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예고한 총파업(21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19일 노사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주재로 이틀째 2차 사후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노사는 연봉의 50%인 성과급 상한 폐지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핵심 쟁점인 초과이익성과급(OPI) 제도 변경과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의 어느 수준으로 할지를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삼성전자 파업을 어떻게든 막겠다는 방침이다. 경제계도 정부를 향해 긴급조정권 발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까지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은 "오후 10시 정도면은 합의가 되거나 조정안이 나오거나 가부가 결정될 것 같다"고 밝혔다.
중노위, 막바지 다다른 삼성전자 노사조정…"오후10시 합의되거나 조정안 나오거나 가부 결정"
삼성전자 노사가 19일 중앙노동위원회 2차 사후조정에 돌입했다. 지난 11~13일 진행된 1차 조정이 결렬된 뒤 다시 대화에 나선 것으로, 전날(18일) 첫 회의는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노사 양측은 성과급 제도화와 재원 배분 비중을 두고 여전히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사측은 기존 성과급 제도 외에 대규모 영업이익 발생 시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추가 배분하는 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기존 연봉의 50%였던 성과급 상한은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노조는 반도체 부문 내 적자 사업부에도 성과급을 고르게 배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과급 재원의 70%를 반도체 부문 전체에 나누고, 나머지 30%를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자는 것이다. 반면 사측은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공통 재원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성과급 제도화 방식에서도 이견이 있다. 노조는 명확한 제도화를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합의를 3년간 지속한 뒤 재논의하자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오후 10시쯤이면 합의가 되거나 조정안이 나오거나 가부가 결정될 것 같다"며 "조금 늦으면 10시30분 정도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노조 측은 검토를 하지 않고 있고, 사측이 검토해야 조합원 투표를 거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조정안은 최종적으로 양측이 타결될 수 있는지 여부를 보고 내겠다"며 "아직 타결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녁에 조정안이 나와야 한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삼전 노조위원장 "非반도체는 못해먹겠다"…노노갈등 변수
삼성전자 노사가 합의에 이르더라도 노조 내부 갈등으로 합의안 찬반 투표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조 지도부는 '부문 70%, 사업부 30%' 방식의 배분안을 제시했다. 이는 사업부 간 성과 격차를 완화해 적자를 내고 있는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 직원들도 일정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초기업노조의 약 80%가 DS(반도체) 부문 소속 직원으로 구성돼 있어 반발이 적지 않다.
반도체연구원 소속 한 직원은 사내 게시판에 "만성 적자인 시스템LSI·파운드리가 메모리와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는 구조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사업부 성과 반영 비중을 '부문 30%, 사업부 70%'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이 같은 배분 방식이 완제품(DX) 부문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DX 내 모바일(MX) 사업부는 반도체 업황 부진 때마다 실적 방어 역할을 해왔는데, 적자를 내는 DS 직원들이 흑자를 유지한 DX 직원들보다 더 많은 성과급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노노 갈등'이 분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올해도 비메모리 사업부는 적자가 불가피하다. DS 부문 공통 재원 비중이 70%까지 확대될 경우, 이들 사업부 직원들도 메모리사업부와 큰 차이 없는 억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노조 내부 갈등은 지도부 발언에서도 드러났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텔레그램 '초기업 소통방'에 "마무리되면 노조 분리를 고민해봅시다. 전삼노, 동행이 너무하네요. DX는 솔직히 못해먹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최 위원장은 게시글을 삭제하고 "집행부에 하소연 글을 잘못 올려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李대통령 "노동권만큼 경영권 존중돼야"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대규모 파업 예고가 임박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노사 모두에게 연대 의식을 발휘해 협상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18일 SNS(엑스·옛 트위터)에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채택한 나라로,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돼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노동자는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하고, 주주는 기업 이윤에 몫을 가진다"며 "한때 제헌 헌법에 노동자의 기업이익 균점권이 규정된 적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다만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되지만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며 "힘이 세다고 더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연대하고 책임지며 모두 함께 잘 사는 세상이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19일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비공개 회의에서 "삼성전자 노조처럼 매년 이익을 분배하라고 하면 기업들이 해외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역대급 영업이익은 AI 산업 호황에 따른 특수라고 설명하며 "이걸 전부 근로소득으로 볼 수 있느냐"고 반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반도체는 국가 전략사업이라 개별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대기업 근로자와 중소·중견기업 근로자 간의 소득 격차 문제도 지적했다. 이어 "매년 이익을 분배하라는 것은 법인세 인상과 다를 바 없다"며 "이러면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게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산업장관 "삼성 파업 영향 알고도 해결 못하면 무슨 일 하겠나"
노동차관 "긴급조정 없이 해결에 역점"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오는 21일 대규모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정부가 "어떻게든 파업을 막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예정된 파업은 안 된다는 절박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삼성전자 파업이 발생하면 무슨 악영향이 생길지 우리 모두가 알면서도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부터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사후조정을 보고 있다"며 "온 국민이 바라는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권창준 고용노동부 차관은 같은 날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로서는 긴급조정 없이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수 있는데 긴급조정권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권 차관은 "노동부 입장에서는 대화로 풀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답했다.
