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컴, 36년 '한글과컴퓨터' 역사 접고 AI 기업으로 새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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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한컴, 36년 '한글과컴퓨터' 역사 접고 AI 기업으로 새 출발

포인트경제 2026-05-19 14:54:47 신고

3줄요약

AI 기업으로 재탄생 선언…'한글과컴퓨터'서 '한컴'으로 사명 변경
연도별 출시 종료…실시간 업데이트 기반 AI 플랫폼 체계 전환
공공·금융 겨냥한 ‘소버린 에이전트 OS’로 글로벌 시장 공략
오픈소스 전략·유럽 협력 확대…AI 생태계와 보안 사업 동시 강화

김연수 한컴 대표는 전략 발표회 'HANCOM : THE SHIFT'에서 글로벌 확장을 위해 사명을 '한글과컴퓨터'에서 '한컴(HANCOM)'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포인트경제) 김연수 한컴 대표는 전략 발표회 'HANCOM : THE SHIFT'에서 글로벌 확장을 위해 사명을 '한글과컴퓨터'에서 '한컴(HANCOM)'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포인트경제)

[포인트경제] "창립 이래 36년간 이어온 소프트웨어 성공 문법을 깨고, '한컴'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합니다."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 한컴이 익숙했던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인공지능(AI) 중심의 전면적인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문서 작성 도구의 상징이었던 기존 정체성을 탈피해 전 세계 시장을 무대로 삼는 기술 리더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김연수 한컴 대표가 19일 열린 전략 발표회 'HANCOM : THE SHIFT'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포인트경제) 김연수 한컴 대표가 19일 열린 전략 발표회 'HANCOM : THE SHIFT'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포인트경제)

한컴은 19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호텔에서 전략 발표회 'HANCOM : THE SHIFT'를 열고 기업의 미래 비전과 사업적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김연수 한컴 대표이사는 1989년 창립 이후 이어온 '한글과컴퓨터'라는 사명을 '한컴'이라는 단독 브랜드로 변경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 대표는 "우리가 다루는 영역은 한글과 컴퓨터를 훨씬 넘어선다"라며 "문서를 데이터로, 컴퓨터를 넘어 AI 에이전트로, 한국을 넘어 글로벌을 타깃으로 삼겠다는 새로운 정체성을 담은 그릇"이라고 설명했다.

제품 출시 방식도 완전히 바뀐다. 그동안 출시 연도를 붙여 2~3년 주기로 새 버전을 발매하던 오피스 소프트웨어 정책을 전면 중단한다. 앞으로는 실시간 업데이트를 통해 최신 AI 기능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살아있는 기술 플랫폼 형태로 오피스를 운영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AI 진화 속도가 연 단위 출시 주기를 아득히 앞지르고 있다"라며 "이제는 새 버전을 기다릴 필요 없이 AI 진화가 이루어지는 순간 즉시 자동으로 고객 시스템에 제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데이터 주권과 자율성 보장하는 구동체계 조준

한컴이 도달하고자 하는 최종 목적지는 '소버린 에이전트 OS(주권형 AI 구동체계)' 시장이다. 사용자의 명령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AI 스스로 업무를 완결 짓는 에이전트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이들을 통합 제어할 시스템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소버린 에이전트 OS에 대한 한컴 발표 자료. (포인트경제) 소버린 에이전트 OS에 대한 한컴 발표 자료. (포인트경제)

특히 정보 보안과 데이터 주권 확보가 필수적인 정부 기관, 국방, 금융, 의료 분야가 주요 타깃이다. 거대 글로벌 정보기술 기업의 클라우드 시스템에 민감한 자산을 전적으로 맡기기 어려운 틈새 구조를 공략한다. 한컴은 관련 유효 시장 규모가 오는 2030년까지 최대 100억 달러(약 14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는 특정 거대언어모델(LLM)에 종속되지 않는 개방형 아키텍처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대표는 "자체 LLM 개발에 집착하는 대신 데이터 원천과 실행 도구, 보안 환경을 통합하고 고객에게 최적의 AI 모델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드릴 것"이라며 미국 팔란티어의 성공 모델과 궤를 같이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에 나와 있는 AI 플랫폼들과의 차별성이 무엇이냐는 현장 질의에 정지환 한컴 개발총괄은 "우리가 준비하는 에이전트 OS는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관리하고 공유하는 전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지원하는 시스템"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정 총괄은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데이터 거버넌스를 완벽히 유지한 채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외부로 내보내기 어려운 공공이나 금융 기관의 보안 수요에 가장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기술적 차별성을 전했다.

