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스피 외국인 보유 비중은 지난해 말 36%에서 현재 39%로 오히려 상승했다.
반도체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지주사로 이동하고 있다. 올해 SK, HD현대, 두산 등 7개 주요 지주사에는 2조원에 가까운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 인공지능(AI), 방산, 조선 등 구조적 성장축을 확보한 지주사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이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순한 업종 순환매를 넘어 지주사가 보유한 사업 포트폴리오의 성장성이 외인 자금을 끌어당기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노사 갈등·환율 상승 부담…“펀더멘털은 견고”
외국인의 주식 매도는 외환시장에도 부담을 안겼다. 주식을 판 자금을 달러로 바꾸는 수요가 몰리면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00원을 넘어섰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증시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와 외인 매도세가 환율 상승을 자극했다”고 짚었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과 파업 우려, 미국 메모리 업황의 피크아웃(정점 통과) 논란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요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도체 산업의 이익 창출력에 여전히 신뢰를 보낸다. AI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견고하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가 노조 파업 우려를 반영하며 경쟁사 대비 부진했으나, 실적 개선 강도는 강해지고 있어 조정을 비중 확대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현재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7배 수준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낮아 반도체 중심의 주도주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제도 개편 호재…외국인통합계좌가 구원투수 될까
증권가는 단기적인 매물 압박이 이어지더라도 외국인 자금 유입 환경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오는 6월 전면 도입되는 외국인통합계좌가 시장 분위기를 바꿀 핵심 변수로 꼽힌다.
외국인통합계좌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나 증권사가 국내에 별도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도 본인 명의의 통합계좌를 통해 한국 주식을 주문·결제할 수 있는 제도다. 금융투자업계는 제도 안착 시 약 30조원 규모의 신규 자금의 증시 유입이 예상된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제도가 본격화되면 한국 증시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져 장기적으로 외국인 거래대금이 크게 늘어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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