그는 "국무총리 담화에서 긴급조정권 발동이라는 일관된 입장이 나왔기 때문에 사후조정이 이뤄졌다"며 "조금만 기다리면 노사와 국민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안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형동 의원이 "노동을 존중한다는 정부가 어떻게 긴급조정권을 먼저 꺼낼 수 있느냐"고 지적하자, 권 차관은 "노동부로서는 대화로 문제를 풀겠다는 원칙이 확고하다"며 "사후조정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제6단체 "삼전 파업, 국가 근간 흔드는 것…긴급조정권 즉시 발동해야"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오는 21일 대규모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주요 경제단체들이 공동 성명을 내고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18일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계획 철회 및 상생협력을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경제계는 "정부와 중앙노동위원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기존 입장만을 고수하며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은 국가 핵심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정적 시기에 감행되는 대규모 파업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국가적 기회 손실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생산 차질로 글로벌 공급망 신뢰 훼손, 고객사 이탈, 국가 신용도 하락 등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반도체 공정 특성상 24시간 연속 가동이 필수라는 점을 강조하며, "라인이 멈추면 웨이퍼 대량 폐기와 장비 손상은 물론 화학물질 유출 등 대형 안전사고 위험까지 내포한다"고 덧붙였다.
경제계는 "총파업 피해는 삼성전자 내부에 국한되지 않고 수천 개 중소·중견 협력업체와 종사자들, 나아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 전체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며 "고물가·고금리·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업체들이 연쇄적인 조업 중단과 고용 불안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성과급은 경영상 판단 사안이라며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은 법원에서 이미 '임금이 아니다'라는 결정을 내린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또 "해외 글로벌 기업에서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근로자에게 배분하는 제도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과도한 성과급 요구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사회적 위화감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제계는 마지막으로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강행할 경우 정부는 즉시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국민경제와 산업 생태계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상공인연합 "파업땐 골목상권도 타격"
소상공인들도 파업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19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노조가 대규모 총파업을 예고한 것은 민생경제를 외면한 이기적 처사"라며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했다.
송치영 소공연 회장은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과 '성과급 상한제 폐지'는 최저임금조차 벌지 못하는 수많은 소상공인들에게 대못을 박는 격"이라며 "이미 국내 최고 수준의 임금과 복지를 누리는 거대 노조가 극단적 수단을 선택한 것은 민생을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파업이 강행될 경우 수많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과 연계된 골목상권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며 "대기업 주변 상권과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소상공인들의 매출 절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공연은 ▲ 대다수 서민과 소상공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총파업 즉각 철회 ▲ 극단적 쟁의행위 중단 및 대화를 통한 상생·협력의 노사 관계 구축 ▲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국민 경제 안정에 동참할 것 등을 촉구했다.
송 회장은 "상생이 실종된 노동운동은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며 "거대 노조의 기득권 지키기식 파업은 벼랑 끝에 몰린 소상공인들에게 깊은 박탈감과 절망만을 안겨줄 뿐"이라고 강조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