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빵을 사기 위해 KTX를 타고 방문하고, 야구 경기를 보기 위해 원정을 오며, 도시 캐릭터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선다. 과거 '지나가는 도시'에 가까웠던 대전이 이제는 일부러 찾는 도시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성심당과 한화 이글스, 꿈돌이, 소제동 카페거리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 콘텐츠가 대전의 새로운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꿈씨패밀리 새 가족. (사진= 대전시)
▲ 추억의 마스코트에서 도시 IP로…꿈돌이의 재탄생
꿈돌이는 오랫동안 대전엑스포를 기억하는 세대의 추억 속 캐릭터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꿈돌이는 단순 마스코트를 넘어 대전을 대표하는 도시 콘텐츠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는 다소 촌스럽고 오래된 이미지로 소비됐다면, 최근에는 레트로 감성과 캐릭터 소비문화가 맞물리며 오히려 친근한 도시 브랜드로 재해석되는 분위기다.
특히 '꿈씨 패밀리' 관련 상품 판매가 빠르게 늘면서 지역 캐릭터 IP의 확장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꿈씨 패밀리 관련 상품 매출은 64억원을 넘어섰다. 꿈돌이 굿즈를 비롯해 라면과 막걸리, 호두과자, 누룽지 등 먹거리 상품까지 영역이 넓어지며 단순 기념품 수준을 넘어 하나의 로컬 콘텐츠 산업으로 성장하는 모습이다.
대표 상품인 꿈돌이 라면은 출시 이후 120만개 넘게 판매되며 화제를 모았다. 대전을 찾은 관광객들이 기념품처럼 구매하는 사례가 늘었고, SNS에서는 '대전 가면 꼭 사와야 하는 상품'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꿈돌이 막걸리와 호두과자 역시 관광객 유입과 함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 상품은 해외 수출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캐릭터 세계관 자체도 계속 확장되는 분위기다. 기존 꿈돌이와 꿈순이를 중심으로 하던 구조에서 부모 캐릭터인 온솔·온빛, 반려묘 잼냥이 등 신규 캐릭터가 추가되며 하나의 스토리형 IP로 발전하고 있다. 단순 캐릭터를 넘어 도시 정체성과 감성을 담아내는 콘텐츠 자산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부분은 꿈돌이가 시민과 관광객이 자발적으로 소비하는 도시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대전역과 원도심 일대에서는 꿈돌이 키링과 인형, 굿즈를 구매하는 외지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과거 대전을 상징하는 기념품이 부족했다면 최근에는 꿈돌이 자체가 도시를 기억하게 만드는 상징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12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이글스와 기아타이거즈의 경기에서 야구장을 찾은 팬들이 응원을 하며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 야구 보러 왔다가 도시를 소비한다…한화이글스가 바꾼 대전 풍경
한화 이글스 의 흥행은 최근 대전의 소비 흐름을 설명하는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과거 프로야구 원정 문화가 단순 관람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경기와 관광, 지역 소비가 결합된 형태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야구 시즌 주말이면 대전역과 중앙로, 은행동 일대는 한화 유니폼을 입은 방문객들로 붐빈다. 경기 시작 수시간 전부터 원도심 카페와 음식점에는 외지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경기 종료 이후에도 성심당과 중앙시장 등을 찾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야구 관람이 단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도시 체험형 소비로 연결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한화생명볼파크 개장 이후 대전의 야구 콘텐츠는 도시 브랜드와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는 분위기다. 새 구장을 중심으로 한화이글스 팬덤이 확대되면서 '대전 원정' 자체를 하나의 여행 코스로 소비하는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야구 보러 대전에 간다"가 아니라 "대전을 즐기러 간다"는 표현까지 나온다.
