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9일 경북 안동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일 셔틀외교가 양국 정상의 첫 번째 ‘상호 고향 방문’으로 이어지며, 양국 관계가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 강화로 나아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40분께 정상회담이 열린 안동 시내의 한 호텔 입구에 서서 다카이치 총리의 차량을 직접 기다렸다.
검은색 차량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내리자, 이 대통령은 환하게 웃으며 손뼉을 치고 다카이치 총리와 악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시골 소도시까지 오느라 너무 고생하셨다. 제가 어젯밤부터 기다리고 있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번 방문은 지난 1월 이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 고향인 일본 나라현을 찾은 데 대한 답방 성격을 지닌 ‘셔틀 외교’ 차원이다.
작년 10월 열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지난 1월 열린 정상회담에 이어 넉 달 만에 이뤄지는 세 번째 대좌다.
이번 회담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여섯 번째로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이기도 하다. 앞서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의 전임자인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와 세 차례(작년 6월 캐나다·8월 도쿄·9월 부산) 정상회담을 한 바 있다. 이 대통령 취임 후 한·일 정상은 두 달에 한 번꼴로 마주 앉으며 셔틀외교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불과 4개월 만에 총리님과 제가 서로의 고향을 방문하게 됐는데 이는 한·일 관계 역사상 최초일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며 “이처럼 전례나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교감의 폭을 넓혀나가면 실용적이면서도 획기적인 협력 방안을 마련해 나갈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를 위해 지역 특색을 살린 선물을 준비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안동을 대표하는 하회탈 9종으로 구성된 ‘하회탈 목조각 액자’를 마련했다. 화합을 상징하는 하회탈을 통해 한·일 양국의 우호 관계 발전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한지로 만든 가죽 가방과 홍삼도 선물 목록에 포함됐다. 조선통신사 시절 대표 교류 품목이었던 인삼과 한지에서 착안한 선물이다.
첫 ‘고향 셔틀외교’는 한국과 일본이 모두 강조하고 있는 지역 활성화와도 궤를 같이한다. 이 대통령은 “그간 서울과 도쿄에 국한됐던 셔틀외교의 무대가 부산, 경주, 나라, 안동 등 여러 지방 도시로 확대된 것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두 정상의 ‘셔틀외교’는 양국 정부의 실질적인 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월 나라현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조세이 탄광에서 발굴된 유골 신원 확인을 위한 DNA 감식 작업을 양국이 함께하기로 했다.
조세이탄광은 우베시에 있던 해저 탄광으로 1942년 수몰 사고가 발생해 조선인 136명과 일본인 47명 등 183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일본 시민단체인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 주도해 진행한 잠수 조사에서 작년 8월 인골 4점이 수습됐으며 올해 2월 추가로 유해 1점이 발견됐다.
외교부는 지난 18일 “조세이 탄광에서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 발굴된 유해의 신원 확인을 위한 DNA 감정에 착수할 계획”이라며 “정부는 DNA 감정과 신원 확인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일본 측과 지속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우리 양국이 과거사 문제에 있어 인도주의적 사안부터 협력해 나가는 작지만 매우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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