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먼트뉴스 정원욱 기자] 최근 대중의 큰 기대를 모았던 역사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고증 실패에 따른 심각한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이며 제작진부터 주연 배우들까지 연이어 고개를 숙이는 씁쓸한 결말을 맞이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가 이번 사태에 대해 한국의 문화 정체성을 흔들고 외교적 자해 행위나 다름없는 빌미를 제공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해 파장이 일고 있다. 서경덕 교수는 1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현재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어 문화학자로서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는 기조의 장문 글을 게재했다.
서 교수는 구체적인 문제점을 짚으며 지난 15일 방영된 드라마 11회 화면을 정조준했다. 극 중 이안 대군의 즉위식 장면에서 자주국의 당당한 황제나 왕이 외쳐야 할 '만세'라는 표현 대신, 스스로를 낮추어 황제국에 예속된 제후국임을 뜻하는 '천세'라는 단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된 점을 꼬집었다. 아울러 왕이 머리에 쓰는 면류관 역시 자주독립국의 상징인 12줄의 보석 줄이 달린 '십이면류관'이 아니라, 황제의 신하인 제후를 의미하는 9줄짜리 '구류면관'을 착용한 모습으로 묘사되어 시청자들의 거센 분노를 유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극 중 핵심 인물들이 대화를 나누며 차를 마시는 장면에서 우리 고유의 전통 다도 방식이 아닌 명백한 중국식 다도법을 그대로 재현해 내는 등 황당한 수준의 오류가 지속되면서 안방극장의 반발을 샀다고 성토했다.
글로벌 OTT 확산 속 주변국 왜곡 상황 간과, 아이유와 변우석 등 주연진 릴레이 사과
서경덕 교수가 이번 논란에서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대목은 한국 드라마의 자발적인 왜곡이 중국의 동북공정 세력에게 악용될 빌미를 주었다는 사실이다. 서 교수는 현재 전 세계 시청자들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우리 역사물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접하고 있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역사적 배경을 다룰 때는 철저하고 정확한 고증 작업이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최근 한국 문화를 자국 문화 편입 시도로 악용하려는 주변국의 왜곡 동향까지 다각도로 세심하게 체크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을 완벽히 놓쳤다는 점이 가장 뼈아픈 실책이라고 날을 세웠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사그라지지 않자 드라마 제작진은 지난 1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뒤늦은 사과문을 게재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중화권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플랫폼을 중심으로 관련 논란이 왜곡된 형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우려를 더한다. 급기야 지난 18일에는 드라마의 흥행을 이끌었던 주연 배우 아이유와 변우석까지 자신들의 개인 계정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며 작품 선택과 검수에 신중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팬들과 대중 앞에 고개를 숙이며 사죄의 뜻을 전했다.
과거 조선구마사 사태 거울 삼아야, 2026년 콘텐츠 제작 기조 향한 강력한 일침
끝으로 서경덕 교수는 과거 역사 왜곡 논란으로 인해 방영 2회 만에 조기 폐지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던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이번 '21세기 대군부인' 논란 역시 이제부터라도 업계 전체가 타산지석이자 거울로 삼아야 할 심각한 계기라고 규정했다. 앞으로 제작될 대한민국 모든 역사 기반 콘텐츠에서는 이와 같은 치명적인 고증 오류가 절대 재발하지 않도록 연출자와 작가, 그리고 투자사 모두가 각별한 주의와 책임감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2026년 현재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의 주류로 우뚝 선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역사적 고증 실패는 문화적 영향력에 걸맞은 철저한 내부 검증 시스템 구축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증명하고 있다. 화려한 미장센과 스타 마케팅에만 치중한 채 민족의 뿌리와 자존심이 걸린 고증을 소홀히 한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 종영으로 이어지는지 이번 사태는 대중문화계에 무거운 과제를 남겼다. 향후 방송사들이 왜곡 없는 올바른 역사관을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웰메이드 사극을 선보일 수 있을지 대중과 학계의 매서운 감시의 눈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하 서경덕 교수 인스타그램 전문
최근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의 역사왜곡 논란이 커지고 있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지난 15일 방송된 11회에서는 이안 대군의 즉위식 중 제후국이 사용하는 '천세'라는 표현이 쓰이고, 황제의 십이면류관 대신 제후를 뜻하는 구류면관이 등장해 역사왜곡 논란으로 확산됐습니다.
또한 극 중 인물들이 한국 전통 방식이 아닌 중국식 다도법을 따르는 장면 등도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습니다.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제작진은 16일 뒤늦게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현재 중화권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관련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논란의 가장 큰 문제는 중국 동북공정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입니다.
글로벌 OTT를 통해 전 세계 시정자들이 함께 보는 역사물 콘텐츠라면 정확한 고증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역사왜곡 상황도 유심히 체크를 해야만 하는데 이 부분을 놓친 것이 가장 뼈아픕니다.
SBS '조선구마사'와 MBC '21세기 대군부인'의 논란을 이제부터라도 거울 삼아 앞으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어야 할 것입니다.
Copyright ⓒ 메디먼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