△ 실적으로 증명한 체질 개선과 침투 속도

미래 청사진을 뒷받침하는 독자적인 지표들도 공개됐다. 한컴의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은 175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2% 성장했으며, 영업이익률은 30% 안팎을 유지했다. 주목할 부분은 매출 증가분의 절반 이상인 54.6%가 AI 제품군에서 창출됐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한컴은 준비 중인 AI 회사가 아니라 이미 AI로 돈을 버는 회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I 관련 매출에 대한 한컴 발표 자료. (포인트경제) AI 관련 매출에 대한 한컴 발표 자료. (포인트경제)

기존 고객층의 전향적인 움직임도 빠른 사업 안착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출시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전체 B2B 고객 중 4.2%가 이미 AI 패키지를 도입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방식을 이용하던 기업 중 54%는 AI 패키지를 포함해 계약을 갱신했다. 진성식 한컴 사업총괄은 "신규 고객 유치에 비용을 쓰는 대신 기존 20만 고객에게 업셀링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라며 "AI 매출이 늘어날수록 수익 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공공 부문에서의 실전 사례도 축적되고 있다. 국회도서관의 대규모 문서 페이지를 데이터화해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을 단독 수행한 데 이어, 국회사무처 AI 사업에도 문서 추출 인프라와 어시스턴트를 일괄 납품했다. 보안과 정확성이 가장 까다로운 공공망에서 행정망 내 수행 역량을 검증받았다는 평가다.

△ 오픈소스 기반의 글로벌 영토 확장과 보안 고도화

해외 진출 전략은 핵심 엔진을 개방해 생태계를 넓히는 '오픈 코어' 방식을 취한다. 전 세계 비정형 문서 데이터를 AI가 읽을 수 있도록 변환해 주는 기술인 '오픈 데이터 로더(ODL)'를 지난해 오픈소스로 무료 배포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글로벌 개발자들이 LLM 데이터 추출 개발 툴을 검색하면 우리 툴이 독보적인 모범답안으로 제시된다"라며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생태계를 장악해 나가는 전략이라고 전했다.

핵심 기술을 무료 오픈소스로 풀면 경쟁사에 기술이 노출되는 리스크가 있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정지환 개발총괄은 "모든 기술을 다 주는 게 아니라 전략적인 부분 개방"이라며 "범용 생태계에 필요한 코어 엔진은 무료로 개방해 글로벌 표준 자리를 선점하되, 한컴의 노하우가 집약된 핵심 기능은 유료 애드온 형태로 판매해 지적재산권 보호와 수익화를 동시에 달성하겠다"고 비즈니스 구조를 설명했다.

유럽 진출 및 MOU에 관한 한컴 발표 자료. (포인트경제) 유럽 진출 및 MOU에 관한 한컴 발표 자료. (포인트경제)

유럽 현지 기업·기관 세 곳과의 협력 소식도 전해졌다. 김 대표는 "유럽은 AI 주권 요구가 가장 빠르게 제도화된 시장"이라며 "2주 내로 계약 건을 구체화해 내달 안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연계 기업인 한컴위드 역시 디지털 금융과 보안 부문을 아우르는 성장 전략을 제시하며 보조를 맞췄다. 송상엽 한컴위드 대표는 "디지털 금융, 양자 보안, AI 보안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준비하고 있다"고 서두를 열었다.

송상엽 한컴위드 대표가 19일 열린 전략 발표회 'HANCOM : THE SHIFT'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포인트경제) 송상엽 한컴위드 대표가 19일 열린 전략 발표회 'HANCOM : THE SHIFT'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포인트경제)

한컴위드는 실물 금 자산과 연동되는 토큰 발행 플랫폼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 데 이어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대응할 양자내성암호(PQA) 모듈을 개발 중이다. 고도화되는 딥페이크 공격을 차단하는 인증 기술도 소개됐다. 송 대표는 사용자의 명시적 행위 없이도 키보드 입력이나 주위 환경 정보를 AI가 학습해 검증하는 기술을 시연하며 "항상 검증하되 사용자의 편의성은 높이는 제로 트러스트 철학을 구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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