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中동북부 쑤이펀허 조명…"서방 제재 속 중러 관계 축소판"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중국의 한 소도시가 중러 밀착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축소판으로 주목받고 있다.
19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25번째 중국 방문을 앞두고 중국 북동부 헤이룽장성의 쑤이펀허시를 조명했다.
인구는 6만 명에 불과하고 가난하기까지 했던 이 도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 제재 속 중러 교역 관계가 강화되면서 수혜를 보고 있다.
서방 기업들이 철수하며 생긴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중국 기업들이 뛰어들었고, 이곳에서 일할 중국인들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다.
일례로 쑤이펀허에서 일하는 왕룽거(45)는 1년 전까지만 해도 내수 시장용 옥수수와 대두를 재배하는 농업회사에서 일했다.
그랬던 그는 쑤이펀허에서 신차 수출 산업이 급성장하자 지난해 8월 설립된 싱윈국제자동차수출회사의 매니저로 취업했다. 덕분에 급여는 두 배 이상 올랐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며 "그러면서 더 많은 자동차가 러시아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헤이룽장성의 대러 수출은 2024년 대비 22% 증가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자동차 등 특정 산업군에서 러시아는 중국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이 지속되는 시기와 맞물린다.
중국 내에서 공급 과잉과 내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자동차는 쑤이펀허의 주요 수출품이다.
쑤이펀허 헝츠국제무역의 한 매니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 사업에 좋은 기회가 됐다"고 털어놨다.
헝츠국제무역의 대표 가오빈은 "3년 전 러시아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했다"며 "전쟁이 시작된 뒤 러시아에 수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승용차협회에 따르면 2021∼2024년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7%에서 60%로 급증했다.
2024년에 중국은 러시아에 100만대 넘는 차를 판매했다. 중국에서 제조한 외국 브랜드 차 수출도 상당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BMW, 혼다, 폭스바겐과 같은 브랜드 자동차 수만 대가 중국의 제3의 딜러사를 통해 러시아에 판매됐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가 수출 의존도가 높고 내수가 약한 많은 중국 지역의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쑤이펀허는 중국에서 루블화를 법정 통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 최초의 도시다.
아울러 비자 문제 등 유럽으로 여행가는 일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쑤이펀허를 포함한 헤이룽장성을 찾는 러시아 관광객이 늘고 있다.
지난해 9월 중국 정부가 러시아 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제도를 도입하면서 블라디보스토크와 기차로 불과 2시간 떨어진 이 도시 내의 러시아 관련 경제 규모는 더욱 확대됐다.
딸이 중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쑤이펀허로 작년에 이주해왔다는 러시아 출신의 마리아 푸블리추크(36)는 "세계에서 가장 유용한 첫 번째 언어는 영어이며, 두 번째는 중국어"라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와 밀접하지 않은 분야의 산업에 종사하는 이 도시 시민들은 경제적 상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9년 만의 방중을 계기로 이뤄진 미중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측은 정상회담 이후 우크라이나 위기를 논의했다고 언급하기는 했으나 이란 위기나 대만 문제 등이 양국 사이에 우선시된 의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이 중국에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분위기는 포착되지 않고 있으며 그것은 이번 회담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드르 가부예프 소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또한 자신이 그 일에 책임져야 한다고 느끼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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