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돌봄 수요 vs 환자 안전 우려···의료기사법, 소위서 합의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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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돌봄 수요 vs 환자 안전 우려···의료기사법, 소위서 합의 불발

이뉴스투데이 2026-05-19 17:50: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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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집결한 의협과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보건의료계 대표자들이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료기사법)에 반대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19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집결한 의협과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보건의료계 대표자들이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료기사법)에 반대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의사협회]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고령자와 중증 환자의 재택 재활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물리치료사·작업치료사의 방문 재활을 허용하는 의료기사법 개정안이 의료계 반발에 부딪혀 입법 첫 관문을 넘지 못했다. 통합돌봄 체계 구축을 위해 병원 밖 재활 서비스를 넓혀야 한다는 요구와 환자 안전·책임 공백 우려가 정면으로 충돌한 결과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9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사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날 소위는 해당 법안만을 다루는 원포인트 성격으로 열렸지만,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논의는 계속 심사로 넘어갔다.

개정안은 현행 의료기사법상 의료기사가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 아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규정에 ‘처방·의뢰’를 추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의사가 처방하거나 의뢰하면 의료기관 밖에서도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 등이 재활치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겠다는 취지다.

법안은 지난해 10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 의원 34명이 공동발의했다. 찬성 측은 초고령사회와 통합돌봄 시행을 앞두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재활 수요를 기존 병원 중심 체계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본다. 재택·지역사회 중심 돌봄으로 의료서비스 구조가 바뀌는 만큼 방문재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개정안이 의료 면허체계의 원칙을 흔들 수 있다고 반발했다. 의사나 치과의사의 직접 지도·감독 없이 의료기관 밖에서 의료기사가 업무를 수행할 경우 환자 상태 변화에 즉각 대응하기 어렵고,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도 불명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원들은 이날 국회 앞에서 ‘의료기사법 개정 결사 저지 전국 의사·치과의사 대표자 궐기대회’를 열고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국회가 전문가단체의 경고를 무시한 채 졸속 입법을 강행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의료는 단순히 처방 한 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며, 환자 상태를 계속 확인하고 즉각 대응할 수 있어야 안전한 시스템”이라며 “처방 중심으로 방문재활 체계가 바뀐다면 실제 현장에서는 환자 안전에 대한 공백이 커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정우 치협 회장 직무대행도 “의사와 치과의사의 직접적인 지도·감독이 배제되면 의료기사의 임의적 업무 수행으로 환자 상태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처가 불가능해진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심각한 건강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책임 구조도 문제 삼았다. 원외에서 의료기사가 단독으로 업무를 수행하다 사고가 발생하면 처방 의사는 환자 상태 변화를 알 수 없었다고 하고, 의료기사는 처방대로 수행했다고 주장할 수 있어 법적 분쟁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의사 출신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런 우려를 반영해 지난 4월 ‘처방’ 대신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원격지도’를 받도록 하는 개정안을 별도 발의하기도 했다.

이날 소위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절충안도 논의됐다. 의료기사 정의 조항은 현행 ‘지도’ 체계를 유지하되, 업무 수행 조항에 ‘의료기관에 소속된 의료기사’가 다른 법령에 근거가 있는 경우 원외에서 처방을 받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업무 수행 조항에 ‘처방’이라는 개념이 들어가는 것 자체에 반대했다. 의협은 “의사의 ‘지도’라는 말에는 ‘처방’과 달리 책임지고 관리한다는 무게가 있다”며 “법을 바꾸려면 그에 걸맞은 필요와 이득이 있어야 하는데 개정안의 실익이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복지위 내부에서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방문재활 활성화를 추진했던 한 복지위 관계자는 “정부 수정대안을 반영해 어떻게든 소위까지는 통과시켜보려고 했지만, 일부 위원들이 불명확한 책임 소재 등 의료계 논리를 내세우며 반대해 논의가 공회전했다”며 “결국 이견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계속 심사 결정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법안 처리 무산으로 의료기관 밖 방문재활 제도화 논의는 당분간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재택 재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는 커지고 있지만, 환자 안전과 책임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합의 없이는 입법 논의가 쉽게 진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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