최근에는 스포츠와 캐릭터 IP를 결합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대전시와 한화이글스가 협업한 꿈순이 유니폼과 굿즈는 지역 스포츠와 도시 콘텐츠를 연결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유니폼과 모자, 키링, 인형 등 다양한 상품이 출시되며 젊은층과 가족 단위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단순 응원용품이 아니라 대전 방문을 기억하게 만드는 기념 콘텐츠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전국적인 빵지순례 명소가 된 성심당 과의 시너지 효과도 크다. 경기 전 성심당 본점을 들러 빵을 구매한 뒤 야구장을 찾거나, 경기 종료 후 다시 성심당과 원도심을 방문하는 코스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스포츠와 먹거리, 원도심 관광이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되며 대전만의 도시 소비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전 유성구 성심당 DCC점에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사진 연합뉴스]
▲ '빵지순례 성지' 된 성심당…대전 찾는 가장 강력한 이유
성심당 은 이제 단순한 지역 빵집을 넘어 대전을 대표하는 핵심 관광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전국적인 '빵지순례' 열풍 중심에 성심당이 자리하면서 대전을 찾는 관광 흐름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대전은 출장이나 환승 목적 방문 비중이 높은 도시였다면 최근에는 성심당 방문 자체를 목적으로 대전을 찾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실제 주말이면 대전역과 성심당 본점 일대에는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는 관광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KTX를 타고 당일치기로 빵을 구매하러 오는 방문객도 적지 않다.
성심당의 영향력은 원도심 상권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성심당 본점이 위치한 대전 중구 방문자는 4900만명을 넘어섰다. 성심당을 찾은 관광객들이 주변 카페와 식당, 전통시장 등을 함께 이용하면서 원도심 소비 확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성심당은 '대전=빵 도시'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튀김소보로와 판타롱부추빵 등 대표 메뉴는 물론 계절 한정 상품과 지역 특색을 살린 제품들이 SNS와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며 전국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야구 원정 문화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
한화이글스 경기를 보러 온 팬들이 경기 전후 성심당을 찾는 코스가 형성되면서 "대전 원정의 완성은 성심당"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야구와 빵, 원도심 소비가 맞물리며 대전만의 관광 동선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 '노잼도시' 별칭, 오히려 대전 알리는 역설적 브랜드
대전의 변화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노잼도시'라는 별칭 자체가 오히려 도시 인지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반복 소비된 밈이 대전을 전국적으로 각인시키는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한때는 관광 콘텐츠 부족과 심심한 도시 이미지를 비꼬는 표현에 가까웠지만, 시간이 지나며 오히려 대전을 대표하는 상징 언어처럼 자리 잡는 분위기다.
실제 과거에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던 '노잼도시' 표현이 최근에는 친근하고 자조적인 도시 이미지로 소비되는 흐름도 감지된다. 빵과 야구, 감성 공간 등을 경험하려는 방문이 이어지면서 '노잼도시'라는 표현 역시 역설적인 도시 브랜드로 기능하고 있다는 평가다. 온라인에서는 "노잼도시라더니 생각보다 즐길 게 많다", "빵 먹고 야구 보고 카페 가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간다"는 반응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대전이 거창한 관광도시보다는 일상형 소비 콘텐츠에 강점을 가진 도시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화려한 랜드마크보다 먹거리와 스포츠, 캐릭터와 감성 공간처럼 비교적 생활 밀착형 콘텐츠가 도시 이미지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 방문은 늘었지만…체류형 관광은 여전히 과제
다만 대전의 관광 흐름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체류형 콘텐츠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성심당 이나 한화 이글스 경기처럼 특정 목적을 중심으로 한 당일 방문 비중이 높은 만큼 숙박과 야간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직 약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상당수 관광객이 당일 일정으로 대전을 방문한 뒤 다시 서울이나 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KTX 접근성이 좋은 만큼 방문은 쉬워졌지만 반대로 '하루 코스'에 머무르는 경향도 강하다는 것이다. 관광업계에서는 야간 콘텐츠와 숙박 연계 프로그램, 원도심 체험형 관광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성심당과 야구장, 소제동 카페거리 등을 연결하는 체류형 동선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재는 개별 콘텐츠의 화제성은 크지만 도시 전체를 오래 경험하게 만드는 구조는 아직 부족하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최근 대전을 찾는 외지인은 확실히 늘고 있지만 아직은 '들렀다 가는 도시' 성격이 강하다"며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는 콘텐츠와 공간 전략이 앞으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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