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인데 36도' 이른 고온에 농가 비상…작물 피해·병충해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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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인데 36도' 이른 고온에 농가 비상…작물 피해·병충해 속출

연합뉴스 2026-05-19 16:16:3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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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 생육 부진·유해충 창궐 우려…온열질환자 전년 대비 4배 급증

지자체 폭염대책 상황실 가동…시설물 정비·냉각조끼 보급 등 대응 총력

(전국종합=연합뉴스) 최근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농번기를 맞은 농가에도 직간접적 피해가 발생해 농민 고심이 깊어진다.

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오른 상황에서 고온으로 인한 피해 우려까지 커지면서 농민과 전국 지자체마다 대응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폭염 속 온열질환 조심 폭염 속 온열질환 조심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인삼 잎 타고·단감 병충해까지…농민 한숨

19일 경기 파주시 적성면 주월리 6천600㎡ 규모 인삼밭에는 인삼을 햇볕에서 보호하기 위한 차광지와 차광막이 설치돼 있었지만, 최근 30도까지 치솟은 폭염까지 막지는 못했다.

일부 인삼 줄기는 한쪽으로 맥없이 휘어져 있었고, 초록빛을 띠던 이파리들은 누런색으로 변해 있었다.

인삼 재배 기간은 통상 6년으로, 5년째인 이곳 인삼은 이번 불볕더위로 잎이 화상 피해를 봐 성장이 멈춰 수확 시기를 늦추거나 폐기할 처지에 놓였다.

농장주 전명수(47) 씨는 "20년간 인삼을 재배해왔지만, 올봄처럼 무더위가 일찍 온 것은 처음"이라며 "폭염으로 수확하는 수량이 감소할 뿐 아니라 상품성까지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남 창녕에서 단감 농사를 짓는 남중우(66) 씨 역시 이른 무더위에 걱정이 늘었다.

단감나무 개화가 약 1주일 일찍 시작되면서 수정도 불규칙적으로 진행돼 감나무마다 개화 편차가 심해졌다.

또 이른 개화에 방제 작업도 다소 늦어지며 병충해가 발생해 감나무 잎이 갉아져 나가거나 변색한 경우도 관찰된다.

남씨는 "일교차가 클 때는 하루 15도 이상 차이가 나니 감꽃이 펴야 할 곳에 꽃이 없기도 하고 병충해로 인한 기형 과일이 발생할 우려도 높다"며 "그러잖아도 고유가 때문에 비료 등 농자재 값이 올라 힘든데 한 해 농사까지 망칠 것 같아서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부산 강서구에서 대파, 양배추 농사를 하는 반재화 씨 역시 "대파는 9월에 수확하는데 벌써 이렇게 더워지면 수확 전에 파 뿌리가 다 죽어 버릴 수 있다"며 "몇 년 전부터 더위가 일찍 시작되고 여름이 오래 지속되는데다 전기료, 비닐값 등 농사 비용도 상당히 올라 농업인들이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경기도에서는 지난주 일교차가 약 20도까지 벌어져 사과 등 일부 과수 농작물에서 성장이 더딘 형상이 관찰되기도 했다.

충북에서도 지난 14일 충주의 사과 과수원에서 올해 첫 과수화상병이 발생했다.

일명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 성충은 내달 중순부터 창궐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올해 러브버그 주요 발생 기간은 내달 15∼29일, 활동 최성기는 내달 24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주요 발생 기간인 6월 17일부터 7월 4일까지에 비해 이틀 빠른 것으로, 최근 봄철 기온 상승이 반영된 결과라고 산림과학원 측은 설명했다.

병충해가 발생한 창녕 단감 농가 병충해가 발생한 창녕 단감 농가

[남중우 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농민 건강도 비상…온열질환자 전년 대비 급증

고온에 한껏 뜨거워진 농지에서 작업해야 하는 농민은 물론 시민 건강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2시 40분 경북 김천 기온이 36도를 기록했다.

36도는 폭염 기준선을 3도 뛰어넘는 수준이다.

비슷한 시각 경북 경주 기온은 35.9도를 기록해 기상 관측을 시작한 2010년 8월 이후 5월 중순 기온으로는 가장 높았다.

경북 구미(34.9도)와 청송(33.9도), 경남 거창(33.2도) 등에서도 5월 중순 기온으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 18일 발표한 2026년 온열질환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온열질환자 총 57명이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인 14명보다 4배 이상 많다.

온열질환은 폭염이나 고온 환경에 장시간 노출될 때 열탈진과 열실신, 두통 등이 발생하는 급성 질환이다.

야외 작업이 많은 농민은 특히 위험할 수밖에 없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11시 50분께 제주시 한경면에서 3시간가량 밭일을 하던 50대 여성이 열경련 증상을 보여 응급처치 후 병원으로 이송됐다.

충남도 농업기술원은 최근 '농업인 온열질환 예방 요원' 96명을 위촉하고 현장 대응에 나섰다.

예방 요원들은 도내 15개 시군 농촌 현장을 돌며 폭염 취약 시간대 작업 자제, 무더위 쉼터 이용 및 수분 섭취 안내 등 밀착 예방 활동을 벌인다.

폭염 속 밭일하는 농민 폭염 속 밭일하는 농민

[연합뉴스 자료사진]

◇ 해가림 시설 정비하고 냉각조끼 보급…지자체 비상

지자체와 농민들은 이른 폭염 피해를 막기 위해 힘을 모은다.

인삼 주산지인 강원도는 최근 영서 내륙을 중심으로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등 평년보다 이른 고온이 나타나면서 농가에 선제적 관리를 당부했다.

농가들은 고온 피해를 줄이고자 해가림 시설을 정비하고, 시설 내부 통풍이 원활하도록 관리한다.

또 개량 울타리 등을 활용해 바람길을 만들어 내부를 시원하게 하고, 차광망을 보강해 투과량을 낮춘다,

전남도는 6∼9월 온열 피해 최소화를 위한 농축산분야 폭염 대책 종합상황실을 운영한다.

농작물과 농업인, 가축 재해보험 가입비 지원을 위해 2천117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가축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해 고온 스트레스 완화제와 사료 효율 개선제를 적기에 공급하고 축사 지붕에 열 차단재를 덮고 환풍기를 설치하도록 할 방침이다.

농업인 온열질환과 축산농가 피해 예방을 위해 상시 폭염 특보를 문자 메시지로 홍보하고 고령 농업인과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대상으로 안전 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제주도농업기술원 서귀포농업기술센터는 올여름 제주지역 레드향 농가에 압축공기로 체온을 낮추는 농작업용 '에어냉각조끼'를 처음 보급한다.

에어냉각조끼는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보텍스 튜브'로 압축 공기에서 분리한 냉기를 조끼 안쪽에서 신체에 직접 분사해 체온을 낮추는 기능이 있다.

이 조끼 착용 시 일반 작업복 대비 평균 온도 13.8%, 습도 24.8% 줄이는 효과가 확인돼 열사병과 열탈진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20일 전국에 비가 내리며 고온 현상이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했다.

(양지웅 형민우 최해민 김준범 최영수 백나용 장영은 노승혁 천정인 전창해 손형주 이준영 기자)

l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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