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정치 | 플레이어 리포트> 는 정치라는 무대에 뛰어든 청년들의 실제 경험을 기록하는 인터뷰 시리즈다. 기성 정치의 견고한 구조 속에서 ‘불가능한 게임’에 도전한 이들의 선택과 궤적을 따라간다. 청년>
출마를 결심한 이유부터 현장에서 마주한 구조적 장벽, 그리고 포기와 지속 사이의 선택까지를 당사자의 시선으로 담는다. 다만 취재원의 요청에 따라 실명 대신 가명을 사용했다.
이 연재는 한국 정치의 진입 구조와 작동 방식을 청년의 경험을 통해 해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청년 정치가 ‘가능한가’가 아니라, ‘어떻게 가능해질 수 있는가’를 묻고자 한다.
행정학 석사 과정에서 정책 전문가를 꿈꾸던 청년 김민주(29·가명)씨는 정치에 뛰어들기로 결심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선거 비용과 사비에 의존하는 당 활동, 청년을 향한 뿌리 깊은 선입견까지. ‘정책’이 아닌 ‘조건’이 진입을 가르는 구조 속에서 그는 결국 출마를 접었다. 청년 정치의 문턱에서 마주한 것은 기회의 부재가 아니라 버텨내기 어려운 구조적 장벽이었다.
Q. 행정학 석사 과정을 밟으며 정책 전문가를 꿈꾸던 중 직접 출마까지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대학원 재학 중 봉사활동을 하다가 의원실 비서관의 “정치를 하면 잘할 것 같다”는 말에 호기심이 생겨 선거 캠프와 의원실 실무를 경험하게 됐다. 현장에서 접한 정치는 저의 생각과 신념을 세상에 펼칠 수 있는 가장 밀접한 영역이더라. 정치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삶의 인적·물적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지 고민하는 학문의 연장선이라는 매력을 느껴 지역구 출마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Q. 하지만 청년으로서 출마를 선택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특히 금전적인 부분이 가장 큰 장벽이라고들 입을 모아 말한다. 청년 후보가 감당해야 할 실제 비용은 어느 정도였나.
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최소 4000만 원 정도를 손에 쥐고 시작해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사회초년생인 청년에게는 사실상 전 재산이거나 빚을 감수해야 하는 수준이다. 기탁금이나 선거 비용 일부를 나중에 보전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사무실 임대료와 같은 핵심 비용은 보전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부모님의 만류가 더욱 크게 와닿았다.
Q. 청년 정치인을 위한 정당 차원의 지원 시스템은 어땠나.
제가 경험한 당 활동은 사실상 전적으로 사비에 의존하는 구조였다. 활동비는커녕 행사 참여 교통비도 개인이 부담한다. 당 위원장이 미안하다며 사비로 커피 한 잔을 사주는 정도가 전부였다. 반면 다른 진영의 경우 직책을 맡으면 최소한의 활동비가 지급돼 생계와 정치 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실적인 괴리감을 느끼기도 했다.
Q. 현장에서 느낀 ‘청년 정치인’에 대한 선입견은 무엇이었나.
20대라는 나이가 주는 부정적 인식이 분명히 존재했다. 오히려 “30대인 게 다행”이라는 말이 저보다 나이가 많은 후보들 사이에서 나올 정도였다. 2030세대가 정치를 한다고 하면 사회적 경험 부족을 이유로 ‘미성숙하다’는 프레임이 먼저 씌워졌다. “청년이라는 타이틀을 빼면 전문성이 무엇이냐”, “실력도 없으면서 요즘 청년을 밀어주니 들어오려는 것 아니냐”는 식의 날 선 시선도 감내해야 했다. 기성 정치인에게는 요구되지 않는 수준의 논리와 근거를 청년에게만 더 엄격하게 요구하는, 이중적인 기준을 체감했다.
Q. 그래서일까. 어렵게 진입한 청년 정치인들 중 시스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기성 정치의 문법을 그대로 답습하게 되는 모습도 보인다.
동감한다. 정당 내부의 ‘당협’ 시스템만 봐도 그렇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기반을 다져온 이들은 새로 유입되는 청년을 ‘밥그릇을 뺏으러 온 사람’으로 경계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인성 논란을 제기하거나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견제를 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구조를 뚫고 들어가더라도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결국 기존 방식에 적응하고 변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Q. 정치 신인을 발굴하고 교육하는 시스템이 마치 기획사처럼 작동해야 하는데, 현실은 각자도생인 셈이다. 출마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현실적인 조언이 있다면.
청년 정치는 ‘아이돌 연습생’과 비슷하다고 본다. 언제 데뷔할지 알 수 없고,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감수해야 하며, 실력뿐 아니라 운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설령 기회를 얻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온전히 개인의 역량 부족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뛰어들기보다는 가랑비에 옷 젖듯 정당 활동부터 가볍게 시작하며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다만 그 과정이 쉽지 않은 만큼 마음은 정말 독하게 먹어야 한다.
Q. 마지막 질문이다. 비록 이번 출마는 포기했지만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낼 계획인가.
솔직히 지금은 뚜렷한 계획이 있는 단계는 아니다. 졸업 이후 안정적인 직장을 구해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다. 평일에 생업을 병행해야 하는 청년에게 정치 활동은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큰, 여전히 불확실한 도박이다. 다만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전문성을 갖춘 뒤 보다 나은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하는 데 참여하고 싶다. 지금은 현실의 벽을 먼저 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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