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메모리 직원도 억대 성과급 ‘모순’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전날에 이어 지속했다.
노사는 성과급 재원의 부문·사업부별 배분 비율을 두고 접점 찾기에 난항을 겪었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올해 DS부문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책정하고, 이 가운데 70%는 DS부문 전체가 공동 배분한 뒤 나머지 30%를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자는 입장이다. 이 경우 오랜 기간 적자를 내고 있는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 역시 메모리사업부 못지 않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
반면 사측은 2차 사후조정을 앞두고 열린 실무 미팅에서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200조원을 넘길 경우 기존 성과급 외에 영업이익의 9~10%를 추가 지급하되, 이를 부문 공통 60% 사업부별 40%로 나누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초기업노조는 약 80%가 DS 부문 소속 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노조가 지난 3월 공개한 조합원 현황에 따르면 DS 소속 조합원 가운데 약 1만5300명은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 소속이다. 약 2만1000명은 메모리사업부에 속해 있다. 메모리·비메모리 공통 조직 소속 조합원은 약 1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노조가 메모리사업부 중심의 성과 배분만 주장할 경우 DS부문 내 과반 지지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가 적자 사업부인 비메모리 직원들의 성과급까지 함께 요구하며 사측과 협상을 이어간 배경이 여기에 있다.
사측은 이런 방식이 완제품(DX)부문 직원들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DX부문 내 모바일(MX)사업부는 반도체 업황 부진 때마다 실적 방어 역할을 했는데, 적자를 내는 DS부문 직원들이 흑자를 유지한 DX부문 직원들보다 더 많은 성과급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 내 ‘노노 갈등’이 분출하고 있는 이유다.
실제 올해도 비메모리 사업부는 적자가 불가피하다. DS 부문 공통 재원 비중이 70%까지 확대될 경우, 이들 사업부 직원들도 300조원대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메모리사업부와 큰 차이 없는 억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 ‘中 메모리 기업, 도약 발판되나’ 우려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경쟁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삼성 메모리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고객사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고객사들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물론이고 중국 메모리 업체들까지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중국 메모리 기업들의 도약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실제 글로벌 고객사들은 최근 삼성전자 측에 파업에 따른 공급 차질 가능성을 문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6일 급거 귀국한 뒤 전 세계 고객사들을 향해 사과 메시지를 낸 것도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
노조가 예고한 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삼성전자는 공장 ‘웜다운(warm-down)’ 체제에 돌입했다. 파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관리 체제를 가동하고 생산량 조절에 나선 상태다. 라인이 정상 가동되지 않을 상황에 대비해 최소 인원으로 생산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 정비도 진행 중이다. 라인 초입에 투입하는 신규 웨이퍼 물량을 줄이고 단가가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공정 중심으로 제품 믹스를 재편하는 작업 등이다.
김덕호 성균관대 교수는 “노조가 집단적 힘을 바탕으로 기여도 차이와 관계없이 성과를 일률적으로 배분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그렇다면 DX부문 직원들에게도 동일한 방식으로 성과급이 돌아가야 하는데, 모순이 많다”고 지적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