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업계의 경쟁 구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단순 위탁매매 중심이던 증권사들이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WM), 디지털자산 플랫폼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사실상 '종합 금융 플랫폼' 경쟁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그 중심에는 미래에셋증권이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달 12일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1조1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분기 순이익 1조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영업이익은 1조37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97%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단순 실적보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글로벌 투자은행에 가까운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비상장 혁신기업 투자와 글로벌 IPO 네트워크, 홍콩 디지털자산 사업, 인도 현지 증권사 인수 확대 등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미래에셋증권의 전략 변화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스페이스X부터 뉴욕까지…해외서 돈 버는 증권사로 변신
미래에셋증권의 최근 최대 화두는 미국 우주기업 SpaceX 투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를 비롯한 글로벌 비상장 혁신기업 투자 확대를 통해 대규모 평가이익을 반영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약 8040억원 규모의 해외 혁신기업 투자 평가이익이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순 투자 수익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미래에셋증권이 글로벌 혁신기업 투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국 투자자들에게 미국 초대형 IPO 접근 창구 역할까지 확대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은 뉴욕과 홍콩 법인을 중심으로 해외 수익 비중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홍콩법인과 뉴욕법인은 각각 약 813억원, 830억원의 세전이익을 기록했다. 해외법인 전체 세전이익도 2432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부 증권사들이 국내 브로커리지와 부동산 PF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은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은 해외주식, 글로벌 WM, 대체투자, PI(자기자본투자)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홍콩 디지털자산·인도 현지화…'글로벌 플랫폼' 실험 본격화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디지털자산과 신흥국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홍콩에서는 디지털자산 사업 확대를 본격 추진 중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4월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로부터 디지털자산 리테일 라이선스를 승인받았으며 업계에서는 오는 6월 통합 MTS 출시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 가상자산 거래 차원을 넘어 향후 토큰증권(STO)과 글로벌 디지털 투자 플랫폼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한다.
신흥국 확장 전략도 주목받는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해 11월 인도 현지 증권사 '쉐어칸(Sharekhan)' 인수를 완료한 이후 현지 사업 통합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단순 해외 지점 운영 수준이 아니라 현지 금융 플랫폼 자체를 확보하려 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인도는 젊은 인구 구조와 모바일 투자 확대 흐름이 맞물리며 글로벌 금융사들의 핵심 격전지로 떠오르는 시장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인도뿐 아니라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WM 시장 확대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 "한국형 모건스탠리 가능할까"…WM·연금·IB 결합 승부수
시장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의 최종 목표를 '한국형 글로벌 IB' 구축으로 해석한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최대 수준의 해외주식 고객 기반과 연금 자산, 글로벌 WM 네트워크를 동시에 키우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연금자산은 64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DC·IRP 적립금 기준 전 금융권 1위 수준이다.
여기에 기업금융(IB), 자기자본투자(PI), 디지털자산 플랫폼까지 결합하며 사업 구조를 확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흐름을 이어가고 개인 투자자 자금 유입이 확대되면서 금융권에서는 '예금에서 투자로' 자금 이동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단순 주식 중개 역할에 머물렀던 증권사들이 이제는 자산관리와 글로벌 투자, 디지털 금융을 아우르는 플랫폼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시장 일각에서는 스페이스X 등 비상장 자산 평가이익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과 함께 글로벌 투자 변동성 리스크, 디지털자산 규제 변화, 해외 대체투자 건전성 관리 문제 등을 변수로 꼽는다.
그럼에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먼저 글로벌 종합금융 플랫폼 모델에 근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국내 증권사들은 사실상 국내 시장 안에서 경쟁했다면 이제는 뉴욕·홍콩·인도까지 연결되는 글로벌 자본시장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미래에셋이 그 변화를 가장 빠르게 시도하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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