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파업 관련 가처분 사건에서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린 것과 관련해 법무법인(유) 화우가 두 사건을 비교 분석하며 산업 특성에 따라 쟁의 행위 제한 범위에 차이가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 사건에서는 안전·보안 관련 작업 범위를 폭넓게 인정한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에서는 생산공정 전체 보호 주장을 제한적으로 받아들였다는 분석이다.
화우 노동그룹 변호사들은 수원지법이 지난달 삼성전자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위법쟁의행위금지가처분 신청을 상당 부분 인용한 결정에 주목했다. 당시 법원은 방재시설·배기배수시설·화학물질 공급시설·전력공급시설 등이 노동조합법상 안전보호시설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파업 중에도 평상시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운영돼야 한다고 봤다.
법원은 설비 관리와 제조·공정 관리, AI센터 시스템 관리 업무 등도 중단 시 반도체 시설 손상이나 웨이퍼 변질 위험이 크다며 노동조합법상 '보안작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생산라인(FAB)과 연구라인 점거, 출입 방해 행위 역시 금지 대상에 포함했다.
화우는 이번 결정의 핵심으로 법원이 '정상적 유지·운영'의 의미를 넓게 해석했다는 점을 꼽았다. 노동조합법상 필수유지업무에는 '정당한 유지·운영'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지만, 안전보호시설과 보안작업에는 '정상적 유지·운영'과 '정상적 수행'이라는 표현이 쓰인다는 점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최소한만 유지하면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평상시와 같은 수준의 운영이 유지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화우는 특히 반도체 산업 특성상 생산 기능과 안전 기능을 인위적으로 분리하기 어렵다는 점이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생산 관련 업무라도 중단 시 시설 손상이나 제품 변질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면 보안작업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다.
지난 4월 인천지법이 판단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에서는 결론이 달랐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포 배양·정제 등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 전반이 원료·제품 변질 방지를 위한 작업에 해당한다며 쟁의 행위 제한 필요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생산공정 전체를 보호 대상으로 보지는 않았다.
법원은 "적극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 공정 전체를 변질·부패 방지 공정으로 볼 수 없다"며 생산 활동과 변질 방지 작업을 엄격히 구분했다. 이에 따라 농축 및 버퍼 교환, 원액 충전, 버퍼 제조·공급 등 일부 후반 공정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쟁의 행위 제한을 인정했다.
화우 노동그룹 변호사들은 두 사건 모두 노동조합법상 '원료·제품 변질 방지 작업' 범위가 쟁점이었지만, 산업 특성과 공정 중단 시 발생할 손해 정도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사건에서는 연속공정 특성과 공급망 영향, 시설 손상 위험 등이 폭넓게 고려된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에서는 실제 변질·부패 방지와 직접 연결되는 공정인지 여부가 엄격하게 검토됐다는 설명이다.
화우 노동그룹은 이번 결정들이 향후 반도체·배터리·석유화학 등 연속공정 산업의 노사 분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또 기업 입장에서는 쟁의 행위 상황에서도 보호가 필요한 핵심 시설과 작업 범위, 공정 중단 시 손해와 안전사고 가능성 등을 사전에 특정하고 입증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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