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행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젤리슈즈가 다시 돌아오면서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신발 위에 직접 표현하는 이른바 '신꾸(신발 꾸미기)' 열풍이 확산하고 있다. 레이스와 꽃 장식, 참(Charm), 배지 등 다양한 부자재를 활용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2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인기를 끌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히 신발을 구매하는 소비를 넘어 직접 꾸미고 조합하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놀이 문화이자 콘텐츠로 소비되면서 관련 시장도 함께 활기를 띠고 있다.
르데스크가 평일 오전 서울 동대문종합시장 5층 부자재 상가를 찾았을 때 시장 내부는 이른 시간임에도 적지 않은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몇 달 전부터 꾸준히 유행하고 있는 키캡, 볼캡 꾸미기를 위해 방문한 사람들 사이에서 젤리슈즈를 들고 다니며 레이스, 비녀 등 반복해서 조합을 바꿔보거나 함께 온 친구와 의견을 공유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같은 유행은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해시태그 '#젤리슈즈'를 검색하면 5만3000건이 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신꾸' 역시 5000개 이상의 게시물이 등록돼 있다. 게시물에는 젤리슈즈 추천은 물론 꾸미기용 파츠와 동대문 부자재 상가 내 매장 정보, 가격대, 주로 판매되는 제품 등에 대한 내용도 함께 공유되고 있다.
패션 인플루언서들 역시 직접 꾸민 젤리슈즈 스타일링과 제작 과정을 SNS에 공유하며 유행 확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이 올린 일부 게시물은 수만 건 이상의 '좋아요'를 기록하며 젊은 층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22만5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 '지원'은 지난 15일 직접 꾸민 젤리슈즈 스타일링 사진을 게시해 조회수 8만5000회를 기록했다. 또한 집 꾸미기 정보를 공유하는 '소영홈'도 지난 12일 젤리슈즈 제작 과정을 담은 숏폼 영상을 공개해 조회수 4만회를 넘겼다.
이달 초 성수동에서는 한 젤리슈즈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열고 제품 판매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젤리슈즈는 5만원대에 판매됐으며 신발을 꾸미는 파츠 역시 개당 8000원 수준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동대문종합시장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신발과 부자재를 함께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층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젤리슈즈를 1만5000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인들이 직접 제작한 파츠들도 1000~3000원대에 판매되고 있어 부담이 적은 편이다. 또 직접 원하는 조합으로 신발을 꾸미는 재미까지 더해지면서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가성비 놀거리'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매장에서는 원하는 색상의 파츠가 없을 때 재료비와 소정의 제작비만 지불하면 상인들이 원하는 디자인의 파츠를 즉석에서 만들어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학생 박수영 씨(23·여)는 "SNS에서 보고 한 번 만들어보고 싶어서 친구와 함께 오게 됐다"며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다른 곳에서 신발을 구매한 뒤 동대문에서는 부자재만 사면 된다는 정보를 얻어 직접 꾸미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명 브랜드의 젤리슈즈는 신발 가격만 5만원에 가까운데 여기서는 신발과 파츠를 모두 구매해도 비슷한 가격이라 가성비가 좋은 편이다"고 덧붙였다.
함께 방문한 박근영 씨(23·여)도 "예전에 찍은 사진들을 보면 이런 스타일의 젤리슈즈를 신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며 "한때 유행했던 스타일이 다시 돌아온 것 같아 반갑고 재밌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단순히 신발 유행이 돌아온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꾸미는 재미까지 더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이 씨는 "파츠를 먼저 산 뒤 신발을 찾으러 다니기보다는 인터넷에서 추천하는 젤리슈즈 매장에 먼저 들른 뒤 동대문에서 신발에 맞는 파츠를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SNS에서 유명한 매장들은 직접 꾸민 젤리슈즈 샘플을 전시해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상인들은 방문객들에게 젤리슈즈 꾸미는 방법을 설명해주는 것은 물론 신발을 처음 꾸며보는 손님들에게는 어울리는 색 조합이나 파츠 배치를 추천해주며 구매를 돕고 있는 모습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한 매장 관계자는 "평소에는 결혼식용 코사지나 아이들 리본 핀 등을 판매하고 있어 다른 아기자기한 참 소품 매장에 비해 방문객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젤리슈즈를 꾸미는 유행이 번지면서 우리 매장을 추천하는 게시글이 올라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직접 젤리슈즈를 구매해 샘플을 만들어 전시해두니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신꾸' 열풍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소비문화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며 "젤리슈즈처럼 기성 제품을 그대로 소비하기보다는 직접 꾸미고 변형하면서 자신만의 취향을 표현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젤리슈즈처럼 비교적 저렴한 아이템은 진입장벽이 낮아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유행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꾸미는 과정 자체를 콘텐츠로 소비하고 공유하는 문화가 맞물리면서 관련 시장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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